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낯 두꺼운 공영방송사 이사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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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의 매개체인 전파는 그 자체가 공공재이다. 따라서 사기업이 운영하는 민영방송을 포함해 방송은 신문과 달리 공공성이 더욱 강조돼 왔다. 소위 ‘공영방송’은 국민의 눈과 귀 역할을 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우리의 공영방송은 공정성과 그로 인한 권위를 인정받기는커녕 늘 특정 정권의 나팔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역대 정권은 방송을 ‘전리품’ 정도로 여긴 나머지 최고 책임자를 자기들 입에 맞는 사람들로 채웠다.

최근 KBS, MBC, EBS 등 3대 공영방송사의 이사장이 선임됐다. 그런데 이들은 새로 임기를 시작했을 뿐 사실상 모두 유임됐다. KBS의 경우 감사 출신의 이길영 씨가 새로 이사장에 선임됐을 뿐,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김재우 이사장, EBS 경우 이춘호 이사장이 각각 유임됐다. 김재우 이사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이며, 이춘호 이사장은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씨와 친분이 두터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들이 각종 의혹과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공영방송을 관리, 감독할 인물로는 부적합하다는 게 중평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진사퇴는커녕 버젓이 다시 이사 공모에 응모해 당당히 이사로 선출됐고 또 이사장 자리도 꿰찼다. 이들의 선임 과정에서 매체들은 이들의 부적합성을 여러 차례 지적했건만 임명권자(혹은 선발주체)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상식을 뛰어 넘는 몰염치에도 그야말로 ‘소귀에 경 읽기’ 꼴이라고 하겠다.

우선 이길영 KBS 이사장은 전두환 5공 시절에 소위 ‘땡전뉴스’를 만든 인물로 불린다. 5공 말기인 1986년 KBS 보도국장이 된 그는 이듬해 87년 대선 보도를 지휘했으며, 1988년 KBS 대구방송총국장에 이어 91년 보도본부장에 올랐다. MB 정권 출범 이듬해인 2009년 11월 KBS 감사로 복귀한 그는 지난 9월초 감사 임기 2개월을 앞두고 KBS 이사장에 선임됐다. 그는 방송기자로 출발해 방송계의 노른자위만을 차지해온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힌다.

그를 둘러싼 논란은 비단 현역시절의 보도태도 뿐만이 아니다. 그는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장 시절 친구 아들 채용비리 의혹에다 한나라당 줄서기, 그리고 ‘학력변조 의혹’으로 수차례 비난을 샀다. KBS 새노조는 그를 두고 “한마디로 말해 평생 권력을 쫓으며 허위와 기만으로 살아온 사람”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비난에 대해 속 시원한 해명도 없이 오늘도 버젓이 KBS 이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MBC 방문진의 김재우 이사장도 만만찮다. 김 이사장은 논문표절 의혹에 이어 법인카드 불법 및 과다사용 의혹도 사고 있다. 논문 표절 의혹은 사실상 이미 검증이 끝난 상태다. 학단협에 이어 김 이사장에게 학위를 수여한 단국대에서도 최근 ‘표절’ 예비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사장 선임 당시 야당추천 이사들이 이 문제를 거론하자 그는 “단국대에서 ‘표절’ 결론을 내리면 이사장은 물론 이사직에서도 사퇴하겠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EBS 이춘호 이사장의 경우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인물이다. 현 정권 출범 초기 여성부장관에 임명된 그는 아파트, 오피스텔, 단독주택, 공장, 점포, 주차장, 임야, 대지 등 전국에 부동산 40건을 소유하고 있어 언론으로부터 ‘부동산 백화점’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특히 그는 오피스텔이 문제가 되자 “유방암 진단 결과 무사 판정을 축하하는 의미로 남편이 선물로 줬다”고 말해 세간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 정운현 ‘진실의 길’ 편집장
문제는 대선과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이런 인물들이 공영방송사의 이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친박근혜’라고 단정할 순 없으나 ‘친여’인 것만은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이사장 선임을 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데 일리가 없지 않아 보인다. 이는 최근 MBC와 KBS가 대선정국에서 편파보도를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이 집권 세력의 먹잇감에서 벗어나 국민의 방송으로 자리매김할 날은 언제일까. 과연 그런 날이 오기나 할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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