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파업 100일, 낙하산 사장들은 결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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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노조)의 파업이 지난 8일로 100일을 맞았다. 한국 방송사상 가장 긴 파업이다. KBS본부(이하 KBS새노조)의 파업도 70일을 달려가고 있다. 3월 8일 파업을 시작한 뉴스전문 채널 YTN지부의 파업은 7단계를 거쳐 곧 8단계에 들어갈 계획이다. 세 방송사 노조의 파업 명분은 똑같다. 정권의 언론 장악을 저지하고 대통령이 임명했거나 정권이 실질적으로 파견한 ‘낙하산 사장들의 퇴진’이다.

KBS 사장을 임명하는 사람은 대통령이다. MBC 역시 정부 여당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주식의 70%를 가지고 있으며 대표적 뉴스 채널 YTN 역시 집권 세력의 절대적 영향력 하에 있는 공기업들의 소유이다. 따라서 최근 언론사들의 파업 사태의 최종 책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이 언론사의 파업에 언급하는 것이 ‘간섭일 수 있다’는 논리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방송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MBC, KBS, YTN 등 파업 중인 언론사 노조들은 파업에 대해 유일하게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언론 장악과 민간인 불법 사찰’에 관한 국정조사를 하라고 촉구했으나 그녀의 유일한 반응은 침묵뿐이다.

이런 정부 여당의 미온적 입장을 믿기 때문일까? 수많은 사원들과 국민들의 여망에도 불구하고 KBS의 김인규, MBC의 김재철, YTN의 배석규 등 이른바 ‘대표적 낙하산 사장’들은 여전하다. 오히려 무차별적인 징계와 해고를 남발하며 사장 자리를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파업 중인 방송인들의 대오는 여전히 강고하다. MBC 노조는 "김재철이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며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지난 7일부터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김재철 사장 퇴진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KBS 새노조도 새누리당에 ‘하루 빨리 파업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통해 정권의 언론 장악 진상을 가려내고 독립성을 보장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인규, 김재철, 배석규. 어쩌면 그들은 시간을 자신들의 편으로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이번엔 판이 다르다. 금번 파업 투쟁은 ‘정통’과 ‘사이비’의 대결이자 ‘과거’와 ‘미래’의 대결이다. 파업을 통해 조합원들은 이 사실을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으며 따라서 투쟁의 의지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낙하산 사장들이여! 잠깐 버티면 고비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꿈도 꾸지 마라! 파업 100일, 그대들에게 남은 결단은 퇴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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