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왕은 남몰래 숨겨진 방으로 들어가 거울 속으로 들어간다. 마치 오페라의 유령이 크리스틴을 데리고 가듯 스스로를 거울 속 마법의 나라로 데려간다. 그 곳은 아무도 없는 자기자신의 세계, 그 곳은 여왕의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쥐고 있는 여왕에게 모든 것을 주고 앗는 거울이 있는 곳. 그 곳에서 여왕은 스노우 화이트를 죽일 방법을 세우고 왕자와 결혼하기 위한 계략을 구상한다.
어릴 때 그 누구를 막론하고 백설공주 이야기를 읽거나 듣지 않고 자란 사람이 있을까. 그만큼 잘 알려진 이야기, 그만큼 모두가 아는 이야기. 1930년대도 아니고 2012년에 영화로 만든다면 순진하고 밝은 동화 그대로는 뻔하다는 느낌밖에 줄 수 없다. 당연히 새 느낌으로 치장했다.
스노우 화이트는 사악한 여왕과 제법 밀고 당기기를 할 수 있을만큼 강인해졌고 영악해졌다. 사악한 여왕은 그저 거울 앞에서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냐고 묻기만 하고 만족하거나 바르르 떠는 것으로 끝내기 않고 스스로 거울 속으로 들어가 마법의 힘을 얻는 대신 대가를 치른다.
게임인 것이다. 스노우 화이트와 왕비는 왕자와 독사과를 놓고 게임을 벌인다. 이기면 왕자, 지면 독사과. 일면 흥미진진해지지만 (어찌된 일인지) 내용 자체는 동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타셈 싱에게 연출을 맡겼다. <더 셀>로 장편영화 데뷔를 하면서 인간의 무의식을 재기넘치게 풀어 놓았던 그, <더 폴: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에서 천일야화 못지 않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환상적인 색감과 화면비율로 풀어 놓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던 그다. 타셈 싱의 <백설공주>는 그래서 그 어떤 백설공주보다도 비주얼 면에서 단연 최고다. (단언컨대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 <백설공주>일까?
백설공주 이야기는 타셈 싱의 <백설공주> (원제는 mirror, mirror) 뿐 아니라 아예 전사로 성장하는 스노우 화이트를 그린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으로도 만들어져 다음달 말 개봉 예정이다.
일찍이 디즈니에서는 1988년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알라딘, 미녀와 야수, 뮬란 등의 동화 내지는 설화를 각색해서 내놓았고 최근 헐리우드의 영화들은 많은 편수가 동화, 신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타셈 싱의 전작 <신들의 전쟁>도 그러하고 <타이탄>과 그 속편 <타이탄의 분노>는 그리스 신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고 유독 북유럽 신화의 토르를 모티브로 실사영화로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를 찍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헐리우드에 국한 된 것이 아니다. 최근 국내의 드라마들의 주인공들도 상당 부분 역사 속 인물이나 원형을 갖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