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진의 음악다방] 대중음악의 지역 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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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버스커 버스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다가 그들이 천안 상명대의 재학생이고, 사실은 멤버가 세 명이 아니라 여럿이 속한 사회적 기업의 형태라는 얘기를 들었다. 일종의 유닛인 셈인데 천안에 대학이 많아서 일종의 ‘씬’이라고 부를 만한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 얘기를 듣고 천안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홍대 바깥의 음악 씬에 관심이 특히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내가 속한 음악웹진 [weiv]에서 지역 씬에 대한 특집을 냈다. 흔히 한국의 대중음악이라고 하면 ‘홍대 앞 인디 씬’만을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그에 대한 문제의식이 기반이 되었다. 여기엔 개인적인 경험이 주요했는데, 85년부터 94년까지 인천에서 살면서 당시 열린 헤비메탈 밴드 공연을 수시로 접했던 게 이유였다. 대학교에 입학한 94년 이후엔 안산에 있으면서 그곳의 클럽들을 접하기도 했다.

그 즈음 홍대 앞에서 뭔가가 벌어진 것은 간접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2000년 이후 [weiv]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내 인천에 대한 역사, 같은 것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버스커 버스커에 대한 정보들과 [weiv]의 기획이 자극하는 건 모두 지역성에 대한 관심의 연장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있는데 언젠가 다시 정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버스커버스커 ⓒMnet

나는 지역에 대한 관심이 서울의 수혜 같은 것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건 누구나 동의하는 문제일 것이다. 반대로 지역의 고민이 서울을 지향해도 안 된다고 본다. 이건 지역의 일부 활동가나 기획자들의 문제이기도 한데, 서울의 물적, 인적 토대에 비해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할 기반이 없다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가장 이상적인 건 서울과 지역의 차이를 무시한 채, 모두 지역의 사람들로서 교류하는 것이다. 홍대 앞의 기획자들은 부산과 인천, 천안의 기획자들과 동등하게 교류하는 것.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러기 위해선 보다 거시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조건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요컨대 대중음악의 지역 씬은 정치적인 문제다. 물론 다소 애매한 발상일지도 모르지만 제주의 관광 상품과 음악을 결합한 ‘GET(Great Escape Tour) 제주’를 생각하면 현실적인 고민이 아닐까 싶다. 포탈사이트 다음, 넥슨의 지주회사 NXC, 대안공간 닐모리동동에서 후원하는 이 행사를 제주시가 지원한다면 보다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이것은 영화제 같은 대형 행사가 시의 위상을 세워준다고 믿고 있는 공무원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건 실적으로 시 행정의 운영을 판단하는 관행과도 연관되는 일이다. 그러니까 한 지역의 문화를, 그 나름의 역사를 복원하고 계승하는 건 정치적인 구조의 변환에서 비로소 가능해지는 일이다.

아무튼 대중음악에서 지역의 문제는 내게 좀 더 많은 고민을 던져준다. 시간과 조건만 갖춰진다면 지역의 씬을 지속적으로 정리하고 이에 관해 고민하는 사람들과 연대하고 싶다는 생각이 깊다. 내가 바라는 건 지역의 음악가들이 굳이 서울에 올라올 필요 없이 그곳에서 창작과 생활을 영위하면서 지내는 것이다. 그래서 광주에서 발매된 씨디를 서울에서 구입하고, 전주에서 시작된 전국투어를 서울에서 볼 수 있다면 좋겠다.

▲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
이것은 시장과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공동체와 전국 규모의 정책이 얽힌 문제다. 그러니 언젠가 지역의 음악가들이 서울을 부러워하지 않는 날이 오도록, 정치 참여와 투표를 열심히 해야겠다. 이상한 결론일지 모르지만, 솔직히 나는 이것 말고 더 합리적인 대안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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