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도청 의혹’ 문방위원장 용납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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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교 의원이 19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한선교 의원이 누구인가? 18대 국회 문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위원들의 질의를 가로막고 수신료 인상안을 날치기한 장본인이다.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출범을 앞두고 군소매체 등 언론계 전체의 공존을 위해 하루 빨리 미디어렙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던 시절에는 “미디어렙법 입법을 안 하면 모두가 좋은 것 아니냐”며 노골적으로 종편을 편들었다. 그리고 그는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이른바 ‘도청 의혹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다.

수신료 인상을 놓고 여야의 대립이 첨예하던 지난해 6월 24일, 그는 문방위 회의석상에서 “틀림없는 발언 녹취록”이라며 전날 민주당 비공개 최고의원회의 녹취록을 직접 흔들며 공개했다. 도청인지 여부를 밝히라는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자 “설령 도청이라 하더라도 면책특권 때문에 조사대상이 안 된다”며 도청을 자인하는 듯 한 말을 하고는 회피성 외유를 떠나 경찰수사에 불응했다. 그런 그가 19대 국회의 문방위원장이 된 것이다.

그의 내정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언론노조를 비롯한 시민 단체들에서 강력히 반발했고 야당의 한 의원은 “도둑질한 분을 재판장으로 앉히겠다는 식”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판했다. 그럼에도 한선교 의원은 6개월 동안 모든 비판을 받아 온 자신이 오히려 “도청 의혹의 최대 피해자”라며 “딱 버티고 앉아 지키겠다”고 호언했다.

도청 의혹 사건은 야당의 비공개 회의 내용이 그대로 여당에게 전달된 사건이다. 또한 녹취와 전달의 당사자로 공영방송인 KBS가 지목되고 있다. 사실이라면 언론의 윤리적 책임은 물론 법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다. 물론 한선교 의원의 말처럼 이 사건의 진실은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 어쩌면 그 때가 한선교 의원이 문방위원장에 앉아있는 때일 수도 있다.

한선교 의원은 자타공인 ‘친박’이다. 혹시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런 인물이 문방위에 있어야 정권 창출에 유리하다’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국기를 문란하게 한 사건의 의혹 당사자가 그 의혹을 풀어야할 국회 상임위의 위원장이 된 것은 ‘정치적 책략’이라는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한 의원이 문방위 위원장을 맡는 한 그의 모든 말과 행동에 대해 불공정 시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런 상황이 자신들에게 이롭기만 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이제라도 한선교 의원은 문방위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새누리당과 한선교 의원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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