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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선 PD의 음악다방]

바흐(Bach) 이후에는 다 표절이라는 말이 있다. 바흐가 근대 이후의 음악에 쓰는 대부분의 코드를 만들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음악의 아버지로 불린다. 반면에 헨델은 동시대에 활동했던 많은 작곡가들의 멜로디를 훔쳐 자기 작품인양 썼다고 한다. 이에 비난이 일자 그랬단다. “그 따위 녀석 것이라고 하기엔 곡이 하도 괜찮아서 내 이름을 좀 붙인 것뿐이야! 그 외에 다른 뜻은 추호도 없다는 것을 내 양심과 신 앞에 맹세할 수 있네!” 그래도 우리는 그를 음악의 어머니라고 한다.

가요의 표절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 ‘아이유’의 노래 ‘썸데이(Someday)’가 ‘김신일’의 2005년 작품 ‘내 남자에게’를 표절한 것으로 법원 판결을 받았다. 패소한 작곡가 ‘박진영’ 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곡을 어떻게 표절할 수가 있냐면서, ‘썸데이’의 4마디는 커크 프랭클린(Kirk Franklin)의 ‘Hosanna’란 곡과 더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표절은 범죄행위다. 그러나 당사자가 인정하지 않는 한 진실을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표절 시비는 음악 예술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다. 그러면 문제가 생길 때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바라봐야 하며, 창작 인들은 시비에 휘말릴 때 어떤 해결책을 찾아야 할까. 곡을 통째로 베낀 경우는 물론 여기서 제외이다.

▲ 바로크 시대 음악가 요한 파헬벨, 백지영 5집, god 1집, 윤도현 1집 <사진 왼쪽부터>

첫 번째는 비틀즈(Beatles)의 멤버였던 죠지 해리슨의 예를 들고 싶다. 그가 1971년에 발표한 ‘My Sweet Lord’가 1962년에 나온 여성그룹 시폰스(The Chiffons)의 노래 ‘He’s So Fine’을 표절했다고 소송에 걸린다. 자신은 그 곡을 절대 베낀 적이 없으며, 오히려 에드윈 호킨스 싱어즈(Edwin Hawkins Singers)의 노래 ‘Oh Happy Day’(실제로 멜로디라인이 흡사하다!)를 듣고 영감을 받아서 작곡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잠재의식적인 표절(subconscious plagiarism)’이라는 판결을 내린다. 결과적으로 그는 59만 달러의 배상금을 물어줘야 했다. 헌데, 자존심이 상했던 죠지 해리슨은 나중에 ‘He’s So Fine’의 판권을 사 버림으로써 상징적인 정당성을 되찾았다. 여기에 시퐁스는 죠지 해리슨과의 화해를 위해 ‘My Sweet Lord’를 리메이크해서 자신들의 새로운 앨범에 수록하였으니, 양측은 해피엔딩으로 결론을 맺었다. 이처럼 동기의 고의성이 없는 표절 시비는 금전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며, 도덕적으로 크게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두 번째로는 아예 작곡가가 곡을 쓰기 위해 영감을 받았거나, 일부를 차용했다고 떳떳하게 밝히는 법이 있다. “바흐 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듣고 높은 음색의 트럼펫 선율을 생각해 냈다(폴 맥카트니)” “어느 날 침대에 누워 로이 오비슨(Roy Orbison)의 ‘Only The Lonely’를 듣고 갑자기 멜로디의 영감이 떠올랐다(존 레논)” “프랑스 국가 라마르세즈와 스코틀랜드 민요 ‘Greensleeves’, 그리고 바흐의 ‘Invention’ 등 3곡을 정리해서 한 곡으로 만들었다(존 레논)”

역사상 가장 성공한 록그룹인 비틀즈가 발표한 레퍼토리, ‘Penny Lane’, ‘Please Please Me’, ‘All You Need Is Love’는 이렇게 탄생했다. 본디 이러한 선배 뮤지션들의 작품들이 창작의 바탕이 된 셈이다. 그러니 모방을 했다는 사실이 결코 흉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저작권 시효가 지나지 않은 것이라면 허락을 받거나 정당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미 권리가 종료된 것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음반에 이를 적어 올리기를 권한다. 요즘에는 명곡의 일부분을 샘플링해서 발표하는 일이 많은데, 마찬가지로 처리하면 된다.  

▲ 조정선 MBC PD·MBC라디오 조PD의 새벽다방 DJ/연출
문득 기타를 치다가 화성이 거의 비슷한 곡들을 발견해 냈다. 쿨리오(Coolio)의 ‘See You When You Get There’, god의 ‘어머님께’,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 백지영의 ‘사랑 안 해’ 등등은 모두 바로코시대의 음악가 ‘요한 파헬벨(Pachelbel)’의 ‘Canon D장조’의 코드를 빌려온 것으로 보인다. 물론 표절은 아니겠지만, 어느 한 곡도 ‘파헬벨’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하늘 아래 새것이 없는 창작의 세계에서 남의 것을 차용할 때 지켜줬으면 하는 예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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