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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선미의 chat&책] 알랭 드 보통과 정이현, 사랑을 말하다: 사랑의 기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등의 작품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세계적인 작가 알랭 드 보통과 ‘달콤한 나의 도시’ 등의 작품을 통해 사랑을 시크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냈던 작가 정이현의 공동 프로젝트 소설 ‘사랑의 기초’가 가파른 상승세로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했다.

알랭 드 보통 ‘사랑의 기초-한 남자’와 정이현의 ‘사랑의 기초-연인들’은 한국과 유럽 작가의 공동 작업이라는 점에서 출간 전부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도서 시장이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국내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워낙 팬 층이 두텁고 이야기 소재가 두 작가와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지는 기획이었기에 어쩌면 성공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연인들’은 서울에 사는 이십대 남녀의 연애 이야기를 다루었고, ‘한 남자’는 런던 근교에 사는 삼십대 후반 부부의 결혼과 가족을 그렸다. 두 작가는 ‘잘 된 연애’가 ‘성공적인 결혼’으로 이루어진다는 틀을 과감히 깨버린다. 그렇다고 사랑 자체를 좌절과 환멸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실망과 절망은 새로운 사랑에 대한 또 다른 시작임을 말한다.

▲ 사랑의 기초: 한 남자(알랭 드 보통), 사랑의 기초: 연인들(정이현) 표지<왼쪽부터>

지난 2005년 출간된 공지영 작가와 일본의 츠지 히토나리 작가의 프로젝트 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한국 여자와 일본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각각 여자의 시선, 남자의 시선으로 쓴 소설로 당시 소설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날카로운 사회적 통찰력과 함께 섬세한 표현력의 대표적 소설가인 공지영이 일본 작가와 주제를 독특한 방식으로 나누면서 만들어낸 작품으로 당시 소설계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일본판으로도 출간되어 일본 독자들의 마음도 흔들어 놓으며 소설 한류를 이끌었다.

‘사랑의 기초’는 현재 영어판을 비롯해 적극적인 해외 출판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 서점가는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이 미국 출판 시장을 강타한 이후 ‘사랑의 기초’가 해외 출판 시장에서의 또 다른 성공작으로 방점을 찍을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등 창작 콘텐츠 시장에서 기획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내야하고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무엇을 말할 것인가, 누구와 만들 것인가가 창작의 방향을 잡게 되고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가 결정된다.

이러한 점에서 현대인들의 사랑이야기를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담보한 두 작가에게 ‘사랑의 기초’라는 주제가 주어진 것은 너무나 적절한 선택이었다. 특히 미국 등 영문판 진출의 교두보가 마련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 영문 소설이 가능한 유럽 작가와의 결합은 영리한 판단이었다.

▲ 노진선미 마더커뮤니케이션 대표
출판사의 운영 상황 상 영화, 드라마처럼 거액을 들이고 2차 콘텐츠 사업까지 연계하며 기획을 한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처럼 외국 작가와의 공동 작업으로 국내 독자와 해외 독자를 동시에 섭렵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소설을 넘어 다른 분야도 해외 공동 출판 작업을 모색해 보면 어떨까? 갑자기 여러 가지 재미난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몽글몽글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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