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에 빠진 출판산업
상태바
‘멘붕’에 빠진 출판산업
[노진선미의 Chat&책]
  • 노진선미 마더커뮤니케이션 대표
  • 승인 2012.07.31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진선미 마더커뮤니케이션 대표
이재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초대 원장의 인사말이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다. 출판인들은 이 원장이 출판 비전문가인 MB정부 낙하산이라며 반대를 하고 있다.

‘책 속에 길이 있다.’ 책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이 말은 요즘 출판인들에게 절망으로 들린다. ‘책 속에 절망이 있다’며, 불황도 이런 불황은 없다고 출판계가 아우성이다.

주요 인터넷 서점과 대형서점의 매출은 예년에 비해 급락하고 있다. 이들 서점들의 틈바구니에 끼인 지역 서점의 상황은 최악이다. 반면 베스트셀러는 대형서점이 싹쓸이하고 있다. 동네서점들은 최근 ‘안철수의 생각’을 구할 수 없어서 책을 펴낸 김영사에 서점조합연합회에서 항의를 할 정도이다.

독자들이 책을 구입하는 전국의 지역 서점은 지난 1990년 4600개에 달했다. 그러나 2011년 말 기준으로 서점 수는 1750여개로 급감했다. 속빈 강정이랄까, 출판사는 3만 5000개가 넘지만 이중 연간 단 한 종의 책이라도 출간한 출판사는 10%에 불과하다. 10종 이상 책을 펴낸 출판사는 불과 900여 곳에 지나지 않는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위기에 처한 출판문화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새로 출범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초대원장에는 출판계 비전문가인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출신의 <동아일보> 출판국장을 임명했다. 출판계는 ‘낙하산 인사’라며 강력 반발했다. 지난 7월말 300여 명의 출판인들은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이재호 신임 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문화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는 등 반발하고 있지만 이재호 원장은 취임식을 갖고 업무에 돌입했다.

▲ 이재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초대 원장의 인사말이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다. 출판인들은 이 원장이 출판 비전문가인 MB정부 낙하산이라며 반대를 하고 있다.

출판계의 반발로 파행을 겪고 있는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과연 침체된 출판계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출판계의 화합조차 이끌지 못한 불신의 장벽으로 남을 것인가?

출판계의 내우외환에 대해서 여러 가지 처방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요원해 보인다. 지금 인류는 일찍이 유례없는 디지털 혁명기를 맞고 있다. 한국만 하더라도 스마트폰 열풍이다. 수년 전만 해도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열독 중인 시민을 만나는 것은 흔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 대중교통 승객 중 종이책을 읽는 사람들은 거의 천연기념물이 되고 있다. 젊은 층들은 책 대신 최신 스마트 미디어로 ‘스마트 미디어 속의 길’을 찾고 있다. 날이 갈수록 전자책 시장은 확산되고 있다.

지식콘텐츠 산업의 근간인 출판 산업의 진흥은 여타 문화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쓰나미처럼 밀려든 디지털 스마트 시대에 종이책과 이를 만드는 사람들은 난파선의 선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작금 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선임 과정에서 벌어진 출판계의 불협화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출판계가 나서서 작금의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해 내야 할 것이다.

출판계의 오랜 숙원 과제였던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적극 활용해 출판 시장의 장기적 불황을 타개할 묘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출판계의 위기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출판계는 탈출구로 ‘완전도서정가제 정착’을 외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특히 도서유통의 개혁은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출판계는 ‘신문유통원’처럼 도서유통을 전담할 전문기구를 설치해 출판사에서 독자로 가는 물류단계를 최소화하고, 물류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

도매상의 긍정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일부 폐단도 문젯거리다. 4개월짜리 어음을 끊어주는 낙후된 도매상 시스템이 있는 한, 초도물량이 수금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백에서 수천만 원까지 도서대금 지불을 보류하는 도매상의 불공정 관행이 남아있는 한, 일부 대형출판사들의 베스트셀러 편파 공급 등이 지속되는 한 중소출판사와 지역 서점의 출혈은 더 악화될 것이다.

▲ 노진선미 마더커뮤니케이션 대표
콘텐츠 경쟁력 강화도 필요하다. 30%에 육박하는 외서 의존율도 극복해야 한다. 중고 서점의 확장이 능사만은 아니다. 신간을 필요로 하는 도서관 이용 시민들의 수요를 원활하게 해소해 주기 위해서 도서관 확충과 도서 구입비도 확충되어야 한다.

출판계의 활로 모색을 위해서 출판인들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위기는 또한 기회의 시작인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