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文 ·安 치킨게임의 딜레마 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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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 중 누가 승리할까. 양 캠프는 전략을 짜기 위해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원래 이런 용도로 개발된 게임이론을 응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설프게 게임이론을 적용해서 바로 답을 이끌어내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전략에 따라 나에게 어떤 이익(payoff)이 있을 것인가부터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게임 중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것은 치킨게임(또는 매-비둘기게임)이다. 1960년대에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는 미친 놀이가 유행했다. 차를 마주 달려 누가 피하는가를 가리는 게임이다.

영화 <이유없는 반항>에서 그랬듯이 흔히 여성을 두고 용기를 뽐낼 때 이런 황당한 짓을 했다. 죽음이 두려워 핸들을 돌린다면 그는 겁쟁이, 즉 치킨이 된다. 그렇다고 둘 다 질끈 눈감고 액셀레이터를 밟는다면 그건 대략 사망이다. 치킨이 되느냐, 죽느냐의 선택. 그러므로 치킨게임은 딜레마에 속한다. 만일 두 젊은이가 제 정신이라면 적어도 둘 중 하나가 마지막 순간에 핸들을 틀 것이다. 하여 이 게임의 ‘내시 균형’은 둘 중 하나가 치킨이 되는 것이다(표에서 [B]와 [C]가 균형이다). 

만일 두 후보가 완주를 한다면 박근혜 후보는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결과는 두 젊은이의 사망에 비견할만한 재앙이다. 문-안 두 캠프 중 하나는 모두를 위해서, 동시에 스스로를 위해서도 양보해야 한다.

결국 누가 양보하느냐가 문제다. 그러므로 치킨게임에서 승리하는 길은 상대가 나를 ‘미친 놈’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브레이크를 망가뜨리고 그 사실을 상대에게 보여주면 된다. 실제로 미국과 소련이 핵무장 경쟁을 벌일 때 서방언론이 닉슨대통령에게 “미친 놈”이라고 비판하자 그가 “그렇게 보이는 것이 내 목적”이라고 했다거나, 신립의 ‘배수진’, 카다피의 ‘인간방패’, 큐브릭의 ‘최후의 날 기계’가 모두 그런 ‘신호 보내기’이다.

현재의 대선도 다르지 않다. 최근에 양쪽이 모두 완주를 다짐하면서 상대가 양보해야 하는 이유를 거듭 천명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안 캠프의 ‘선 정치개혁론’이나 문 캠프의 ‘무소속대통령 불가론’이 바로 그런 역할을 맡고 있다. 지도부의 이런 태도는 캠프의 지지자들을 감정적으로 대립하게 만든다.

인간은 게임이론에서 상정하는 것처럼 충분히 ‘합리적’이지 않거나, 자신의 이익을 주관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종종 비극이 벌어진다([D]의 선택). 모두 완주해도 이길 수 있다거나(1987년의 ‘3자필승론’, [D]의 자기 몫만 5쯤으로 뻥튀기하는 것), “차라리 박근혜가 낫다”는 주장이 나온다든가, 적어도 훨씬 많은 비난을 뒤집어쓸 3등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마취시키는 경우가 그렇다. 미래는 불확실하니 얼마든지 그럴듯한 근거는 만들 수 있다.

과연 이 딜레마에서 빠져 나와 모두 승리하는 비법은 없을까? 있다. [A]의 양쪽 보수를 동시에 늘리면 된다. 즉 현재의 (3,3)을 (5,5)로 만들면 [A]가 유일한 내시균형이 된다. 시민(연합)정부가 바로 그것이다. 둘 사이의 협상이 어렵다면 양쪽 지지자를 넘어 정권교체를 바라는 모든 시민들이 [A]의 보수를 정하도록 하면 된다.

▲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특히 대통령 선거에 특징적인 ‘선거 전 연합’은 승리한 정부 정책 뿐 아니라 내각도 미리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 어떤 정책이 절실한가에 합의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합한 인물들의 풀을 제시할 수 있다. 이렇게 시민들이 흔쾌히 합의하는 정부가 들어서야만 집권 후 개혁을 저지하려는 지배동맹으로부터 ‘우리 정부’를 지킬 수 있다. 선거에서 승리할 뿐 아니라 최초의 ‘성공한 대통령’까지 되려면 치킨게임의 딜레마를 이렇게 풀어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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