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뮤직비디오 등급제, 과연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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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다방] 이주환 MBC PD

작년 12월 30일에 국회를 통과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지난 8월 18일부터 발효됨에 따라, 앞으로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모든 뮤직비디오는 사전에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심의를 받아야하는 상황입니다.

지금도 뮤직비디오는 방송사들의 자체 심의를 받고 있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으면 밤 10시 이전엔 방송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은 시간 구분이 의미가 없기 때문에 별도의 성인 인증이 필요한데, 새롭게 시행되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민등록번호 사용이 전면 금지되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국내 대부분의 디지털 콘텐츠 유통 시장은 구글의 ‘유튜브’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튜브’는 이번 제도의 대상이 아닙니다. ‘유튜브’는 서버가 해외에 있어서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새로운 음악 유통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해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들도 마찬가지의 경우입니다.

▲ 19금 판정을 받은 가인의 ‘피어나’ 뮤직비디오
최근 누가 뭐라 해도 한류의 대표주자는 K팝(POP)인데, 뮤직비디오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유튜브’에 올라간 뮤직비디오가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필두로 K팝을 통한 한류를 확산시킬 수 있는 기회에서 오히려 정부의 잘못된 정책 하나가 한류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뮤직비디오 제작사가 자율적으로 등급을 정하고, 문제가 생기면 사후에 처벌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해외의 경우처럼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인터넷 뮤직비디오 등급제’가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고, 문화 발전을 저해한다는 논란이 커지자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논란에 대해 해명했습니다. 뮤직비디오 등급분류가 ‘규제’가 아닌 ‘안내’임을 강조하며, 모든 뮤직비디오를 공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되 시청 가능 연령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라는 것입니다.또한 심의 기간이 너무 길어 마케팅에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규정집에는 처리기한이 14일로 돼 있지만, 실제 처리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평균 3일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영상물등급위원회나 정부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요즘에는 방송이나 실제 공연 활동은 자제하면서도 온라인을 통한 음원공개를 주요무대로 활동하는 가수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가수들은 아주 작은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거나 아니면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소속사도 없이 본인이 직접 음악에 대한 창작뿐 아니라 홍보와 그 외의 일까지도 전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오는 11월17일까지 사전등급분류제의 시범 운영 기간을 두기로 했지만, 이미 ‘인터넷 뮤직비디오 등급제’때문에 사전심의를 받지 않으면 음원 발매 시 뮤직비디오는 음원사이트 유통 대상에서 제외가 됩니다. 하지만 영상물등급위원회 홈페이지에서도 뮤직비디오 심의 신청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고, 방송사 심의와는 다르게 심의를 신청하는 사람이 심의를 위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그 금액이 크고 작고를 떠나서 비용과 번거로운 절차는 음악을 창작하는 사람들에게 분명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형기획사의 화려하고 기획적인 뮤직비디오와는 다르게 ‘UCC’ 개념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있는 언더그라운드의 가수들은 ‘UCC’까지도 심의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는 상황입니다.

▲ 이주환 MBC PD·가수(PD블루)
심의를 받지 않은 뮤직비디오를 온라인에 유통시키면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내지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하는데, ‘UCC’에 음악을 삽입한 ‘뮤직UCC’의 경우에는 ‘뮤직비디오’로 봐야할지 아니면 ‘UCC’로 봐야할 지부터 확실하게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 경우에도 그 동안 제작비를 들여 만든 ‘뮤직비디오’가 아닌 재미삼아 만든 ‘UCC’들도 다 삭제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할 뿐입니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볼 때 정부가 시범 운영 기간을 두고 사전등급분류제를 운영할 것이 아니라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변경 및 폐지를 검토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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