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의 핵무장과 한반도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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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독설로 우리에게 알려진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전 맥킨지 아태회장은 일본의 세계적 경영 컨설턴트다. 그런데 그가 MIT 원자력공학 박사이자 핵전문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1970년 일본 핵무장의 토대가 되는 고속증식로를 설계했다.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일본은 준(準)핵보유국이다. 일본은 90일 안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놀라운 발언을 했다.

핵무장은 일본의 염원

일본은 핵무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일본은 표면적으로는 1968년 ‘핵무기를 제조·보유·도입하지 않는다’는 비핵화 3원칙을 발표한 이래 이 정책을 천명해 왔다. 사토 에이사쿠 수상은 이 공로로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다. 그런데, 사토 수상은 같은 시각 ‘핵무장가능성 검토 비밀보고서’를 만들게 하여 핵무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전형적인 일본의 이중성이었다.

핵무장 보고서 작성 책임자는 방위청장관이었던 나카소네 야스히로였고, 실무책임자는 이토 히로부미의 손자였다. 후일 총리가 된 나카소네 야스히로는 1955년 원자력기본법안을 입안한 일본 원자력의 주역이었다. 원자력기본법안의 예산이 2억3500만엔이었는데, 나카소네는 우라늄 235를 겨냥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핵무장의 염원을 드러낸 것이었다.

1950년대말에 등장한 전범 출신인 기시 노부스케 수상은 취임하자마자 원자력발전소를 첫 방문지로 삼았다. 그는 “현행 헌법하에서도 핵무기 보유는 가능하다”며 핵무장의 의지를 솔직하게 밝혔는데, 이 발언은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가 되었다.

수상이 된 나카소네는 1982년 레이건 정부와 플루토늄 규제 대폭 완화, 핵연료 재처리시설, 고속증식로, 우라늄 농축시설 건설 등을 가능케한 ‘미일원자력협정’을 개정하여 플루토늄 대량보유의 길을 열었다. 일본의 숙원사업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이후 핵무장을 향한 일본의 발걸음은 탄탄대로였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핵무기 5천여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30톤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무기급 플루토늄의 생산이 가능해 ‘꿈의 원자로’로 불리는 몬주 고속증식로의 가동도 일본 최고재판소는 합법화해주었다.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일본 핵무장의 선택권은 미국이 쥐고 있어

일본은 왜 이렇게 핵무장을 향해서 달려오고 있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일본 내적 논리 때문이다. 아직까지 일본은 전범국가다. 일본 우익인사들은 전범국가를 벗어나 보통국가, 자립국가로 가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자립국가를 향한 일본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정치적으로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고, 군사적으로는 핵무장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은 이 두 가지 목표를 향해서 끊임없이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는 외부 안보경제 환경변화다. 사실 일본이 패전직후 원자력기본법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미국 때문이었다. 1953년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일본에게 원자력 기술을 이양한다. 원자력 기술을 팔아 미국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이 일차적 요인이지만, 군사적으로는 소련 핵실험 성공(1949년)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소련을 봉쇄하기 위한 방파제로서 일본이 필요했던 것이다.

사토 수상시절의 핵무장 보고서 역시 중국의 핵실험 성공(1964년)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이제 다시 G2인 중국의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 일본의 경제침체와 센카쿠 열도 분쟁이 노골화하면서 핵무장을 향한 자양분이 쌓여가고 있다. 결국 일본 핵무장 여부는 중국의 위협 크기에 따라 최종적으로 미국이 판단하게 될 것이다.  

▲ 박건식 MBC PD
최근 미국은 한미일 안보동맹을 축으로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사일 방어전략(MD)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전략에 일본과 한국이 편입되고, 일본이 핵무장을 다져가는 동안 한국은 완충지대(범퍼)역할에서 벗어나 대중국 전초기지로, 전쟁터로 점점 몰려가고 있다. 평택이 그렇고, 제주해군기지가 그렇다.  

또, 미사일 방어전략(MD)의 본격적인 실행파일이라고 할 수 있는 한일 군사정보협정이 국무회의를 몰래 통과하고, 한반도의 병참기지화를 불러올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이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서해안의 파고가 점점 높아만 간다. 

박건식PD는 ‘끝나지 않은 비밀 프로젝트- 일본의 원폭개발’편(2005년)을 방송하여, 방송위원회 ‘이 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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