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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선 PD의 음악다방]

20세기에 가장 성공한 대중가수, ‘록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세상을 떠난 지 8월 16일로 35주기가 된다.

생존 당시 뿐 아니라 사후에도 엘비스에 대한 얘기는 분분했다. 최고의 가수였지만 인기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항상 조바심을 느꼈으며, 내성적인 성격에 너무 고독한 나머지 약물을 남용하게 됐다는 것, 매니저에게 착취를 당했다는 것 등등 여러 뒷말이 무성했다.

심지어는 “엘비스는 살아있다”라는 가설 아래, 그가 죽던 날 프레슬리처럼 생긴 누군가가 멤피스를 떠나는 걸 봤다든지, 사망증명서의 서명 필체가 엘비스 자신의 것이라는 주장, 관의 무게를 달아보니 체중의 합과 맞지 않았으므로 거기에는 밀랍인형이 들어있었을 것이라는 등의 갖가지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 엘비스 프레슬리
고인이 된 유명인에 대한 평가를 긍정적으로 내리는 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유산을 곱게 포장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그가 남긴 ‘벤처정신’이다. 1953년 어느 여름날 엘비스는 4달러를 손에 쥐고, 멤피스에 있는 선 스튜디오에 가서 레코드를 취입하고 싶다고 말한다.  

스튜디오 직원이 당신 노래는 어느 가수의 스타일과 비슷하냐고 묻자, 그는 “나는 그 누구와도 비슷하지 않아요”라고 대답한다. 실제로 그는 얌전히 서서 부르는 기존 가수와는 달리, 마치 로데오 경기의 황소를 타고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엉덩이를 흔들어대거나, 다리를 떨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불렀다. 이것은 예술의 기존 가치 및 질서에 대한 혁명이었을 뿐만 아니라, 음악 비즈니스 모델에 있어서 일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었다. 이와 함께 그의 등장으로 흑백 음악은 컨버젼스(융합)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것이다.

두 번째는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소위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의 실천이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예인이면서, 어떤 특전도 특권도 누리기를 원하지 않았다. 군대의 영장이 나왔을 때 이를 대체할 수단을 찾아보거나, 군에 가지 않기 위해 멀쩡한 관절을 잘라내고, 눈이 나쁘다고 항변한 일이 전혀 없었다. 그는 아무런 불평 없이 만 2년 동안을 독일에서 군 생활에 전념한다. 엘비스와 같은 부대에 있던 한 동료는 “엘비스도 우리처럼 취사 당번을 하고, 보초를 서는 걸 보니, 우리와 마찬가지구나”라고 한 바 있다.

세 번째는 ‘나눔의 정신’이다. 언젠가 엘비스는 한 고급 승용차 전시장에서 갓 결혼한 부부 옆에 서게 된다. 그는 이 부부에게 “어떤 차가 마음에 들어요” 하고 묻는다. 둘이 수줍게 한 대를 가리키자, “이 차요? 지금 타세요. 당신들 게 됐습니다” 하며 선물을 했다고, 자동차 영업소에서 일하는 모르는 노인에게도 차를 선물하고, 심지어는 옷이 멋지다고 하면 입고 있는 옷까지 벗어줄 정도의 선량함이 그에게는 있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5만 달러(현재 가치로는 50만 달러 이상)씩 자선단체에 돈을 기증했으며, 그가 태풍 피해자에게 보내준 이동 주택 차량이 얼마나 되는지, 병원비를 지원해 준 가난한 사람이 어느 정도인지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자신이 번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았던 사람이다.

▲ 조정선 MBC PD·MBC <조PD의 새벽다방> DJ/연출
그래서 그런지 멤피스의 ‘그레이스랜드’에 있는 그의 무덤에는 이렇게 씌어있다. “그는 엔터테이너로서 뿐 아니라 관대함과 친절함을 갖춘 ‘위대한 인도주의자(The Great Humanitarian)’로서 세인들의 존경을 받았다”  

엘비스 이후에 나온 록큰롤 스타들은 모두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 어차피 ‘롤 모델’은 그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엘비스의 진정한 유산은 오히려 다른 곳에 있는지 모른다. 그건 너무도 인간적이었던 그의 모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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