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문화대국 중국과의 상생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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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낀 황금연휴에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이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체포됐다는 발표는 서민들의 가슴을 다시 한 번 짓누른다. 그런데 하필이면 밀항 예정지가 중국이다. 중국은 이렇듯 부정적인 뉴스 한 가운데서 만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인들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중국에 대한 이미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가장 먼저 맞닥뜨린 중국, 중국인은 지하도에 너저분하게 펴놓고 얄궂은 물건들을 파는 모습이었다. 이른바 동포라고는 하나 국적은 명확히 중국인인 ‘그들’의 모습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 ‘중국’ 하면 왠지 낙후된 이미지를 떨칠 수가 없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또 얼마나 친밀해졌나. 주변에 중국 여행 한 번 안 갔다 온 사람 찾기 힘들 정도이다. 모 심지어 굉장히 오랜만에 들린 남대문 시장, 목욕할 때 쓰는 거품목욕제를 살 일이 있어 들른 매장에서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있었다.

“저 거품목욕제 있나요?”
“거품? 아 파오무어(泡沫)?”
“是的, 就是(맞아요 바로 그거).”
“洗脸的, 洗身的(얼굴에 쓰는 거요? 몸에 쓰는 거요)?”
“洗身的(몸에 쓰는 거).”

한참 말하다보니 한국말 ‘조금’할 줄 아는 중국인과 중국말 ‘조금’하는 내가 서로 중국어로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한국, 남대문 시장 한복판에서.

이렇듯 생활 깊숙이, 어디를 가다 마주치고, 어떤 상황에서도 연관이 깊은 중국, 중국인에 대한 이미지에 대해 한 번쯤 짚고 넘어가는 게 어떨까싶다.

우리나라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유사한 중국의 ‘12·5 규획’이 지난 2010년 말 확정되었다. 이번 ‘12.5규획’의 주요 내용 중에서는 방송과도 관련이 있는 문화산업 확대정책이 두드러진다. 경제대국, 군사대국에 이어 ‘문화대국’으로 발돋움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는 대목으로, 중국 정부는 “문화가 종합국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국가의 문화 소프트파워를 강화하고 중화문화의 국제적인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역설했다. 중국 정부는 문화산업이 국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2.8% 수준에서 2015년에는 5%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덩달아 연예인들이나 스태프들의 몸값 치솟음이 장난이 아니다. 중년의 남자배우 짱뤄리(張國立)의 경우 양아버지(養父·40부작)라는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회당 40만 위안(약 8000만 원)을 받고 있으며, 84년생으로 신인배우에서 갓 주연급으로 발돋움 한 원장(文章) 역시 회당 출연료가 80만 위안(1600만 원)을 호가하며 하루가 다르게 몸값을 올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기력이나 세련미 면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는 한국배우를 캐스팅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는 한국 연예계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도 역시 중국에 대한 이미지 혹은 인식의 ‘한계’이다. 중국에서 크게 인기를 끈 한 드라마를 놓고, 한국의 한 영화사가 이를 영화로 제작하고자하는 의욕을 내비친 적이 있었다. 드라마에 대한 영화제작 판권에 대한 가격이 문제였는데, 중국측이 제시한 가격은 200만 위안(약 4억)이었던 것에 비해 한국측이 원하는 가격은 1000만 원이었다.

물론 밀고 당기는 과정이야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한국인들의 중국, 중국물건에 대한 인식은 ‘싼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유사한 예로, 한국배우들이 중국영화나 드라마 출연을 놓고 타진할 때는 ‘한국보다 많이 받아야 한다’는 역시 왜곡된 관념 또한 높은 문턱으로 작용한다. 한국보다 낙후된(?) 만큼 낙후된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고 촬영할 때는 출연료라도 많이 받아야한다는 턱도 없는 인식이 암암리에 드러난다. 

앞서 말한 ‘12.5규획’의 내용이나 규모만 보더라도, 특히 문화면에서 중국은 더 이상 ‘싼’ ‘낙후된’ 시장이 아니다. 한때 ‘한류’로 인해 중국에 대한 우쭐함이 극에 달한 적이 있었다. 정당한 우쭐함도 없지 않으나, 문제는 향후이다. 자금과 재원의 양과 질 모두 한국에 비해 앞서도 한참 앞서는 중국과 평화롭게 공존하고 상생하는 길을 뭘까.  

▲ 신혜선 통신원/ 북경연합대학 관광문화학부 교수
행여 “너희가 인정한, 한류, 그 한류의 나라가 바로 한국이야”라는 자아도취에 빠져 그나마 한류가 일군 텃밭마저 망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건 ‘한류’를 굳이 드러내는 게 아니라 중국의 각 문화산업 분야의 파트너로 묵묵히 길을 걷는 가운데 찾아지고, 보이는 게 아닐까 싶다.

중국이 공언한 문화강국으로의 도약 실현되는 날 ‘그래 우리 옆에 ‘한국’이라는 친구가 있었지’ 하면서 자연스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이웃나라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친해지는 걸음을, 자 이제부터 한 발 한 발 내딛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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