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KBS 사장 선임보다 정연주 후속 조치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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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KBS 사장 선임보다 정연주 후속 조치가 먼저
  •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
  • 승인 2012.10.3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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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

정연주 전 KBS사장 해임 처분 취소 판결에 따른 후속조치 안건 상정이 원천 봉쇄되면서 KBS 야당 추천 이사들의 이사회 보이콧이 시작됐다. 야당 추천 이사들의 주장은 정연주 사장 해임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그에 대한 후속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이 접수되었으니 이를 검토하자는 것이다. 검토를 제안한 세 가지 내용은 내용증명에 대한 회신, 공식적인 대국민 입장 발표, 정연주 전 사장 해임 처분 취소 결정에 따른 사장 임명 제청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정연주 전 사장은 ‘이명박 정권’ 원년인 2008년 8월 8일 유재천, 강성철, 권혁부, 박만, 방석호, 이춘호 등 6명의 이사에 의해 해임제청 됐다. 이는 대통령이 법률에도 명시되지 않은 공영방송 사장 해임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유일한 근거다. 즉 이사회가 정연주 전 사장을 위법적으로 해임한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 이사회가 전임 이사회의 부당한 행위를 사죄하고, 그에 따른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순서다.

특히 이 사안을 빠르게 검토해야 하는 것은 여당 추천 이사들의 새로운 사장 선임 임무 수행과도 직접적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정연주 사장의 위법적 해임은 정권과 뜻을 같이하는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기 위한 것으로, 이러한 문법대로라면 새 사장의 임기는 6개월을 넘을 수 없다.

그래서 여야를 아우르는 후속조치에 대한 논의야말로 공영방송의 수장이 정권의 향배와는 상관없이 독립적인 직무를 수행해야 하며 정치적으로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점이 되어 줄 것이다. 결국 이는 정권 말에 선임되는 차기 사장의 임기 보장에도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해줄 수 있다.

거꾸로 이러한 전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새 사장을 뽑는 일은 즉각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어차피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면 떠나야 할 사장이 아닌가. 정권이 바뀌면 바꾸어야 할 사장을 선임하기 위해 내부적 갈등을 극대화하는 것이야말로 무모하고도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명분도 실익도 없는 일이다. 막무가내식 선거 관리용 사장을 뽑는 게 아니라면, 자격을 갖춘 사장을 뽑아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공영방송 사장의 독립성, 임기 보장 등에 대한 정지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야당 추천 이사들이 제안한 세 번째 안건, 정연주 사장의 해임 무효 처분에 따른 복직 검토는 전례가 없는 일인 만큼 신중한 법률적 검토가 요구된다. 해임이 취소되었으니 남은 임기를 수행하여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만으로는 국민을 이해시킬 수 없다. 무엇보다도 공영방송 역사에 길이 남을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각계의 지혜와 여론을 모아 법률 및 정관 개정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은 공영방송 사장의 독립성을 공고히 하고 공정성을 회복하는데 실질적인 이바지를 할 것이다.

그런데 이사회가 무리한 일정을 강행해 새 사장을 선임하고 나면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핵심 쟁점의 현실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 전 사장 임기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인지 여부를 제외하고 논의한다면 이는 형식적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논의 결과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오든 정 전 사장에 대한 후속조치 논의를 사장 선임보다 먼저 진행해야 하는 이유다.

▲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
그나저나 이처럼 뜨거운 쟁점을 대선 주자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구체적인 언급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유일하다. 그리고 문재인 후보는 정연주 전 사장이 선임된 시절 권력의 핵심부에 있었으므로 공영방송 사장의 독립성에 의미 부여를 했다고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선 후보들에게 다시 묻는다. 공영방송 수장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후속조치가 먼저인가 아니면 사장 선임이 먼저인가. 정연주 사장 해임 취소 판결에 대한 후속조치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이처럼 반복되는 지배구조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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