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DMB와 N스크린의 자기시장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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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DMB와 N스크린의 자기시장잠식
  •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
  • 승인 2012.06.07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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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방송통신 서비스가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이끈 것은 애플과 구글의 운영체제(OS:operating system)다. 이는 기존의 이동통신 환경을 콘텐츠와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시키며 지하철 안에서의 풍경을 단숨에 바꿔놓았다. 현재는 유무선 환경을 아우르는 ‘N스크린 서비스’로 나아가는 중이다. 당분간 모든 방송통신 사업자의 꿈은 이를 선점하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만 팔던 삼성도 적극 가세한 것을 보면 N스크린 서비스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결국 모든 미디어서비스는 망 중립성 논쟁으로 집중되고 있다. 그만큼 기간 망 사업자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례로 지난여름 네이버가 야심차게 시작한 프로야구 생중계는 한 달여 만에 중단됐다. 서비스 개시 열흘 만에 이동통신망을 통한 동시 접속자가 2만 2000명에 이르자 망에 상당한 부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상파DMB 칩이 아예 탑재되지 않은 아이폰의 경우 망의 과부하가 더욱 컸을 테니, KT의 압박이 서비스 종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이처럼 IP망은 공간의 제약을 넘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지지만, 일정 수 이상의 실시간 동시 접속에는 무기력하게 다운되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 망사업자의 권한을 극대화한다. 이는 전 세계 인구가 동시 접속해도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방송망과의 결정적 차이다.

그런 KT가 지상파DMB 이용자가 많은 국내 환경을 고려해 아이폰 지상파DMB칩 탑재 검토를 하던 기조를 접었다. 지난해 쏟아져 나온 지상파 N스크린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때문이다. 깐깐한 애플을 설득해 DMB칩을 탑재하기 보다는 이용자들의 N스크린 서비스 이용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그로 인해 하이브리드형 스마트DMB 앱은 안드로이드폰에서만 제공되고 있다.

방송 공급자의 입장에서 DMB와 같은 기존의 방송사업은 많은 인프라 투여, 규제 비용 등을 필요로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는 광대역망 이용료와 콘텐츠 서버를 구비하면 되기 때문에 경제성이 높다. 더구나 지상파처럼 킬러콘텐츠를 직접 갖고 있는 방송사업자라면 저작권 등 별도의 비용 부담이 적기 때문에 손쉽게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이는 통신사의 스마트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다. 만약 무제한 요금이 사라진다면 이는 철저히 고립되는 방송서비스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방송사업자의 권한은 이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 밖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쏠림 속에서 지상파DMB 서비스에 대한 관리 소홀과 이용자 이탈이 발생되고 있어 추후 이동통신망 의존성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가 피처폰, 차량 내비게이션을 통해 지상파DMB를 보고 있는 이용자들의 편익까지 위협할 것이라는 점은 우려를 더해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 N스크린 서비스의 대표 격인 ‘훌루’ 운영진은 한국 지상파DMB 현황을 돌아보고 갔다고 한다. 훌루가 지상파DMB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통신망 부담이 없는 방송기술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 모바일TV ‘ATSC-M/H’가 개통되면 현재의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 서비스의 보완재로 모바일TV를 활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일찍이 방송과 통신망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DMB’ 논의가 나왔지만, 많은 장애를 겪고 있는 국내 상황과 큰 차이가 있다.

▲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
망 중립성 논쟁을 통해 망의 공공재적 성격을 끝없이 강조한다해도 완전한 의미의 공유는 현실 가능성이 적다. 통신사업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자사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망의 공유 전략, 요금정책을 고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더 늦기 전에 지상파DMB서비스 관리 유지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지상파DMB서비스의 유지는 국민의 공공서비스 안정화 요구와도 맞닿아 있다. 눈앞에 보이는 신기루 앞에서 제 살 깎아먹기 식의 과오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핵심은 균형감 있는 접근에 있다. 지상파DMB서비스에 대한 현업인들의 자각,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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