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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나는 일터를 찾아 …
정재응
  • 승인 1997.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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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방송동 건물 곳곳에 걸려있는 투쟁깃발과 대자보…, 민주의 뜰에서 들려오는 힘찬 투쟁구호와 노래…, 오가는 선후배의 얼굴에서 엿볼 수 있는 굳은 의지…. 최근 ebs를 찾으면 처음 접하게되는 교육방송의 인트로상황이다. 그동안 우리 교육방송인들은 처절하리만큼 열심히 일했고, 노력해왔다. 타 방송사의 절반도 안되는 임금에도 불구하고,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콘테이너 사무실에도 불구하고, 제작인력의 절대적 부족 속에 넘쳐나는 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지금…파업중이다. 끝없는 희생 속에서도 시청자에게 건강한 무엇인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일벌레들인 우리가 지금 파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뜨거운 투쟁의지를 갖고 파업을 하고 있다. 오직 희생속에서 일과 시청자만을 생각했던 우리를 이렇게 파업으로 몰아낸 것이 과연 무엇일까? 그건 아주 소박한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한 단 한가지의 이유에서다. 정말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남들은 웃을지도 모른다. 고작 그것 때문에 파업을 하냐고. 그렇다면 혹 메뚜기편집을 아는지 모르겠다. 일대일 편집기가 턱없이 부족해 편집을 모두 퇴근하고 난 새벽에 할 수밖에 없는, 그러나 이것도 안되면 각 방을 돌아다니며 잠시 빈자리에 앉아서 편집하다가 다시 딴 방으로 편집기를 찾아 헤매야하는, 교육방송만이 갖고 있는 유일무이한 편집시스템을 말이다. 그리고 한 명의 조연출이 한 두개도 아닌 여러 개의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물론, fd에서 pd의 역할까지 해내야만 하는 상황을 아는지 모르겠다. 스탭들과의 미팅때는 제작비가 부족해 pd개인의 사재를 털어내야만 하는 사실을(우리 임금수준은 타 방송사의 절반 정도) 아는지 모르겠다. 낯부끄러운 이러한 사실들을 몸뚱아리로 체험하고 나면 위에서 말한 최소한의 방송조건이 그리 웃을 일은 아닐께다. 내가 입사하기전인 지난 94년 겨울, 선배들은 교육방송의 공사화를 위해 방송중단에 임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교육방송의 인력문제, 재원문제, 공간문제, 임금문제 등 산적해있는 당시 현안들은 교육방송이 공사화될때만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당시의 투쟁은 심각한 패배감만 남겨놓은 상태에서 마무리됐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또 파업을 하고 있다. “94년도 책자의 97년도 개정판” 너무나도 똑같은 요구를 지금 우리는 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허울좋은 방송사명칭이 바뀌고 대책없는 위성방송이 출범하는 등 약간의 상황변화만이 있을 뿐 달라진게 너무나도 없다. 지난 94년이후 3년간 교육방송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의 무능력과 무관심, 그리고 경영진의 무대책과 무사안일 등 4무가 교육방송을 오늘의 이 상태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물론 우리 자신들조차도 이것들을 3년간 방기해온 원죄가 있다.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선 도중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내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신조이다. 이 다짐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나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된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파업현장에 있을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나는 다시 한번 ‘도중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지난 94년 겨울 총파업때 끝까지 투쟁해서 우리가 승리했다면 우리는 오늘 신명나는 일터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위해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이번 ’97교육방송정상화를 위한 총파업에선 결코 물러서지 않고 승리를 쟁취할 그 날까지 끝까지 우리 모두는 함께해야만 한다. 이번 파업이 교육방송의 마지막 파업이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래서 지난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된다. 현자는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조율할 수 있지 않은가? 오늘도 나는 방송동 곳곳에 걸려있는 투쟁깃발을 보면서, 그리고 뜨거운 투쟁함성을 들으면서 파업현장에 서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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