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젠 시청자들이 MBC 구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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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있는 공영방송은 존재 그 자체로 국민의 자랑이다. 영국 국민은 정부보다 공영방송 BBC를 더 믿는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실제로 영국 시청자들은 상업방송 ITV보다 시청률이 더 떨어지는 공영방송에 대해 신뢰와 애정을 보내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공영방송의 파행은 시청자의 불행이다. 정권의 낙하산 사장이 MBC의 자랑이자 유능한 PD와 기자 등 언론인들을 잇따라 해고라는 중징계를 내리는 파행은 충격적이다. 공영방송 내부의 문제를 넘어 시청자 권리에 대한 무례, 무시,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MBC가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된 그 배경에는 이번에 추가 해고된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 등 스타급 언론인들의 공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 해고된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해고자는 총 8명으로 늘어났다.

어느 조직이나 조직에 기여한 공로자를 한 칼에 베어버리는 잔인한 처분을 내리는 곳에 구성원의 단합과 애사심을 기대할 수 없다. 해고라는 중징계를 내리는 단호함과 달리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온갖 구구한 변명을 내세우고 있다.

▲ 지난 21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촛불집회‘김재철 퇴진 촉구 무한도전’에서 언론시민단체 회원들이 김재철 구속 수사 촉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는 지난달 17일 <뉴스데스크> 톱뉴스로 권재홍 보도본부장의 부상 소식을 전하면서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노조원들의 퇴근 저지를 받는 과정에서 신체 일부에 충격을 입어 방송 진행을 할 수 없게 됐다”며 “차량 탑승 도중 노조원들의 저지 과정에서 허리 등 신체 일부에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MBC 기자회와 영상기자회는 ‘해당 뉴스는 노조원들이 폭력을 행사해 권 본부장이 부상을 입어 진행을 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준 왜곡 허위 보도’라며 사측을 상대로 정정보도 및 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언론중재부의 조정심리에서 사측은 ‘과정’이라는 단어는 집회나 시위 내용을 보도할 때 쓰는 통상적인 단어이며 누가 위해를 가했는지 주체를 명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언론중재위원들의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지적과 함께 MBC 기자회와 영상기자회의 입장을 실으라는 합의 중재안도 거부했다고 한다.

보도내용에는 이미 ‘차량 탑승 도중 노조원들의 저지 과정에서 허리 등 신체 일부에 충격을 받았다’고 표현해서 시청자들은 통상적으로 권본부장이 노조원들의 저지과정에서 신체 일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해고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할만큼 단호함과 엄격함을 적용한다면 이 보도는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권 본부장이 사건 이후 직접 사측 특보 인터뷰를 통해 ‘신체적 접촉은 없었고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고 밝혔던 것은 그 당시 정황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고백이다. 더 심각한 사실은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MBC 시청자 평가원인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의 비평 리포트를 못하게 한 점이다.

시청자의 알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개정된 방송법에 따라 시청자 비평 프로그램에까지 재갈을 물린 MBC의 행태는 법으로 보장된 시청자의 권리를 묵살한 사건이다. 김 교수는 지난달 17일 MBC 9시뉴스데스크 톱 뉴스로 내보낸 권재홍 보도본부장 부상 관련 뉴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뉴스를 사유화한 관련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고를 썼지만 MBC 옴부즈맨 프로그램 <TV 속의 TV> 방송 녹화 당일인 지난 4일 “이런 내용으로 방송을 할 수 없다”며 수정을 요구받았고, 이를 거부해 결국 방송 불가 통보를 받은 바 있다.

▲ 김창룡 인제대 교수
MBC 공영방송은 국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 해고, 정직 등 중징계를 당한 언론인 한 명 한 명은 MBC가 자랑할 만한 유능한 언론인들이다. 정치권을 배후 지지세력으로 한 줌의 권력을 휘두르며 인사권을 남용하는 공영방송 MBC 구하기에 시청자들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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