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디어 종편은 ‘장밋빛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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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국 7개월째, 재방송 비중 절반 이상…방통위 ‘허술’ 심사 논란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공개한 종합편성채널 심사 백서에 따르면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까지 고작 이틀의 시간이 남았던 지난 2010년 12월 29일 종편심사위원회가 종편채널 희망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견청취에서 TV조선(당시 CSTV) 오지철 대표는 이렇게 강조했다.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적극 개척하겠습니다.”

그러나 종편채널 개국 7개월 차인 6월 셋째주(17~24일) TV조선 편성표는 당시 공언과 달리 재방송으로 가득했다. 이 기간 동안 방송된 179개 콘텐츠 중 93개(51.59%)가 재방송이었던 것이다. 이런 현실은 비단 TV조선만의 것은 아니다. <PD저널> 집계 결과 같은 기간 동안 채널A와 JTBC의 재방송 비중은 각각 56.47%, 50.28%였다. 조선·중앙·동아 종편채널 모두 재방송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기고 있는 것이다.

토·일요일의 재방송 비중은 전체 재방송 비중을 훨씬 웃돌았다. 이런 모습은 특히 TV조선에서 두드러졌는데, 토요일의 재방송 비중은 56%였으며 일요일은 무려 73.91%에 달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24일 TV조선이 새벽 5시부터 익일 새벽 2시까지 편성한 23개 프로그램 중 본방송은 정오뉴스(낮 12시), TV조선 스포츠 <2012 K리그>(오후 4시), 주말드라마 <지운수대통>(저녁 7시), TV조선 뉴스 <날>(저녁 8시), 일본드라마 <체인지>(10회(자정)·11회(새벽 1시) 연속방송) 등 6개뿐이었다. 그나마 뉴스 보도와 스포츠 생중계, 외국 콘텐츠 등을 제외하면 TV조선 자체 콘텐츠는 드라마 한 편이 전부다.

채널A의 토·일 재방송 비중도 각각 66.66%, 64%로 전체 재방송 비중을 웃돌았을 뿐 아니라, 토요일의 경우 본방송 된 6개 콘텐츠 중 보도와 미국 드라마를 제외한 자체 콘텐츠 역시 교양과 예능프로그램 2개에 그쳤다. JTBC의 토·일 재방송 비중도 각각 68.18%, 54.16%를 기록했으며, 본방 콘텐츠 7개 중 보도·수입 콘텐츠를 제외한 자체 콘텐츠는 예능 2개와 드라마 1개 등 3개뿐이었다.

MBN의 경우 재방송 비중은 41.27%로 종편채널 4사 가운데 가장 적었다. 이는 낮 시간 대부분을 보도 프로그램으로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종합편성’ 채널의 모습이 아닐 뿐 아니라, 과거 보도채널 시절의 MBN과의 차별성에서 의문을 자아낸다. 또 상대적으로 보도 프로그램 편성이 적은 토·일의 재방송 비중은 각각 52%, 73.07%로 다른 종편채널과 비슷하거나 많았다.

문제는 이런 현실이 국내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육성하겠다며 출범한 종편채널 설립 취지는 물론, 이런 취지에 부합한다며 이들 종편채널에 사업을 승인한 방통위의 심사 결과와 전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종편심사 백서에 따르면 이들 종편채널은 심사위원 개인의 의견이 개입할 수 있는 비계량 항목인 콘텐츠산업 육성 지원계획(40점)에서 경쟁자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콘텐츠산업 육성 계획의 우수성(20점)과 콘텐츠산업 기여 계획의 우수성(20점)으로 구성된 이 항목에서 TV조선과 채널A는 각각 35점, 34.91점을 받았다. JTBC는 34.27점, MBN도 33.19점을 받았다. 반면 탈락 사업자인 케이블연합종편과 HUB는 각각 29.19점, 32점에 그쳤다.

마찬가지로 비계량 항목이었던 방송 프로그램 기획·편성계획(90점) 항목에서도 TV조선(78.45점), JTBC(78.27점), 채널A(77.1점,) MBN(73.82점)은 탈락 사업자인 케이블연합종편(63.37점), HUB(68.99점)을 크게 앞섰다.

박영선 언론개혁시민연대 대외협력국장은 “종편채널이 당초 약속했던 부분을 이행하지 않는 데 대해 방통위는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장밋빛 허상을 약속해도 이를 검증하거나 이후 허가 취소 등의 제재 장치를 만들지 않은 것 자체가 국민을 기만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향후 재허가 심사 시 작금의 종편채널에 대한 사업 연장 등 재허가 불허는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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