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느낌’ 앞세운 TV조선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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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쇼 판’ 앵커 멘트 논란…“앵커 멘트로 시청자에 ‘관점’ 강요”

“정수장학회 문제는 이렇습니다. <부산일보>나 MBC 지분을 팔면 돈이 생기지 않습니까. 이 돈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인데, 야당을 만족시키려면 안철수 재단쯤에는 줘야 될 것 같습니다.” (10월 15일, TV조선 <뉴스쇼 판> 정수장학회 vs NLL 대화록…정국 ‘소용돌이’)

“안철수 후보가 밖에서 예상한 것보다는 완주 의지가 강한가 봅니다. 안철수 후보 캠프 움직임도 좀 심상치 않습니다…(중략) 제 느낌으로는, 안 후보가 자신으로 단일화가 안 되면 그냥 고(Go)하지 않겠나 이렇게 보입니다.” (10월 19일, TV조선 <뉴스쇼 판> 안철수 “끝까지 간다”)

뉴스 진행자에게 허용된 해설과 논평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특정 채널을 선택한 시청자들에게만 서비스되는 유료방송(종합편성채널)의 뉴스인 만큼 해당 매체의 정파성, 혹은 이에 따른 진행자의 재량권 또한 감안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일부 존재하지만, 모름지기 뉴스 진행자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균형적 시각을 전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김영철, 이하 선거방송심의위)는 20일 회의를 열어 뉴스를 소개함에 앞서 앵커 개인의 느낌과 시각을 강조한 TV조선 <뉴스쇼 판>에 대해 행정지도성 조치인 ‘권고’를 의결했다.

▲ 10월 19일 TV조선 <뉴스쇼 판> ⓒTV조선
이날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TV조선 제작진은 <뉴스쇼 판>이 보도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예능과 교양을 합친 퓨전 형식을 지향한다며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최희준 앵커의 표현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딱딱한 뉴스를 시청자들에게 쉽게 전달하는 것과 뉴스 진행자가 만든 특정한 틀을  먼저 제시한 뒤, 그에 따라 시청자들이 해당 사안을 바라보게 하는 것은 다르다는 게 선거방송심의위원들의 지적이었다.

일례로 정수장학회의 MBC, <부산일보> 지분 매각 논란의 핵심은 지분 매각으로 벌어들인 돈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재단에 돈을 주면 야당이 만족할 것이라는 최 앵커 멘트는 사안의 본질을 흐림은 물론, 사실 관계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김서중 위원은 “야당을 만족시키려면 안철수 재단에 돈을 줘야 한다는 건 앵커의 비판적인 의견이 아니라 시청자가 술자리에서나 할 법한 말”이라며 “앵커 멘트 속 의견 표명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최 앵커는 지난 10월 18일에도 <대선 앞두고 박근혜 죽이기?…‘정치 영화’ 봇물> 리포트에 앞서 “대선을 앞두고 정치색 짙은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나같이 결국은, 박근혜 후보를 비판하고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영화들이다. 얼마나 흥행에 성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영화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선거운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앵커는 지난 10월 19일 <NLL vs 노크귀순…여·야 ‘정면충돌’> 리포트를 전하면서 “박근혜 후보는 작심한 듯 NLL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말했고 문재인 후보는 침묵했다. 민주당은 대신 ‘노크 귀순’을 문제 삼았다. 안보 문제로 여야가 정면충돌했는데 전체적으로 볼 때 민주당이 조금은 밀리는 듯 약해보인다”고 논평했다.

윤덕수 위원은 “앵커가 리포트에 앞서 건건이 ‘~로 보인다’ 등의 표현으로 자신의 느낌을 말하는 건, 시청자에 대한 (관점의) 강요”라며 “자신이 이미 다 결론을 낸 뒤 시청자에게 리포트를 들으라고 하는 건 뭔가”라고 지적했다.

전규찬 위원은 “물음표를 사용하긴 했지만 정치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두고 자막을 통해 ‘박근혜 죽이기’라 규정한 걸 보면, 이는 비단 앵커 멘트의 문제만은 아니다”라며 “시청자에게 쉽고 재밌게 뉴스를 전달하려는 걸 넘어 (제작진 차원에서) 편향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달하려 한 게 아닌가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잇단 지적에 제작진은 “‘박근혜 죽이기?’, ‘적극적인 선거운동’ 등의 표현은 과한 측면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한편 선거방송심의위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 10월 31일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서 방송된 황상민 연세대 교수의 박근혜 후보 관련 ‘생식기’ 등의 발언과 관련해 방송심의규정 제27조(품위유지), 제30조(양성평등) 위반을 이유로 법정제재인 ‘경고’를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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