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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 PD의 chat&책]

성적인 에너지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까? 인류의 번식과 맞닿아있는 에너지니만큼 엄청난 생명력과 동시에 무서운 파괴력을 지니는 힘이다. 소설 중에도 성애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무수히 많다. 그 중에서 내가 추천하는 다섯 편의 야한 소설.

# 떨림 - 심상대

에로티시즘의 사전적 정의는 이러하다. 예술 작품에서 성적인 요소나 분위기를 강조하는 경향. 그렇다면 ‘떨림’은 에로티시즘에 무한 몰입하고 있는 작품집이다.

마르시아스 심이라는 필명을 쓰는 작가 심상대는 가히 섹스 오딧세이라는 표현을 붙여도 좋을 이야기를 마치 자신이 경험한 양 능청스럽게 들려준다. 잘 나가는 형이 동네 후배들을 모아놓고 ‘내가 걔 따먹은 이야기 들어볼래?’하는 식으로 썰을 푸는 것이다.

만약 이 아슬아슬한 이야기들이 전부 마르시아스 심의 실제 경험이라면, 아니 반만이라도 실제 경험이라면...... 님 좀 짱인듯. 

# 채털리 부인의 연인 -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David Herbert Lawrence)

▲ 채털리 부인의 연인 ⓒ민음사
어린 시절 당당하게 해외명작소설 전집 속에 자리하고 있던 이 소설을 읽은 뒤의 충격은 감히 첫 경험에 버금갔다고 말할 수 있다. 중학교 시절에 한정하자면, 내가 가장 자주 사랑을 나누었던 연인은 채털리 부인이 분명했으니. 상상 속의 사랑도 사랑이라면.  

 

영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어 다시 이 책을 마주했을 때 나는 헤어진 연인과 재회하는 기분이었다. 교수님이 설파하는 소설 속의 계급구조, 당시 사회 분위기 등등은 귓등에도 스치지 않았다. 별로 야하지도 않았다. 다만 15살 소년이 놓쳤던 세밀한 묘사에 감탄했다. 

# 소라가이드

여기에 언급을 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망설였다. 분명히 유해사이트로 분류된 음란물 사이트이니 말이다. 다른 책을 꼽을까? 로리타, 내게 거짓말을 해 봐, 도쿄타워, 은교... 고민하다가 결국 꼽아본다.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90년대 말, 요즘의 야동처럼 야설이 인기를 얻던 시절이 있었다. 소라가이드는 야설의 열풍 한복판에 있던 메카, 아니 소돔과 고모라였다. 수많은 무명작가들이 경쟁적으로 야설을 올렸다. 대부분은 비현실적인 성애 장면만 나열하는 수준이었으나 개중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별똥별처럼 반짝이며 가르던 작품들도 있었다.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아직도 검색이 된다. 그러나 그때 그 ‘소라가이드’가 아닌, 이름만 같은 평범한 성인사이트이니 검색하지 마시길. 이러면 더 많이 검색하겠지만. ㅠㅠ

# 상실의 시대 - 무라카미 하루키

사실 에로틱하다보다는 대책 없이 낭만적인 소설이나 딱 한 장면 때문에 여기에 꼽는다. 마지막 부분에 남자 주인공 와타나베와 중년의 여성 레이코가 함께 기타를 치고 술을 마시다가 느닷없이 정사를 나누는 부분이 나온다. 적어도 느닷없음에 있어서만큼은 내가 읽은 소설 중에서 가장 야한 장면이었다.

또 다른 포인트. 하루끼는 정사 장면을 차 마시는 것처럼 무심하게 표현하는 재주가 있다. 다른 작가들의 묘사와 비교해서 읽어보면 재미있다. 

# 노벰버레인 - 이재익

▲ 이재익 SBS PD·소설가
그렇다. 내가 쓴 소설이다. 홍대 앞 오피스텔에서 벌어지는 지독한 정사의 기록이랄까. 멋진 사진들도 곁들어 있다. 나름 매니아들의 지지를 받았던 책. 장르는 감성불륜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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