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백서 뜯어보니 역시나 ‘부실’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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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등에 의문 제기하고도 4년만에 SBS 잡겠다는 종편 승인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 이하 방통위)가 조만간 공식 공개 예정인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 승인백서에선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 전후 의혹으로 떠돌던 조·중·동 ‘편들기 심사’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종편채널을 놓고 경합하던 6개 사업자 중 친(親)정부·보수 성향 신문사들, 즉 현재의 종편채널 사업자들이 심사위원 개인의 주관적 평가가 개입될 수 없는 재정 능력 등 계량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도 승인을 얻어낸 것이다.

■객관적 평가항목서 종편4사 하위점= 방통위 백서를 보면, 조선(TV조선, 당시 CSTV)·중앙(JTBC)·동아(채널A)·매경(MBN, 당시 MBS) 종편채널은 44개 세부 심사항목 가운데 심사위원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고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9개 계량 항목에서 탈락 사업자인 케이블연합종편(최대주주 태광산업)과 <한국경제>의 HUB에 대부분 뒤졌다.

먼저 ‘재정적 능력’(90점) 심사항목에서 TV조선(62.16점·6위)과 채널A(63.02점·4위), MBN(62.95점·5위)은 HUB(69.83점·2위), 케이블연합종편(66.31점·3위)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종편채널 4사 중 ‘재정적 능력’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JTBC(66.31점·1위)가 유일하다. 특히 ‘재정적 능력’ 항목 중 ‘부채비율’(30점)과 관련해 채널A(25.63점), MBN(24.95점), TV조선(23.91점)은 나란히 하위권을 기록했으며, 1~2위는 HUB와 케이블연합종편이 각각 차지했다.

‘자금출자능력’(60점) 심사항목에서도 케이블연합종편(50.77점)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MBN은 41.19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자금출자능력’ 항목 중 ‘신청법인 및 주요주주의 신용등급’(30점)에서도 케이블연합종편(26.32점)과 HUB(25.17점)이 1~2위를 각각 기록했으며 TV조선(24.57점), 채널A(23.98점), JTBC(22.65점), MBN(21.39점) 등 현재의 종편채널들이 나란히 하위권을 장식했다. 케이블연합종편은 납입자본금규모(60점)에서도 최고점인 54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조선·중앙·동아·매경 종편채널은 심사위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는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계획’, ‘시청자 권익 실현방안’ 등 비계량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기준선인 800점을 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일련의 비계량 항목을 놓고 심사위원들끼리도 의견이 엇갈렸다는 점이다. 실례로 MBN에 대한 심사소견서에는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공성 실현 가능성이 다소 미흡”, “전반적으로 방송사업자에게 요구되는 공적책임 이행, 공정성 준수, 공익성 확보 등 의무사항에 대한 이해 및 실천의지 부족”, “사업승인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좋겠음” 등의 의견과 함께 “방송의 공정·공익성 확보에 무리가 없어 보임”, “전체적으로 종편PP(채널)로 승인되어도 무방한 것으로 보임” 등의 정반대 의견이 함께 기재됐다.

■예측됐던 워스트 시나리오에도 승인= 종편채널 탄생 이전부터 방송·언론계 안팎에선 사업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작금의 방송광고 환경 등을 감안할 때, 무리한 특혜가 쏟아 부어지지 않는 한 실패는 필연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것이다. 백서를 보면, 심사위원들 또한 심사 과정에서 같은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백서에서 공개된 TV조선에 대한 의견청취 속기록을 보면 한 심사위원은 “신청인은 사업계획서 233쪽에서 2013년부터 이익이 발생한다고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사실상 본 사업이 2012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종편사업 경험이 없는 신청인이 본 사업 1년 만에 흑자를 낼 수 있다고 보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사업계획서 222쪽에서 광고시장 점유율을 2013년에 벌써 ○○.○%, 14년 및 15년에는 ○○.○%를 제시하고 있다. 이런 시장점유율은 현재 SBS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심사위원의 발언도 녹취록에선 확인할 수 있었다. 개국 4년 만에 SBS를 뛰어넘는 광고시장 점유율을 TV조선이 자신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출범 6개월을 맞은 종편채널의 광고매출은 개국 첫 달 4개사 총 320억원에서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 상황이다.

채널A에 대해서도 한 심사위원은 “최대주주인 <동아일보>의 2009년 재무제표를 보면 순자산액이 1996억원인데, 채널A 투자 예정액이 1195억원으로 순자산의 60%를 차지하고 있다”며 자본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또 채널A로 자금을 모두 유출시킬 경우 <동아일보>의 운영이 가능할 것인지 등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한 심사위원은 “사업계획서 244쪽을 보면 가중자본 비용, 채널A를 운영하면서 소요되는 자본비용을 ○○.○%로 추정했고, 내부수익률인 IRR은 ○○.○%로 제시했다. 가중자본 비용과 내부수익률이 이렇게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은 수익성 전망이 어둡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채널A 측은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어 “(최대한) 보수적인 시장 시나리오에 기반을 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며 △종편사업자 개수 △미디어렙 도입 미도입 가능성 △KBS 2TV 광고 현행 유지 등을 변수로 꼽았다.

미디어렙 도입을 제외한 복수(4개)의 종편사업자 선정, KBS 2TV 광고 현행 유지 등 채널A가 수익성 전망을 낮게 잡은 모든 요소가 현실에서 적용되고 있고, 이는 심사 당시에도 예측됐던 부분으로, 심사위가 채널A의 수익성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하고도 최종 승인을 내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심사위원들은 심사항목 중 ‘재정적 능력’ 등 계량 항목에서 이들 종편에 낮은 점수를 주긴 했지만, 탈락한 매체와 큰 차이를 두진 않았다.

JTBC에 대해서도 한 심사위원은 “2015년도 매출액을 ○○○○여억원으로 아주 크게 추정했는데도 불구하고 ○년 기준으로 내수수익률은 마이너스이고 ○○년이 돼서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표시했는데, 만약 다수의 종편채널이 승인되는 등 예상지 못한 경영상황이 발생할 경우 장기적으로 사업수익성이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방송 전문가 부족 심사위, 소위도 비효율 구성= 부적절한 출자 등에 대한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중복참여 주주 현황 등의 자료는 백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백서를 보면 ‘신청법인의 적정성’ 중 ‘구성주주 중복참여’ 심사항목에서 만점인 15점을 받은 곳은 MBN이 유일하다. 나머지 종편채널들에서 특정 사업자들의 중복투자가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영업이 정지된 부실 저축은행들이 종편채널에 ‘보험용’으로 중복투자를 한 사실이 확인되며 논란이 일었던 상황 등을 감안할 때, 관련 자료 공개에 대한 요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백서에는 종편심사위원회 구성의 비효율·부적절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도 있다. 지난 2010년 12월 23일부터 31일까지 9일 동안 진행된 종편 심사에는 심사위원장 포함 방송·회계·경제경영·법률 전문가 14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방송분야 전문가는 2명에 그쳐 심사위 구성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온 바 있는데, 소위원회 또한 이런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백서에 있는 지난 2010년 12월 23일 종편 심사위원회 제1차 회의 속기록을 보면 적격심사 소위는 법률분야 3명(기타 1인 포함), 시민분야 1명, 방송분야 2명으로, 계량평가 소위는 회계분야 2명, 기술분야 1명, 경제·경영분야 3명으로 구성했는데, 이와 같은 배치는 전문성 있는 심사라는 목표에서 일부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례로 종편심사위는 적격심사소위엔 회계와 경제·경영분야 위원들을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비계량 항목인 ‘자금조달계획의 적정성’, ‘자금운영계획의 적정성’, ‘경영의 투명성 확보방안’, ‘경영의 효율성 확보방안’ 등에 대한 심사에는 이들 분야 위원들이 일부라도 참여하는 게 심사의 전문성을 높였을 거란 지적이다.

기술분야 위원 또한 계량평가 소위가 아닌 비계량 항목인 ‘방송시설 설치, 운용계획’, ‘방송기술 확보 및 활용계획’ 등 기술 능력에 대한 심사를 종합적으로 진행했던 적격심사 소위에 포함되는 게 전문적 심사를 위해 보다 효율적인 배치였을 것이란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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