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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08년의 일이다. 나는 당시 새만금 담수호 수질문제와 관련해 만경강 최대의 오염원인 전북 익산의 왕궁축산단지를 취재하고 있었다. 인터뷰하다 보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카메라의 불이 꺼져야 취재원은 심중을 드러낸다. 당시 만났던 교수 역시 그랬다.

“김 PD, 차라리 잘 됐어. 대운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다고 하니, 이쪽 새만금에 줄 예산은 없을 테고, 그러면 새만금 개발사업도 몇 년은 지체되겠지. 대운하가 건설되고 그 문제점이 드러나면, 새만금 사업도 자연스럽게 재검토될 거야. 대운하나 새만금이나 고인 물은 썩는 법이지. ”

사실 새만금 사업의 문제점은 33km의 세계 최장 방조제를 쌓아 만든 거대한 간척지에 용수를 공급할 방법이 새만금 담수호밖에 없다는 데 있다. 전라북도 전역의 인구 밀집지역을 거의 모두 통과하는 만경강, 동진강의 물이 지금처럼 바다로 흘러가지 못하고 갇혀 버리면, 그곳은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호수가 되고 만다. 새만금 담수호의 수질이 확보되지 않는 이상,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달하는 이곳, 간척지에서는 공장이나 관광시설은 물론, 농사조차도 지을 수가 없다.

물론 정부와 전라북도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새만금은 개발을 두고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희대의 국책사업 아닌가? 새만금 담수호 수질 개선을 위해 쏟아 부은 예산은 지난 8년간, 무려 1조 5000억원…. 그렇다면 새만금의 수질은 개선됐을까? 유감스럽게도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총인 등 수질을 나타내는 모든 수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되었다. 전문가들은 이 수질개선에 앞으로 20조원이 더 들어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평범한 상식을 외면한 대가는 현재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다.

대운하에서 이름만 바꾼 4대강이라는 사업도, 사실 이 새만금의 문제에서 한 발짝도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과거의 새만금에서 배운 것이 아무것도 없다. 멀쩡하게 흐르던 강물에 댐(그들은 ‘보’라고 우기지만, 국제기준에서 4대강 ‘보’는 거의 모두 ‘대형댐’이다)을 무더기로 지어 강의 흐름을 막았다. 게다가 강바닥을 준설해 강물의 정화능력을 스스로 잃도록 했다. 게다가 강을 파헤치고, 주변의 수풀을 파괴하면서 얼마나 많은 이름 모를 생명을 죽였던가!

▲ 김광수 KBS전주 PD
올해 역시 4대강은 떠들썩하다. 이미 4대강에는 작년 여름 수해로 호국의 다리가 붕괴했고, 경북 구미에는 단수사태가 일어나는 등 몸살을 겪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녹조다. 한강과 낙동강의 몇몇 정수장은 녹조를 정화할 수 있는 고도처리시설도 없다는 보도도 뒤따른다. 이제 사람들은 수돗물도 마음 놓고 마시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면, 언제나 자연은 재앙을 돌려줬다. 이제 우리는 4대강에서 벌어진 처참한 자연 살육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4대강과 새만금 갯벌을 자연에게 강제로 돌려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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