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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윤성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정책실장

전국언론노조 KBS, MBC,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지·본부 ‘독수리 5형제’의 언론자유를 위한 총파업이 벌써 계절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진행 중이다. 국민일보는 170일, MBC는 130일, KBS는 100일이 다 돼 간다.

이 사상 초유의 언론사 동시 파업이 낳은 최고의 슈퍼스타는 단연 MBC의 김재철 사장일 것이다. 법인카드 7억원 사용에 무용가 J씨와의 끊이지 않는 의혹 등 그의 엽기적인 행태를 볼 때 그의 비행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가 나쁜 이유는 온갖 비행과 비리 의혹의 당사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방송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고, 언론장악의 대리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2010년 2월 26일(이 날은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딴 날이다) 김재철씨가 MBC 사장에 임명된 이후 그동안 상대적으로 유지가 돼 왔던 MBC의 공정성은 빠른 속도로 퇴화했다.

▲ 김인규 KBS 사장 ⓒKBS

<PD수첩>의 4대강, 대통령 무릎기도, 유성기업 편 등이 불방됐고, 김미화·윤도현씨가 방송에서 퇴출됐으며, 뉴스 역시 급격히 연성화 됐다. 문제인사들을 고위 간부로 등용하는 등 인사전횡도 잇따랐다. 이런 과정들은 아마도 정권의 MBC 장악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의 ‘큰집 쪼인트’ 발언은-그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면-충분히 이런 추론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법인카드나 J씨 등의 사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언론장악의 대리인’으로서의 김재철은 ‘비행, 비리의혹 당사자’로서의 김재철보다 이 사회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큰 해악을 끼쳤는데도 말이다.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찬가지로 김재철 사장의 비행에 비해 KBS 김인규, YTN 배석규, 연합뉴스 박정찬 등 ‘낙하산’ 사장들의 언론장악 행위가 사회적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 물론 이들은 김재철 사장처럼 법인카드로 7억원을 쓰거나 한 여인에게 특혜를 베풀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언론장악 행위는 김재철 사장의 비행보다 몇 배는 더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KBS만 하더라도 공정방송 파괴 사례는 단언컨대 MBC보다 훨씬 더 많았고 심각했다. 지난해 1월 KBS 새노조가 PD, 기자 13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4.1%가 MB 정부 들어 KBS의 공정성이 악화됐다고 답했고, 실제로 제작자율성 침해를 경험했다는 사람도 60.9%나 됐다. 이런 참을 수 없는 언론장악 상황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가차 없이 징계의 칼날을 맞았고, 반대로 김인규 사장을 지지하는 간부들은 설사 비위와 비행 경력이 있더라도 승승장구하는 등, 인사는 엉망이 돼 버렸다.

2008년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언론장악의 철퇴를 제일 먼저 맞고 6명의 기자들이 해고된 YTN이나, 전직원의 71%가 박정찬 사장의 사장직 수행을 반대할 정도로 공정성이 훼손됐고, 그래서 23년 만에 파업에 돌입할 수 밖에 없었던 연합뉴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렇게 KBS, MBC, YTN, 연합뉴스에서 정권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낙하산으로 임명된 사장들이 언론상황을 5공 시절로 되돌리는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의외로 무덤덤하다.

물론 그 상황은 이해가 된다. 언론장악이 4년이 넘게 지속되며 국민들, 심지어는 언론인들도 그만큼 무감각해져 예전만큼 심각성을 못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언론파업을 보도하는 (그나마 몇 안되는) 언론들 입장에서도 낙하산 사장의 비리나 비행에 비해 언론사 내부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상황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더더욱 본질에 천착해야 한다.

▲ 윤성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정책실장
지금의 언론파업의 원인은 낙하산 사장 한 두 명의 돌출적 행동이 아니라 정권이 기획하고 그 대리인들이 자행하고 있는 언론장악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대중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하고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언론파업은 승리할 수 없다. 그 쉽지만은 않은 작업을 부단히 수행해야만 이 끔찍한 언론장악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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