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무서운 공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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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무서운 공포소설
[이재익 PD의 chat&책]
  • 이재익 SBS PD
  • 승인 2012.07.09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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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스즈키 코지, 황금가지)
한국공포문학단편선(황금가지)
이재익 SBS PD·소설가

여름이다. 공포장르의 대목이랄까. 눈을 가려가면서 공포영화를 보는 재미만큼 페이지를 겨우 넘기며 공포소설을 읽는 재미도 대단하다. 아니, 오히려 더 무서운 쪽은 소설일 지도 모른다. 인간의 공포심이란 상상에서 출발하는데, 소설이 영화보다 상상이 개입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정말로 무서운 것은 괴물이 아니라 괴물이 숨어있을 지도 모르는 어둠이지 않은가. 나눠읽고 싶은 공포소설을 몇 권 소개해보겠다.  

▲ 링(스즈키 코지, 황금가지)
#링 - 스즈키 코지

이 책을 빼고 공포소설을 이야기하는 건 영미희곡을 다루면서 셰익스피어를 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정말 무섭고, 정말 잘 썼다. 공포소설이 공격당하는 두 가지 포인트가 ‘나는 별로 안 무서운데?’와 ‘얘기는 재밌는데 글을 너무 못 썼다’인데 이 소설은 무섭고, 잘 썼다.

공포소설을 귀신이 나오는 소설과 안 나오는 소설로 구분한다면 귀신이 나오는 공포소설 중에서는 단연 최고. 

#샤이닝 - 스티븐 킹

스티븐 스필버그가 대단한 감독이라고 따로 찬사를 보낼 필요가 없는 것처럼 스티븐 킹이 대단한 소설가라고 찬사를 보낼 필요는 없다. 정말 수많은 소설을 썼고 수많은 영화로 만들어졌다.

공포장르가 아닌 소설도 여러 편 썼으나 역시 스티븐 킹하면 공포소설이다. 스티븐 킹의 책 중에서 <미저리>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소설. 스탠리 큐브릭이 영화로 만들었는데 영화 역시 후덜덜하다.

딱히 추천하고 싶은 번역본이 없으니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원서로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나도 전공이 영문학이 아니었다면 원서로 찾아보지는 않았겠지만...... 

#검은 집 - 기시 유스케

21세기 들어와서 소설과 영화에서 각광(?)받고 있는 사이코패스를 가장 잘 표현한 소설이 아닌가 싶다.

이 소설이 출간된 해가 벌써 15년 전인 1997년이라는 점에서 본격적인 ‘사이코패스 호러물’의 시조와도 같은 작품이랄까. 전개가 약간 더딘 점도 있으나 오히려 조여드는 공포를 충분히 느끼게 해주는 작용도 한다. 초현실적인 요소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무서운 상상을 하게 만든다.

사건보다는 캐릭터로 승부하는 소설인데, 정말 무서운 지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도 이런 사이코패스가 있다는 사실이다.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그리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시한폭탄 같은 인간들이 내 곁에 있다고 생각해보라. 으악. 

▲ 한국공포문학단편선(황금가지)

#모텔탈출기 - 박동식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공포소설 장르가 발달하지 못했다. 공포소설을 표방하는 소설도 드물뿐더러 그 수준도 안타까울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황금가지’(민음사)에서 꾸준히 발간하고 있는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 시리즈가 공포소설 장르의 명맥을 잇고 있다. 현재 5편까지 발간되었고 여기 소개한 '모텔 탈출기’라는 작품은 첫 번째 시리즈에 실려 있다.

문학적인 성취나 문장을 눈감아준다면, 한국소설에서 보기 어려운 기발함이 있는 소설이다. 단, 전형적인 하드고어물이니 역한 내용을 싫어한다면 보지 마시기를.

#섬집아기 / 좋은 사람 - 이재익

▲ 이재익 SBS PD·소설가
그렇다. 내가 쓴 소설이다. 2010년에 출간한 단편집 <카시오페아 공주>에 다섯 편의 중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데 그 중 ‘섬집아기’와 ‘좋은 사람’이라는 소설이 공포소설이다.

<심야버스괴담>이라는 장편소설도 공포소설이긴 한데, 내가 썼지만 정말 별로다. 위의 두 편은 감히 우리나라 공포 소설 중에서는 제일 나은 수준이 아닌가 싶다. 너무 뻔뻔한가? 내년쯤 끝내주는 공포소설(물론 장편)을 한 편 써보고 싶은 욕심이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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