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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경= 배은실 통신원

며칠 전 한 지인의 집을 찾게 되었다. 이런 저런 한담을 나누던 중 그 집 딸아이가 태블릿 PC로 뭔가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것을 봤다. 아이에게 뭘 보냐고 묻자 “드라마 <애정공우> 봐요”라며 얼굴 한번 들지 않고 짧게 대답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드라마를 인터넷으로 챙겨 본다는게 조금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고, 최고 인기 드라마인 <애정공우>의 위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회도 되었다. 이처럼 요즘 <애정공우>는 젊은 시청자층의 사랑을 받는 명실상부한 중국의 국민 드라마로 자리잡았다.

<애정공우>는 한 아파트에 모여사는 젊은 남녀 7명의 개성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심의 한 평범한 아파트 애정공우 3601호와 3602호에는 출신배경과 신분, 꿈이 각기 다른 젊은 청춘남녀가 모여살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좌충우돌 스토리는 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엽기적으로 젊음과 로맨스 그리고 감동의 이야기를 엮어간다.

<애정공우>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미국 시트콤 <프렌즈>와 한국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이 떠오른다. 어떤 대스타도 등장하지 않는 <애정공우> 시리즈는 미국 드라마 <프렌즈>, <빅뱅 이론>,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를 표절했다는 빗발치는 시비 속에서도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중국 안후이TV에서 방송된 <애정공우 3> 포스터
2012년 10월 현재, <애정공우> 시즌 3은 24부로 막을 내렸고, 이달 말부터 시즌 4가 제작에 들어간다. 시즌 4는 제작 전부터 배우 캐스팅을 비롯하여 작은 토막소식조차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애정공우>도 시즌 1부터 만인의 관심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9년 처음 방송된 <애정공우>는 시청률이 미비하여 위성채널에서는 방송조차 되지 못했다. 주요 드라마 시청층인 30세 이상의 여성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적은 인터넷에서 일어났다. 잘생긴 부잣집 도련님과 가난하지만 심성이 고운 여자 주인공의 눈물어린 사랑이야기에 식상했던 ‘90후’(9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들이 <애정공우>에 열광하기 시작하면서 시즌1과 시즌2는 클릭수 10억 회를 훌쩍 넘겼고, 이어 제작된 시즌 3은 중국 주요 위성채널인 상하이, 안후이, 후베이, 산시 위성채널에서 방송되었다.

시즌 3는 첫방부터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연일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 집계에 따르면, 방송 첫날 시즌 3은 305만 회의 검색횟수를 자랑하며 지금까지 후난위성채널에서 방송한 드라마 <헌원검>이 보유하고 있던 200만 회의 검색기록을 경신했다. 심지어 런던올림픽 기간에도 타 프로보다 1.5배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면서 전국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 북경=배은실 통신원/자유기고가
<애정공우>의 기적은 만들어낸 이들은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90후’ 세대이다. 온라인 시청자들이 동영상 답글을 통해 자체적으로 실시한 <애정공우> 시청자 연령조사에 의하면, ‘90후’가 전체 시청자의 72.5%를 차지했다. 또 다른 온라인 투표에서는 10~20세가 전체 시청자의 90%를 차지했다. 물론 정식 리서치 결과는 아니지만, 이를 통해서 젊은 세대들이 얼마나 <애정공우>에 열광하고 있는지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

드라마 인기 상승과 더불어 시즌 4에 대한 기대도 고조되고 있다. 이제는 표절시비에서 벗어나 참신한 내용으로 중국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때이다. 향후 우후죽순으로 일어나고 있는 아류작들 속에서 시즌 4가 얼마나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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