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학자들 “종편 퇴출 가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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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자들 “종편 퇴출 가시권”
[미디어클리핑] 리얼리티쇼, 한국은 ‘편해야’ 뜬다
  • 정철운 기자
  • 승인 2012.06.20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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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자들이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스스로 퇴출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조선(TV조선)·중앙(JTBC)·동아(채널A)·매일경제(MBN)가 재방송도 모자라 최근 값싼 해외 프로그램으로 방송을 편성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종편의 존재 이유가 사라졌다는 점에서다. <경향신문> 21면 기사다.

만성 적자속 시청률 0% 고착화 … 매각도 쉽지않을 듯

▲ 경향신문 21면 기사.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19일 “종편이 최근 선보인 콘텐츠는 돈 없이 쉽게 만들 수 있는 뉴스나 다큐멘터리 외에 재방송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며 “종편의 출범 취지가 무색해진 만큼 방통위는 책임을 지고 합병시키거나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에 따르면 종편은 재방송 비율이 하루 평균 50% 이상을 넘어선 지 오래다. 종편은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과 마찬가지로 의무편성의 10번대 황금채널을 배정받았다. 그러나 지난 주말 방송편성을 보면 TV조선은 26개 중 13개, JTBC는 22개 중 14개, 채널A는 21개 중 14개 프로그램이 ‘재방송’이었다. 뉴스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재탕·삼탕으로 나가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의무편성 비율에 못 미치고 있다.

시청률 0%대 고착화도 우려되고 있다. 미디어 조사기관에 따르면 전국 종편의 하루 평균 시청률은 종편 4사 모두 1%를 넘기기 어렵다. 파업으로 지상파가 파행방송을 겪을 때도 KBS와 MBC는 4~8%대를 기록했다. 현재 종편은 드라마 제작은 축소하고 프로그램이 종영돼도 신규 프로그램 편성을 포기하고 있다.

출범 6개월 만에 퇴출론이 제기되는 것은 종편의 재정압박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종편 4사의 최초 납입자본금은 3000억원 규모인데, 광고 매출이 당초 예상에 한참 못 미치는 데다 종편의 한 해 적자폭이 600억~1200억원에 이르러 자본잠식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TV조선은 최근 드라마 신규 제작을 중단키로 하고 투자 축소와 함께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얼마 전 월드컵 예선전을 단독 중계한 JTBC도 수십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조·중·동·매경 종편 중 1개 채널 정도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종편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다보니 (CJ와의) 매각·합병설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종편의 매각·합병도 쉽지 않다는 게 방송계의 분석이다. 세계경기 침체로 경쟁력은커녕 광고시장조차 흡수할 여력이 없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숭실대 김민기 교수는 “보도 기능이 없는 드라마·영화·스포츠였다면 모를까, 조·중·동의 DNA를 갖고 있는 종편들이 매각 또는 합병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투자가 없으니 좋은 프로그램이 나올 수 없고 시청률이 떨어지니 광고도 없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스스로 명예로운 퇴로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3단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단일안 논의 활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8월7일)와 KBS 이사회(8월30일)의 이사진 임기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낙하산 사장’ 방지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한겨레> 15면 기사에 따르면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대선을 앞두고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방송 파업의 원인인 정치권력의 방송 장악 악습이 되풀이된다며 단일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 한겨레 15면 기사.
기사에 따르면 공영방송 ‘낙하산 사장’은 일차적으로 대통령 직속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구조에 원인이 있다. 방통위 위원은 정부·여당 몫이 3명에 야당 몫이 2명인데, 방통위는 KBS 이사회(11명) 이사진에 대한 추천권과 방문진(9명)의 임명권을 쥐고 있다. 현재 이사진의 여야 구도는 방문진이 6 대 3, KBS가 7 대 4다. 사장 추천권을 지닌 두 공영방송 쪽 이사진이 거수기 역할을 하면 필연적으로 ‘낙하산 사장’이 앉을 수밖에 없다.

언론 시민단체들 안은 따라서 두 방송의 이사진 구성에서 방통위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민언련은 두 이사회의 규모를 11명으로 통일하고 이사 추천권을 다변화하는 안을 마련했다. 여야 정당이 3명씩 모두 6명을 추천하고, 방통위가 3명, 해당 방송 구성원들이 2명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또 사장추천위원회를 만들어 공영방송 이사회와 같은 비율의 의결권을 주는 내용도 들어 있다.

언론연대가 주도하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네트워크)는 방통위의 이사 추천권을 아예 없애고 국회에서 여야가 6명씩 모두 12명을 추천하는 안을 내놓았다. 네트워크 쪽 안 마련에 참여한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권력을 비판·감시해야 하는 방송사의 이사 선임에 대통령 직속기구인 방통위가 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방통위를 배제해야 낙하산 사장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사장 선임은 사장추천위를 거친 뒤 이사회의 과반 의결이 아닌 4분의 3의 동의를 얻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런 특별다수제는 일본 공영방송 NHK의 사장 선임 방식이다.

언론노조도 공영방송 이사의 여야 동수 추천과 사장 선임 특별다수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 언론 단체 세 곳은 이번주부터 단일안 협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들은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의 자격 요건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18일 ‘방송사 낙하산 방지법’을 발의했다. 남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는 방문진 이사를 여·야·방통위가 각각 3명씩 추천하는 내용이 담겼다.

연합, 노사 본격대화로 ‘숨통’
YTN은 징계 속 입장차만 확인


파업이 100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연합뉴스>와 YTN의 상황이 엇갈리고 있다. <한겨레> 15면 기사에 따르면 19일로 파업 97일째를 맞은 <연합뉴스>는 지난 5일부터 노사가 본격적인 대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파업이 곧 풀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사쪽이 특파원 가운데 유일하게 파업에 참여한 양정우 멕시코 특파원에 대한 소환령을 잠정 보류하고 대화에 응하면서 갈등이 한결 누그러졌다.

노사는 지난 5일부터 거의 매일 만나 공정 보도를 위한 기구 설치, 파업 참가자 징계 및 업무 복귀자에 대한 처우, 방송채널인 <뉴스Y> 파견·지원 문제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병설 노조위원장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며 “아직 가합의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사쪽이 좀더 전향적 태도를 보여준다면 이번 주 안이라도 타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YTN은 전망이 어둡다. 지난 3월8일 임금·단체협상 결렬로 파업이 시작된 이래 104일 동안 일정 시한을 두고 벌여온 파업이 9단계에 이르고 있다. 지난 15일 머리를 맞댄 노사는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본격적 협상은 시작조차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쪽이 임단협이 진행 중인 지난 19일 김종욱 노조위원장, 하성준 노조 사무국장, 임장혁 공정방송추진위원장 등 3명을 중징계하면서 분위기가 경색됐다. 노조는 이번 주 협상 상황을 지켜본 뒤 10단계 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조갑제 책 펴든 이한구 "간첩출신 정치인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19일 극우 논객 조갑제씨의 책을 인용해 "(야당에) 종북주의자나 간첩 출신 정치인이 있다"는 주장을 펴 야당이 강력 반발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일보> 4면 기사에 따르면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조씨가 최근 출간한 <종북백과사전>을 들어 보이며 "42페이지를 보니 민주통합당 당선자의 35%, 통합진보당 당선자의 62%가 국가보안법 위반 등 전과자라는 내용이 있다"며 "국회 전체로 봐서 당선자의 20%가 전과자이고, 이 비율이 18대 국회보다 2.5배나 증가했다고 돼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종북 퇴치법도 있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공동정책합의문 분석도 잘 돼 있다"며 "이런 자료를 보면서 앞으로 참 국회 운영하기가 예삿일이 아니겠다는 걱정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간첩 출신까지도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는 마당"이라고 말해 야권으로부터 "근거 없는 얘기를 한다"는 비난을 받았었다.

이 원내대표가 인용한 조씨의 책은 극우보수 시각을 바탕으로 민주통합당 18명ㆍ통합진보당 15명의 전ㆍ현 의원들을 종북(從北) 인사로 규정하고 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나 손학규 전 대표, 문재인 상임고문 등도 포함돼 있다.

야권은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조씨의 책을 여당 원내대표가 마치 경전이라도 되는 양 여과 없이 받아들여 제1야당을 무례하게 매도하고, 국회 내에서 자신의 편협한 시각을 여과 없이 드러낼 수 있는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리얼리티쇼, 한국은 ‘편해야’ 뜨고 미국은 ‘불편해야’ 뜬다

<동아일보>는 박유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팀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영미권 시청자는 평범한 사람들이 비장한 경쟁을 벌이는 리얼리티 쇼에 환호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캐릭터가 선명한 연예인들이 웃음을 주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좋아한다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 21면 기사.
연구내용을 옮긴 21면 기사에 따르면 서양의 리얼리티 쇼는 일반인들이 등장해 질투와 견제를 하고 술수를 써가며 경쟁해야 인기를 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질투나 견제 같은 불편한 감정의 기제들을 제거하고 현실을 반영한 캐릭터와 가족처럼 ‘협동하는 경쟁’의 요소를 갖춰야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예로 미국 CBS가 방송한 ‘서바이버’는 무인도에서 단 한 명의 생존자만 남을 때까지 계속 생존경쟁을 벌이는 프로그램인데 첫 시즌에 2007만 명의 시청자를 확보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출연자들 간 동맹을 맺거나 배신하는 장면, 상대방에게 욕하며 화내는 ‘리얼한’ 모습이 인기 요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이기려는 출연자들은 ‘비호감’으로 찍혀 지탄의 대상이 되기 쉽다. 2010년 방송된 Mnet의 ‘슈퍼스타K 2’에서 승부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팀워크보다 자신의 생존을 최우선시했던 참가자는 생방송 첫 번째 무대에서 탈락했다. 2011년 ‘슈퍼스타K 3’에서 1, 2등을 차지한 ‘울랄라세션’과 ‘버스커버스커’도 경연 내내 다른 팀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미덕을 보여 박수를 받았다.

영미권의 리얼리티 쇼가 기승전결 구조를 갖는 드라마라면, 한국의 쇼는 에피소드 중심의 시트콤에 가깝다.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극대화해 회마다 완결성을 지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KBS2 ‘1박2일’의 이수근은 위키피디아에 정리된 별명만도 15개다. MBC ‘라디오 스타’의 진행자 김국진은 ‘이혼의 아이콘’ ‘90년대 스타’라는 캐릭터로 정형화돼 있다.

국내 리얼리티 프로만의 또 다른 특징은 ‘가족’을 표상으로 내세우는 점. ‘무한도전’은 정준하와 ‘니모’의 결혼 발표에 ‘니모도 이제 무한도전의 가족입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KBS ‘남자의 자격’, ‘슈퍼스타K’는 고정 출연자 이외의 등장인물을 ‘손님’으로 소개한다. SBS ‘패밀리가 떴다’는 제목부터 ‘가족’을 강조했다.

2000년대 영미권을 중심으로 180개 이상 제작된 리얼리티 쇼가 곧바로 국내 TV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이유도 이 같은 문화 차이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의 이정안 연구원은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예의나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생존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여과 없이 수용되기 힘든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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