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진의 음악다방] 공연 시장의 황금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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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공연 러시다. 인지도가 낮지만 동시대 음악을 들려주는 인디 밴드부터 매스미디어로 인지도가 높은 대중스타까지 한국을 찾는 음악가들이 늘었다.

단독 공연과 페스티벌의 라인업을 채우는 이들은 팝과 록 뿐 아니라 재즈와 힙합, 헤비메탈 등 장르도 다양하다. 연초에만 해도 페인스 오브 빙 퓨어 앳 하트와 로라 피지가 한국에 왔고, 레니 크라비츠와 제인 버킨, 레이디 가가를 비롯해 80년대 인기 팝 그룹 보니 엠과 스미쓰의 리더였던 모리쎄이, 뉴욕의 아트 록 밴드 블론드 레드헤드와 보사노바의 대표자인 세르지오 멘데스, 현재 가장 대중적인 힙합 듀오 LMFAO 등이 한국에 왔다. 올해 페스티벌에는 라디오헤드와 스톤 로지스 등이 출연한다. 이유가 뭘까. 갑자기 ‘국격’이 올랐기 때문일까 아니면 관객들의 주머니가 갑자기 빵빵해졌기 때문일까.

▲ 지난 4월 27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내한공연을 진행한 팝 아티스트 레이디 가가의 공연 포스터. ⓒ현대카드
돌아보면 이 골든 에이지의 조짐은 꽤 되었다. 먼저 음악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다. mp3와 고속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기술의 발전은 음반 발매-홍보-공연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더 복잡하게 바꿨다. 시장의 확대로 플랫폼이 더 중요해진 지금 아이튠즈는 음원 판매의 최종 플랫폼으로, 유튜브는 뮤직비디오-공연 동영상을 통한 마케팅 플랫폼으로 최적화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공연시장은 지난 세기보다 더욱 커졌다. 특히 공연 사업은 규모에 상관없이 인맥이 중요한 곳으로, 최근 국내에서 록, 재즈, 월드뮤직 페스티벌 등이 열리며 해외 공연 프로모터들이 한국의 기획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도 주요한 이유다.

최근 한국에 진출한 라이브네이션(스포츠와 공연 부문에서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티켓 판매업체, 레이디 가가의 내한공연을 진행했고 빅뱅과도 계약했다)의 한국 진출에 있어 펜타포트와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주도한 김형일(전 나인 엔터테인먼트 대표)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대형 페스티벌이나 공연 사업자 외에 작은 공연들이 늘어나고 그에 대한 관객의 수요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일반적인 공연이 아니라 콘셉트를 가진 기획공연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요컨대 카페에서 하는 어쿠스틱 공연이라든가, 장르를 맞춘 밴드들의 연합공연이라든가, 연애나 여행 등의 테마를 가지고 결합한 싱어송라이터들의 공연이라든가, 여러 형식들이 공연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이렇게 공연의 저변이 넓어진 데에는 앨범 판매의 부진이라는 큰 맥락이 존재한다. 2005년을 기점으로 디지털 음원 판매는 앨범판매량을 뛰어넘었다. 기존의 공연이 음반 판매의 보조적인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공연이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 점은 국내와 해외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음원 판매가 음반 판매의 손실을 메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연은 대안적인 출구가 된다. 작은 규모의 음악가라면 공연장에서 음반을 직접 판매하거나 고정 팬을 모을 수도 있다. 10cm와 얄개들 같은 팀이 적절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글로벌한 음악가들의 라이프스타일도 바꾼다. 거물 음악가들의 신보가 약 4년 주기로 나오는 것은 앨범 발매 후 1년 이상을 월드투어로 소진하는데 따른 결과기도 하다. 새 앨범 홍보 중에 ‘투어 중 호텔 방에서 만든 음악들’이라는 말을 보는 것도 낯설지 않다. 팝 스타가 된다는 것은 삶의 대부분을 전세기에서 보내는 것과 비슷한 말이 될 것이다.

▲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이때 질문 하나가 필요하다. 과연 대형 내한공연이 국내 음악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요컨대 ‘선진 공연 시스템’을 학습하거나 경험할 기회가 될까? 레이디가가의 공연이 나사 못 하나까지 현지에서 공수해 진행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반드시 그런 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결국 중요한 건 규모가 아니라 내용과 방식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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