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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경= 배은실 통신원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불법 DVD의 천국하면 중국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지하철 역 부근에서 한장에 몇천원에 판매되는 DVD 역시 중국산이다. 그런데 요즘 베이징에서는 DVD샵 찾기가 쉽지 않다. 그 많던 가게들이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더니 이제는 한참을 가야 간신히 가게 하나 발견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한편 DVD샵 몰락과 함께 영화관이 급증하는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011년 중국 전역에 803개의 영화관이 신축되었고, 3030개의 스크린이 신규 설치되었다. 즉 하루 평균 8.3개의 스크린이 증가한 셈이다.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소비자들이 넓은 스크린과 빵빵한 서라운드 음향에 기꺼이 지갑을 열면서, 부동산 및 석탄 에너지기업들이 앞 다투어 영화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 중 완다필름은 IMAX와 계약을 체결하고 2014년까지 최소 75개의 IMAX영화관을 신축할 계획이다. 스마오는 2011년 최소 10개의 영화관을 증설하고 75개의 스크린을 설치할 계획이며, 5년 내에 500개의 스크린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 퇴근 후 영화표 구매를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중국인들

이 밖에 한국계 영화관으로는 CGV와 메가박스가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고, 롯데시네마는 영화산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가파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국 스크린 당 인구비율은 20만명 당 1개로 8000명당 1개인 미국, 1만명 당 1개인 프랑스, 2만명 당 1개인 한국과 일본에 비하면 크게 뒤지는 상황이다. 다시 말하면, 중국 영화관 시장은 아직 불포화상태로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관 뿐 아니라 박스오피스 수입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07년 33.27억 위안(한화 5952억원)이던 박스오피스는 2011년 131.15억 위안(한화 2조 3462억원)을 기록했다. 그 기세를 몰아 2012년 상반기 박스오피스는 사상최고치인 77.4억 위안(한화 1조 3847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대비 35% 성장했고, 연말에는 180억 위안(한화 3조 2202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주목할 만한 것은 올해 상반기 관람수입 77.4억 위안 가운데 65%가 외화수입이라는 것이다. 중국 언론은 이 비율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중국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외국 영화사들에게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영화산업 성장은 상영 편수 증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영화 사상 최대로 총 141편의 영화가 상영되었다. 지난해 한해 상영된 영화편수가 약 200편임을 감안할 때 크게 증가한 수치가 아닐 수 있다.

상반기 영화 141편 가운데 외화는 38편이고, 그 중 대작 영화는 14편을 차지했다. 14편 가운데 12편이 박스오피스 1억 위안(한화 179억원) 이상을 기록했고, 4편이 5억 위안 이상, <타이타닉3D>는 최고치인 9.75억 위안을 기록했다. 이상 14편의 박스오피스 총액은 45억 위안으로 상반기 박스오피스 수입의 60%를 차지했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실은 상반기 상영된 38편의 외화 가운데 한국영화는 <만추> 한 편 뿐이고 박스오피스는 7500만 위안(한화 134억 위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북경=배은실 통신원/자유기고가
현재 중국 영화수요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영화관 역시 증가일로에 있다. 중국정부는 중국영화 진흥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소비자인 중국 서민들은 오히려 외화에 열광하고 있다. 하드웨어는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채울 양질의 콘텐츠가 부족한 지금은 기회가 분명하다. 이제는 중국인들의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중국 영화시장을 공략해야할 때다. 비록 지금은 극장가에서 한국영화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언젠가 한국영화가 중국 극장가를 수놓는 그날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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