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플뢰르 펠르랭 김종숙
상태바
[글로벌] 플뢰르 펠르랭 김종숙
  • 프랑스=이지용 통신원
  • 승인 2012.05.21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랑스= 이지용 KBNe / Channel Korea 대표
프랑스 첫 한국계 장관 플뢰르 펠르랭. ⓒ플뢰르 펠르랭 트위터

17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루어낸 프랑스 사회당의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의 새 내각이 발표된 후 한국은 플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 열풍을 앓고 있는 듯 보인다.

부모와 태어난 나라에서 버림(?)받고 6개월 만에 프랑스로 입양됐지만,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 교육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후 동양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장관에 기용된 그녀의 스토리는 학벌과 성공에 목매는 한국인들이 열광할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다.

플뢰르 펠르랭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프랑스 대선 취재를 준비하면서 당선 유력 후보들의 캠프 인사들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였다.

당시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다양성의 선두 기마병”이라는 제목으로 국립행정학교(ENA) 출신의 감사원 고급 공무원이자 프랑스 사회 내 다양한 소수 인종의 참여를 위해 활동하는 플뢰르 펠르랭 ‘21세기 협회’ 전 회장에 대한 특집 기사를 실었다. 해당 기사를 읽던 필자에게도 그녀가 한국 입양아 출신이라는 대목과 올랑드 후보가 그녀에게 당선이 확실시 되는 지역구에 낙하산 제의를 했으나 거절했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이른바 ‘아이템이 될 만한’ 인물이었다.

▲ 프랑스 첫 한국계 장관 플뢰르 펠르랭. ⓒ플뢰르 펠르랭 트위터

이후 한국의 방송사로부터 그녀에 관한 프로그램을 제작하자는 연락을 받고 취재 협조를 부탁하기 위해 베르시(Bercy)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랑드 후보의 파리 지역 마지막 유세현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한국 언론에서 취재 요청을 해 와서, 그 이유가 궁금했다. 당신은 왜 나를 취재 하려고 하는가?”
“당신에게 한국인 입양아 출신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첫 번째 이유다. 그리고 당신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지, 그것이 궁금하다.”
“당신에게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질지 나도 궁금하다. 생각해 보고 연락을 주겠다.”

이틀 후 문자로 그녀의 일정표를 받은 후 시작된 12일 간의 만남은 그녀가 장관으로 임명되는 날까지 계속 됐다.

대선 2차 결선투표를 앞두고 숨 막히는 일정이 진행되던 그 기간 동안에도 공개가 가능한 모든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녀였지만 유독 입양에 관한 질문에 있어서는 원론적인 답변이 전부였다.

“난 한국에서 태어나 프랑스에 입양된 프랑스 사람이다.”
“당신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내가 태어난 곳이긴 하지만 나에게는 외국이다.”
“인턴십 때문에 일본에 장기간 머물었고 홍콩, 중국에도 다녀온 것으로 아는데 한국에 가 볼 생각은 하지 않았나?”
“일 때문에 그곳에 간 것이라 한국을 방문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마음만 먹으면 주말에라도 잠시라도 다녀 올수 있었을 텐데 태어난 나라가 궁금하지 않았나?”
“글쎄?”

펠르랭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국립행정학교 동기인 마리 도데씨는 제작진의 질문에 되묻는다. “플뢰르에게 입양 문제는 문을 닫아놓은 정원같은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입양아라는 것을 숨기지 않지만 그 문제로 오랜 시간 이야기 하지도 않습니다. 그녀는 아직 정원의 문을 열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요. 그런 그녀를 프랑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플뢰르가 태어난 나라 한국이 그녀를 아낀다면 억지로 그녀의 정원의 문을 열려고 할 필요가 있을까요?”

▲ 프랑스= 이지용 KBNe / Channel Korea 대표
조국이 버린 입양아가 성공해서 선진국의 장관이 되었으니 너무도 자랑스럽고 대견하고 성공해주어서 고맙다는 기사가 넘쳐나고 있다. 그녀에게 한국이 진정 조국일까? 심지어 새누리당은 남의 나라 장관 임명을 환영한다는 자칫 내정 간섭으로 비칠 수도 있는 생뚱맞은 논평까지 발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프랑스 언론에서는 플뢰르 펠르랭에 관한 한국인들의 갑작스러운 과도한 관심이 기사가 될 정도다.

입양아 ‘플뢰르 펠르랭 김종숙’이라는 이름은 그녀에게 주어진 훈장도, 새겨진 주홍글씨도 아니다. 그녀가 꿈꾸는 평등한 사회와 분배의 정의가 실천되는 사회를 위해 이제 막 정치 초년생으로 입문한 신임장관 플뢰르 펠르랭에게 훌륭한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마음으로 격려하며 시간을 주는 것이 진정 그녀를 위하는 것이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