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BS이사 ‘여당 독식’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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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EBS이사 ‘여당 독식’ 이제 그만
  • 류성우 전국언론노조 EBS지부장
  • 승인 2012.08.0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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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우 전국언론노조 EBS지부장
서울 도곡동 EBS 사옥.

최근 이런 저런 모임에서 EBS 프로그램이 많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연예인들이 나와서 시끄럽게 떠들지도 않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고들 한다. 그러면서 조금 더 ‘EBS다운’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함께 전한다.

지역에 거주하는 학부모들도 감사의 인사를 여러 통로로 EBS에 알려온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학부모들처럼 자녀에게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게 도와주는 EBS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리라.

EBS에 대한 따뜻한 격려와 칭찬을 접하면서, EBS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는 한편, 공적책무에 대한 따끔한 질책에 대해서는 깊은 반성과 함께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된다. 국가의 소중한 전파 자원을 사용한 전국 단일 방송망을 통해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공영방송사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이라는 공적 역할에만 매몰되어 자칫 공영언론사로서의 역할 수행에 소홀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EBS에 주어진 본연의 임무인 ‘학교교육 보완’과 ‘평생교육 발전’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공적 재원 확보가 최우선이겠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치적 중립성과 제작자율성의 확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하반기 총 11명의 EBS 임원 교체에 대해 전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 서울 도곡동 EBS 사옥.

EBS 임원은 9명의 비상임 이사와 사장 및 감사 등 모두 11명인데, 이사는 오는 9월 14일, 사장과 감사는 오는 10월 14일 각각 임기가 만료된다. 그리고 지난 7월 27일 개최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전체회의를 통해 KBS 이사와 MBC 방문진 이사 선임이 확정됨에 따라 이제 조만간 EBS 이사를 비롯한 사장 및 감사 선임 절차가 진행될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EBS 이사 9명 전원과 사장, 감사 등 총 11명의 임원을 모두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임명하는 것이 현재의 거버넌스(지배구조)다. 공영방송사의 임원을 대통령 직속의 합의제 행정기구(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임명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임원 전원이 친정부 인사 일색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방통대군’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을 낙마시킨 김학인 전 EBS 이사(전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의 금품수수 의혹이다. 김 전 이사의 개인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은 올해 초 김 전 이사가 EBS 이사 선임 청탁과정에서 최 전 방통위원장 측근 인사에게 억대의 금품을 건넨 혐의를 적용 기소했다.

결국 방통위에만 잘 보이면 EBS 이사가 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근현대사 강사가 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강의했음에도 “친북 발언을 했다”고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도올 김용옥 선생의 퇴출 논란과 <지식채널 e - ‘구럼비’편> 불방과 같은 방송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위협당하고 있는 것도 EBS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따라서 EBS를 정권의 품속에서 끄집어내어 다시 국민의 품속으로 되돌려 놓고 공기(公器)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행 공사법 개정을 통해 거버넌스를 개선해야만 한다.

현 시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공사법을 개정하고, 개정된 공사법에 의해 차기 임원을 선임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9명의 이사 선임 과정에 타 지상파 공영방송 이사 추천 시 관행적으로 적용되어 온 여야 추천비율을 준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공정한 심사 절차를 거쳐 자격과 능력을 갖춘 검증된 인물을 EBS 사장으로 선임해야 할 것이다.  

▲ 류성우 전국언론노조 EBS지부장
당위와 현실 사이에는 많은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EBS가 모든 국민이 원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독립과 제작 자율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전한 감시․견제 기능을 갖춘 건강한 이사회 구성과 EBS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철학 및 전문 지식을 겸비한 사장 임명이 그 시발점이 될 것이다.  

공영방송 EBS가 집권 정치세력에 의해 또다시 완봉패 당하지 않도록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의 관심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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