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통신자료에 대한 포털사들의 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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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통신자료에 대한 포털사들의 전향
  •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 승인 2012.11.0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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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회피 연아’ 동영상을 기억하시나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 귀국환영 장면을 편집한 동영상을 네이버 카페에 올렸다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던 A씨가 네이버 운영사인 NHN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2심 재판이 끝이 났다. A씨는 당시 유 전 장관이 김연아 선수를 껴안으려고 한 장면을 의도적으로 편집해 거부당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당시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일명 ‘회피연아’ 동영상이다. 이후 유 전 장관은 고소를 취하했지만, A씨는 NHN이 자신의 신상정보를 경찰에 넘겼다는 사실을 알고 NHN에 대해 소송을 진행했다. 1심에서는 A씨가 패소했지만, 2심에서는 지난 10월 18일 NHN이 개인정보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승소했다.

이미 지난 8월 헌법재판소에 의해 통신자료 취득은 임의수사로 정당한 공권력 행사가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진 바 있다. 그것이 이번 판결에 적용된 것이다. 당시 NHN이 제공한 것은 통신자료에 해당한다. 이는 ‘통신비밀보호법’이 보호하는 통신사실확인자료와 달리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에 따라 법원이 발부한 영장 없이 수사기관에서 요청만 하면 인터넷서비스사업자(이하 ISP)가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통신자료는 이용자의 성명, 주민번호, 주소, 아이디, 전화번호 등 ISP가 수집한 인적사항 모두를 포함한다. 이번에 그런 관행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이다.

주요 포텉사, 모처럼 네티즌 입장에서 공동대응

지난 10월 31일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등 3대 포털과 카카오 등 4개사는 앞으로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요청한 통신자료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것을 천명했다. 이는 그동안 수사관행으로 ISP가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을 수사기관에 넘겨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가 우려된다는 학계와 시민단체의 주장을 뒤늦게 수용한 것이라 생각한다. 만사지탄이지만 전향적인 조치는 환영할 만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드러난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건수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이래 수사기관에 의한 통신자료(전화번호) 요청건수는 연간 500만 건을 훌쩍 넘었다. 물론 이전 정부에서도 통신자료 요청은 연간 수백만 건이었으나, 2008년 515만 5851건, 2009년 687만 9744건, 2010년 714만 4795건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2011년 조금 줄어 584만 8991건이었으나, 2012년 상반기에만 395만건을 넘었으니, 하반기까지 합하면 다시 700만 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통신자료 요청, 엄격한 기준 필요

앞서도 지적한바, 성명, 주민번호 등을 포함한 통신자료가 검사와 행정공무원의 결정에 따라 제공된다는 것은 그동안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가 얼마나 엉성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범죄사실 의심만 들어도 통신자료 즉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이제라도 수사기관은 이와 같은 관행을 중단하고, 영장주의에 입각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금 법의 공백상태에 있는 개인정보 특히 통신자료 제공에 대해 더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열람할 수 있게 하는 제도보완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영장주의 원칙을 확립하고 통신관련법의 취약한 조항들을 정비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런 맥락에서 후속입법을 기다리지 않고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이번 4개사의 결정은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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