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중앙일보의 범죄행위, 용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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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능희 전 MBC 〈PD수첩〉 ‘광우병’ 편 CP

▲ 조능희 전 MBC CP. ⓒ언론노조
2008년, 미국시민 아레사 빈슨은 흔히 광우병이라 불리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 진단을 받은 뒤 사망했다. 검찰은 이 내용이 담긴 의료소송 소장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중앙일보〉 기자에게 “빈슨의 유족이나 의료진 모두 vCJD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거짓말을 흘렸다.

〈중앙일보〉는 사실 확인이나 반론권보장 없이 단독보도를 냈고, 파장은 컸다. 아레사 빈슨의 인간광우병 사실을 보도하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은 ‘거짓보도’라는 오명을 얻었다.

그러나 〈PD수첩〉이 광우병 보도를 둘러싼 정부여당과의 소송에서 모두 승소하면서, 무리한 기소로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려 했던 검찰, 그리고 잘못된 보도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린 언론인이 심판대에 서게 됐다. 〈PD저널〉은 〈PD수첩〉 ‘광우병’편의 CP로서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려 했던 각종 소송에 맞서온 조능희 PD를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MBC에서 만났다.

- 〈PD수첩〉 ‘광우병’ 편을 둘러싼 소송에서 전부 승소했다. 소감은.
“2008년 방송 직후 제일 먼저 반응이 온 곳이 청와대였다.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다. 누구든지 소송할 권리가 있다고 답했고, (소송을) 걸어오면 응하겠다고 했다. 여당 의원과 친여 단체 등이 민사소송으로 43억여 원을 청구했고 정부는 정정반론에 형사소송까지 했다. 형사소송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소송도 대법원에서 100% 기각될 줄 알았다. 처음부터 소송은 정치적인 쇼였다. 조중동과 검찰이 언론플레이를 통해 〈PD수첩〉을 흠집내기위한 소송이었다. 당시 〈PD수첩〉이 국민을 선동하고 잘못 보도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데는 상당히 성공했다고 본다. 그것은 본인들도 만족할 것이다.”

- 제작진이 검찰과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PD수첩〉에 대한 지난 탄압은 대한민국 언론자유를 가늠 하는 중요한 분수령이자 초유의 사건이다. 소송을 도와준 변호사와 언론학자, 언론단체 분들이 꽤 되는데 다들 조중동의 패악질을 넘어갈 수 없다고 봤다. 워낙 왜곡보도가 많아 일일이 대응해서 기록에 남기자는 분도 있었다. 사실 프로그램에 집중해야 할 PD가 언론사와 검찰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권력을 감시해야 할 기자가 권력과 야합해 조작 기사를 냈다. 언론이 권력의 언론탄압을 도와준, 언론의 기본을 져버린 사건이었다. 토론과 논쟁으로는 이런 비열한 유착관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또 후배 언론인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 이번 소송상대로 〈중앙일보〉 기자와 대표, 검사 다섯 명을 지목한 배경은.
“〈중앙일보〉는 자사의 권위를 이용해 국민여론을 호도했다. 우리에게 반론기회도 주지 않았다. 검찰의 경우 소송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가 있다면 법정 윤리 상 재판부에 제출해야 했지만 서류를 입수하고서도 재판 마지막 날에야 제출했다. 검찰은 (아레사 빈슨의 인간광우병 진단 사실을) 알면서도 기자에게 거짓말을 했다. 이건 범죄행위다.”

- 이번 소송에서 얻고자 하는 게 있다면.
“허위·왜곡보도를 하고서도 아무 일 없었던 듯이 책임감을 못 느끼는 언론인의 관행을 깨트리고 싶다. 검찰과 유착된 언론보도로 피해 받은 이들이 수 없이 많다. 검찰이 강한 이유는 수사권과 기소독점권을 갖고 있어서만이 아니다. 검찰에 빌붙어서 대서방(대필) 노릇을 하는 앵무새 보도 때문이다. 자기(검사)들에게 이른바 ‘빨대’를 대고 있는 해바라기 같은 기자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어 맘대로 여론을 몰아갈 수 있어 강한 거다. 언론계는 지금껏 검찰과 언론의 유착관계에 대해 너무 관대했다.”

조능희 PD는 〈PD수첩〉 광우병 보도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전 과정을 정리해 곧 책으로 낼 예정이다. 수년 전 〈PD수첩〉에 악의적인 기사를 썼던 한 기자는 조능희 PD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남겼다고 한다. “몸은 조중동에 있지만 마음은 〈PD수첩〉에 있다.” 그러나 잘못 놀린 펜은 결국 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PD수첩〉 제작진은 〈중앙일보〉외의 다른 매체의 경우도 기록을 갖고 있어 이후 추가적인 소송을 고민 중이다. 조 PD는 “앞으로 조중동 상대로 소송만 해도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며 농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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