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에서 온 마라토너의 풀코스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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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사생활] ‘마라톤’ 마니아 팀 알퍼 교통방송 PD

팀 알퍼 <교통방송> PD. 마라톤 마니아로 소개받고 만났지만 인터뷰 주제는 축구와 요리, ‘30대의 건강관리’ 등 여러 갈래로 뻗어갔다. 그의 ‘사생활’ 만 이야기하기엔 그의 삶은 정말 파란만장했다. 국내에서 생소한 외국인 PD가 한국에 어떻게 정착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동했다. 영국과 한국, 사생활과 직장생활을 넘나드는 인터뷰는 지난 22일 서울 중구 <교통방송> 사옥에서 진행됐다.

영국 레딩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지난 2008년부터 한국에서 라디오 PD로 일하고 있다. 영국에선 요리사를 꿈꾸다가 “요리사스트레스 많은 직업”임을 깨닫고 기자로 전직했다. 지구반대 편에 있던 그를 한국으로 이끈 것은 바로 한국 축구였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에서 K리그에 대한 기사를 쓰던 그는 시차 때문에 낮과 밤이 바뀌는 생활을 해야 했다.

▲ 팀 알퍼 tbs PD
2006년 한국을 방문한 그는 그대로 눌러 앉았다. “일단 시차가 없으니까 취재 환경이 훨씬 좋았어요. 인터넷을 통해 경기를 보다가 직접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뛰는 걸 볼 수 있었으니까요. 살다보니 한국이 또 좋더라구요.그래서 계속 살게 됐죠.” 한국에 들어와서도 영국 <가디언>지 등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프리랜서 기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축구전문지 <베스트 일레븐>, 무가지 <M25> 등에도 정기적으로 글을 보내고 있다. 칼럼 주제는 요리, 스포츠,  IT 등의 분야를 망라한다.

한국어 실력도 수준급이다. <교통방송> 입사 년차를 묻는 질문에 ‘4년’을 “네년”이라고 잘못 표현하는 실수는 있었지만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는 정도다. 한국어를 빨리 익힐 수 있었던 비결을 물으니 생계형 학습 효과라고 설명한다. “프로그램을 함께 만드는 동료들 중에 영어를 못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일을 해야 하니까 제기 한국말을 빨리 배울 수밖에 없었어요.”

그는 현재 교통방송 영어FM에서 <Star Trakz>(03:00~5:00), <re:Play>(09:05~10:00) 프로그램 연출을 맡고 있다. 회사에서도 선곡 감각과 아이디어가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인재’다.

다재다능한 그가 요즘 푹 빠진 게 있다. 바로 마라톤이다. 그는 한국에 온 뒤로 1년에 3~5번 정도 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마라톤을 즐긴다. 그의 휴대폰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마라톤 대회 개최를 알리는 문자가 도착한다. “30대에 접어들면 건강을 챙겨야 해요. 이전에는 조기축구회에서 뛰기도 했는데 무릎(관절)에 부담이 가더라구요. 축구회 ‘뒷풀이’도 젊었을 때는 좋았는데 이젠 좀 부담스럽고요.”

팀 PD가 마라톤을 즐기는 데 첫 번째 원칙은 ‘무리하지 말자’다. 몸 컨디션에 맞게 10㎞코스나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중요한 건 기록이 아니죠.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하프코스 평균 기록은 1시간 48분대. 달리기를 좋아하는 그의 부친의 마라톤 기록이 더 좋다고 그는 웃었다.

‘자신과의 싸움’, ‘외로운 운동’. 마라톤을 비유하는 말이다. 외롭고 괴로운 운동으로 꼽히는 마라톤의 매력은 무엇일까. “마라톤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모두 완주할 수는 없어요. 저도 뛰다보면 숨이 차고 ‘됐어, 그만 쉬어’라고 몸이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마음 한쪽에선 ‘듣지마, 계속 뛰어’라고 명령을 해요. 힘들어도 계속할 만큼 재밌어요.”

느긋한 마라토너인 그가 최근 큰 결심을 했다. 42.195㎞, 풀코스 완주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하프마라톤을 뛰다가 맞은편에서 풀코스를 뛰는 사람들은 보면 부러웠어요. ‘다음에 해야지’ 라고 계속 미뤄왔거든요. 그런데 30대에 못하면 40대에는 더 못하겠더라고요.” 팀 PD는 한국 나이로 서른 여섯 살이다.

그는 오는 10월 28일 춘천에서 열리는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다. 그렇지 않아도 아침 방송 준비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지만 마라톤 연습 때문에 기상 시간이 더 당겨졌다. “달리기 연습을 하기 위해선 새벽 3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해요. 영국 날씨는 한국처럼 덥지 않아서 괜찮은데, 요즘 같은 날씨에 낮에 뛰면 탈진할 걸요.”

▲ 마라톤 마니아 팀 알퍼 PD.
대회를 두달 앞둔 그의 심경은 두려움반 기대반이다. “대회에 출전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남긴 글을 보면 벌써 30㎞나 뛰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아직 26㎞ 밖에 못 뛰었거든요.” 매주 2㎞씩 뛰는 거리를 늘려가고 있는 팀 PD는 대회까지는 풀코스 거리까지 연습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연습은 그의 불광동 자택에서 가까운 구기터널 부근에서 한다. 30㎞를 뛰는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정도. “보통 프로그램 선곡을 위해 음악을 들으면서 뛰어요. 그런데 3시간은 음악 듣는 것도 지겨워질 정도로 긴 시간이죠.”

기대도 있다. 그는 도심에서 진행되는 대회보다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대회를 더 선호한다. “영국에서도 맑은 공기와 나무를 보면서 뛰는 시골 마라톤을 더 좋아했어요. 한국에 와서는 서울에서 하는 대회만 참여했는데, 이번 춘천마라톤대회가 기대되요. 춘천 코스가 좋다고 들었거든요.”

그는 ‘춘천마라톤대회’에서 완주할 수 있을까.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갸웃했다. “모르겠어요. 아직 해본 적이 없잖아요. 풀코스는 너무 힘들어요.” 하지만 완주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그의 풀코스 도전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대회 완주하면 알려드릴게요. 못하면요? 이번에 완주 못하면 또 도전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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