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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jtbc ‘아내의 자격’
  • 방연주 기자
  • 승인 2012.04.26 09: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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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아내의 자격>의 김태오(이성재)와 윤서래(김희애) ⓒjTBC
jTBC <아내의 자격> 극중 엄마 윤서래와 아들 결이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jTBC

시작과 끝은 달랐다. 지난 19일 16부작으로 끝을 맺은 jtbc <아내의 자격>. ‘불륜’으로 시작해 중년 시청자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듯 했다. 그러나 윤서래(김희애)와 김태오(이성재)의 관계는 쉽사리 꼬리가 잡혔다. 오히려 ‘불륜’은 중산층의 판도라 상자를 여는 ‘열쇠’와도 같았다. 불륜이 드러날수록 적나라한 사교육을 비롯해 각종 모순들의 실체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내의 자격>은 드라마 <하얀거탑>, <아줌마>와 영화 <국경의 남쪽> 등을 연출한 안판석 PD의 섬세한 연출력과 <변호사들>, <장미와 콩나물>, <신데렐라> 등을 집필한 정성주 작가의 탄탄한 줄거리,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과 궁합이 잘 맞아 떨어진 수작이었다.

<아내의 자격>. 일정한 신분이나 지위를 일컫는 ‘자격’은 주어지는 것일까. 쌓아가는 것일까. ‘자격’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는 삶을 일궜다한들 속내까지 투명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까지. 허위와 위선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중산층의 일그러진 현실을 비추고 얄팍한 가면을 쓴 군상들은 숨겨진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 jTBC <아내의 자격>의 김태오(이성재)와 윤서래(김희애) ⓒjTBC

엄마의 ‘자격’을 묻다= 조부모의 재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 아이의 미래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은 우스갯소리로 치부하기엔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윤서래의 남편 한상진은 누이동생의 딸이 국제중에 입학하는 모습을 보고 서래를 닦달한다. 결국 그의 가족은 교육을 위해 ‘대치동’으로 전셋집을 얻어 옮긴다. 100m 달리기 출발선이 저만치 앞서 있는 곳. ‘대치동’은 ‘외딴 섬’처럼 보인다.

극도로 폐쇄적인 대치동의 학부모들은 끼리끼리 카페에 모여 자녀의 교육 커리큘럼을 짠다. 윤서래에게 ‘강남의 벽’은 높았다. 교육의 메카 대치동에 입성했지만 아들 결이는 국제중 입시학원 입학시험에서 꼴찌를 면치 못한다. 서래가 고수해온 교육방식인 ‘스스로 공부하는 법’도 낙제점으로 전락한다. 결국 남편 한상진은 “다양성의 시대니 뭐니 하지만 인간은 딱 두 부류야. 갑과 을. 내 아들이 갑이면 좋겠어”라며 ‘교육기계 엄마’로서의 청사진을 내밀고 서래를 압박한다.

경쟁을 강조하는 사교육의 폐해도 여실히 드러난다. 결이의 친구는 성적이 떨어질 때마다 엄마를 때리는 아빠를 보며 자살을 택한다. 교육 네트워크로 자식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튜더맘’들의 사교육 광풍 속에 그 폐해를 목격하며 휘청거리는 서래는 현 시대의 엄마로서의 역할을 묻는다.

가족의 ‘자격’을 묻다= 욕망이 들끓는 대치동에서 가족의 삶은 ‘대물림’과 ‘패거리주의’의 단면을 보여준다. 중산층이 상류층으로 편입하기 위한 고군분투를 그린다. 시댁에서 며느리 윤서래는 ‘눈엣가시’이지만 명문 변호사 집안의 사위 조현태(혁권)는 ‘금 동아줄’이다. 상진은 복제폰으로, 시누이 명진(최은경)은 흥신소 직원을 시켜 불륜이 의심된 서래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끝내 명진은 “너 같은 게 어떻게 우리 집에 들어왔는지 재수 없다”는 등 욕설을 퍼붓는다. 반면 사위의 두 집 살림을 두고선 아내 명진과 식구들은 멈칫한다. 아들을 못 낳은 콤플렉스를 지닌 명진은 친구이자 현태의 내연녀인 강은주(임성민)에게 “아들만 있으면 되는 줄 아냐”며 분노를 쏟아내면서도 신분 상승의 끈을 놓지 못하고 이혼 얘기는 삭히고 만다.

게다가 현태는 발끈하는 매부 상진을 향해 “우린 서로 다르다”며 갑을관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이에 상진은 굴종한다. 이처럼 서래 시댁 식구들은 서래를 향해선 계층의 위계를 내세우며 ‘괘씸죄’를 묻지만 ‘슈퍼 갑’ 사위에게는 꿈쩍도 못하는 등 가족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철저히 힘의 논리에 따라 작동되는 가족.

이들에게 ‘가족’의 울타리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가족은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형식이며 또 하나의 ‘이상적인 스펙’으로 간주된다. <아내의 자격>은 이들의 신분상승에 대한 뒤틀린 욕망을 ‘결혼’이라는 제도로 공고화 시킨다한들 그 이면에는 허위와 위선으로 점철된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끄집어냈다.

▲ jTBC <아내의 자격> 극중 엄마 윤서래와 아들 결이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jTBC

인간의 ‘자격’을 묻다= <아내의 자격>은 일탈행위에 속하는 ‘불륜’이라는 장치를 통해 인간의 ‘자격’을 따져 묻는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옳은 선택을 하도록 강요받는다. 그만큼 그른 선택을 했을 때 감당해야 할 사회적 멸시와 책임은 막대하다.

그간 불륜 드라마들은 인물들의 충동적 감정이 탄력적인 전개를 이끌었다면 서래와 태오의 시작은 감정이었으나 이후에는 철저히 ‘그들의 선택’에 의해 흘러갔다.개인이 따르고자 하는 욕망과 사회로부터 주어진 당위가 충돌했을 때를 사실감 있게 그렸다. 결국 서래는 아들에게 고백하고 빈 몸으로 쫓겨난다. 동화작가가 된 서래는 밤마다 갈빗집 철판을 닦아 위자료를 챙겨주고 죗값을 치른다.

이 지점에서 <아내의 자격>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은 모호해진다. 서래에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파국의 가해자’로 서슴없이 낙인을 찍었던 남편 한상진. 그러나 정작 본인은 사내 여직원을 향한 성추행 발언을 일삼아 문제를 일으킨다. 허세와 속물근성에 찌든 상진이 ‘성추행 가해자’로 전락하는 지점에서 과연 인간으로서의 ‘자격’은 무엇인지를 우회적으로 되묻는다.

<아내의 자격>은 기존 관계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들이 사회통념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감정을 느꼈을 때 개인이 욕망을 택하는 과정을 풀어내면서도 드라마 제목마냥 시청자들을 향해 다양한 역할의 ‘자격’에 대한 진한 물음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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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12-04-26 11:39:09
지금 kbs,MBC 몇 달째 파업중입니다.
지난번에는 종편 특혜주는 미디어법 반대하는라 파업했습니다. PD들의 피땀어린 돈으로 만드는 PD저널의 정체는 뭔가요?
한가하게 종편의 '아내의 자격' 리뷰할때인가요? 그런거 PD저널 아니어도 중앙일보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습니다.
PD들 회비받지 말고 자비들여서 취재하든지, 그렇게 좋아하는 종편으로 가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PD연합회장은 뭐하는 사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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