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개인정보 유출 사고 대책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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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개인정보 유출 사고 대책없나
  •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 승인 2012.07.31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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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국내 굴지의 통신사인 KT다. KT 전산망이 크래킹당해 휴대폰 가입자들 중 상당수인 8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니 기가 차다. 이번에 유출된 정보는 텔레마케팅 업체에 넘겨져서 사용되었다고 경찰은 발표했다.

이미 2008년 옥션의 180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같은 해 하나로텔레콤과 GS칼텍스, 2011년에는 네이트 3500만 명, 메이플스토리 1300만 명 등 지속적으로 개인정보가 줄줄 새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심지어 개인정보 브로커들과 접촉한 결과 중국에서 1000개에 15만원에 거래된다고 하니 얼마나 개인정보가 온 천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개인정보 유출의 근본 원인은 무엇 때문일까. 물론 악의적으로 개인정보를 크래킹하고자 하는 범죄자들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모아놓은 인터넷 사이트의 보안 취약과 일괄약관에 의한 회원가입 방식도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정보사회에서 인터넷은 인간의 삶과 밀접하고 인터넷에서 메일이나 커뮤니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사용하려면 회원가입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기업들은 개인정보 수집에서 포괄적인 약관을 동의하게 함으로써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회원 가입 자체가 되지 않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해외에서도 논란이 되었던 이른바 개별약관 동의가 아닌 일괄약관(통약관)의 동의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회원가입 및 서비스 이용 시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판매를 권유하는 행위에 동의하는 방식의 개선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와 같이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민간기업에 의한 개인의 프라이버시권 침해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또 보안장치의 설치나 개인정보를 유출했을 경우의 보상도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법적으로는 정보통신망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에서 보안소홀로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업자는 1억원 이하의 과징금,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수천만 명, 수백만 명의 개인 신상정보가 모두 새나간 후의 처벌치고는 너무 약한 감이 있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흔히 제한적본인확인제로 불리는 인터넷 실명제이다. 당초 인터넷 실명제는 2004년 선거법 개정으로 인터넷 언론사 게시판에 글을 쓸 때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공개하여 허위 정치정보를 막자는 목적에서 시행되었다. 이후 이것이 민간영역에 확대되어 인터넷에서의 익명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렇지만 인터넷 실명제로 인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부작용도 등장했다. 작년에도 <뉴욕타임즈>에서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제도인지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또한 국제 인권단체와 국경없는 기자회 등에서도 매년 인터넷 실명제를 문제 삼아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과 언론 자유에 대한 의구심을 표해왔다.

▲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여기에 인터넷 실명제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문제인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한곳에 집중됨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인 개인정보 유출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필자는 농담 삼아 아마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주민등록번호가 어디선가 거래되고 있을 것이라 이야기 한 바 있다. 그런데 이는 단순한 우려가 아닌 사실일수도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인터넷 실명제는 양날의 칼이며 위험한 제도이다.

정부에서도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 대통령 보고에서 인터넷 실명제 개선을 약속했지만 아직 후속조치는 없다. 이제라도 만사지탄이지만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하고 기업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을 제한하고, 피해보상과 개인정부 부실취급 처벌의 강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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