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파업 해결을 주문하는 대통령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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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KBS 4부작 드라마 ‘국회의원 정치성 실종사건’이 보여준 판타지

KBS 2TV <드라마스페셜  연작시리즈 시즌 2> ‘국회의원 정치성 실종사건’(이하 국회의원 정치성)편은 신랄한 풍자극에서 시작해 판타지로 끝났다. 386출신 국회의원이지만 어느덧 비리정치인이 된 정치성(유오성 분)은 외딴 섬 ‘청아도’에서 젊은 시절의 초심을 되찾고 환골탈태한다. 이후 대통령이 된 정치성은 국무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방송사 파업이 길어지고 있는데 빨리 해결해야 한다”라고 다그친다. “이러다 훅 갈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4년 동안 민의를 대변 할 국회의원 300여명을 뽑은 지 얼마되지 않았다. 하지만 쓴소리를 듣겠다면서 정작 귀를 닫고 있는 여당과 진보를 대표하는 진보정당의 부정선거와 폭력사태는 정치 혐오감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시점에 방송된 <국회의원 정치성>은 노골적이고 통쾌한 풍자로 호평을 받았다. 지난 13일 4부작으로 종영된 <국회의원 정치성>이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주인공 정치성은 학생운동을 하다 ‘인권변호사’ ‘청문회 스타’로 이름을 날렸지만 금배지를 달고 난 뒤에 그가 보인 모습은 여느 ‘비리정치인’과 다르지 않다. 권력의 맛을 본 재선의원은 공천에 매달린다. ‘국회의원은 낙선하면 사람이 아니다’는 말대로 국회의원에겐 낙선은 죽음과도 같다.

▲ KBS <드라마스페셜> ‘국회의원 정치성실종사건’편 ⓒKBS

 

공천을 앞둔 재선의원은 저축은행 비리를 덮으려는 당대표의 뜻에 따라 ‘꼬리 자르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청운의 꿈은 멀어진 지 오래다. 하지만 정치 스캔들에 휘말린 그도 배신을 당하고, 결국 ‘청아도’에 버려진다.

여기까지는 블랙코미디의 코드를 충실하게 따른다. <국회의원 정치성>은 시청자들이 바라보는 정치에 대한 일반적인 관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피부과에 다니는 피부미인’ 국회의원이나 112에 전화해 국회의원이라고 호통치는 장면에선 특정 인물이 떠올려지기도 한다.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 저축은행 비리를 은폐하는 정치인들과 속절없이 당하는 힘없는 시민들의 모습은 늘상 뉴스에서 봐왔다.     

블랙코미디의 코드를 따르던 <국회의원 정치성>은 3선 국회의원이 된 정치성이 양심 선언하는 장면에서 판타지로 바뀐다. 총선에 출마한 당대표의 선거본부 발대식에 맞춰 그는 국민들 앞에서 석고대죄한다. 당대표의 비리와 부정을 폭로하고 자신의 죄도 고백한다. ‘청아도’ 분교 아이들과 그를 동경하는 순수한 청년을 통해 정치에 발을 들인 그 당시의 각오를 떠올리게 된 것이다.

‘양심선언’을 하는 장면부터 <국회의원 정치성>은 현실에서 멀찌감치 벗어난다. ‘몸통’과 ‘실세’를 자처하며 양심 없는 선언을 하는 정치인을 숱하게 봐오지 않았나. 진짜 몸통과 실세를 은폐하면서 말이다.

정치성은 출소한 이후 정치권의 러브콜을 뒤로 하고 ‘청아도’의 이장으로 정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한다. 그리고 그 끝은 청와대로 향했다. 방송사 파업 안건을 국무회의에 올리는 대통령으로 ‘정치꾼이 아닌 정치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그는 실천한다.

맞다. 현실에 비춰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국회의원 정치성>은 통쾌한 풍자극에서 한발 나아가 정치성이라는 인물을 통해 정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비리 정치인’ 정치성을 변하게 만든 건 결국 순수한 청아도 주민들이었다.

19대 국회 개원전부터 냉소가 지배하는 지금, ‘300명 중에 이런 정치인 한명쯤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는 건 어떨까. 정 그렇다면 대선을 앞두고 이런 대통령이 나타나길 기대해 볼 수 있진 않을까. 방송사 파업을 해결하라고 호통치는 대통령이라니 멋지지 않나. 올해 유권자의 선택은 한번 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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