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세계문화유산 국제 공동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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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세계문화유산 국제 공동제작기
이제 프로그램도 국제 상품이다
  • 승인 1997.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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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현재 선진방송에서는 프로그램의 국제 공동제작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우리 방송의 국제 공동제작은 아직 미미하다. kbs tv본부 이장종pd가 국제 공동제작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세계문화유산 국제 공동제작기를 기고해와 이를 싣는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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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이장종1. 여는 말1995년 12월 6일 오전, 베를린 세계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제19차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 대장경과 판고, 그리고 종묘 등 세곳을 유네스코의 세계유산(world heritage)으로 등재 결정했다. 늦은 감은 있으나 우리 유산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국제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지구상의 수많은 문화재가 자연재앙이나 전쟁과 오염, 무분별한 개발과 상업적 이용 등 인간의 무지로 인해 손상, 파괴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이러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영구히 보존하고 미래에 전수시킬 목적으로 국제적인 구속력을 갖춘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절실해졌고, 그러한 배경을 띠고 제정된 협약이 1972년 유네스코가 채택하고 1975년부터 발효한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 일명 ‘세계유산협약’이다. 이 협약에 의해 조직된 기구가 바로 세계유산위원회이며 이 위원회는 현재까지 전세계 6백6곳의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해 놓고 있다.유네스코는 이러한 협약 정신을 방송프로그램으로 구현코자 독일의 ard, zdf, dw, swf 등 여러 방송사와 콘소시엄을 구성해 지정된 전세계 유산을 대상으로 필름에 기록하기 위한 작업을 지난 95년부터 시작했다. 주관방송사인 swf(남서독일방송, 바덴바덴 소재)는 그 작업의 일환으로 올해 한국내 세계유산 세곳을 프로그램화하기로 하고 kbs를 공동제작사로 결정, 제작에 착수했다.
|contsmark3|2. 협상97년 2월 kbs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로부터 공동제작의 안건을 처음 접수했고 이후 협상조건에 대한 상호조정을 거쳐 5월 촬영을 목표로 계약에 정식 서명했다. 공동제작조건을 결정하기 위한 협상은 kbs 파리총국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그리고 swf 실무 담당자간에 이뤄졌다. 그 개략적인 조건은 다음과 같다.가. kbs는 촬영까지의 사전제작비를, swf는 편집에 따른 사후제작비를 분담한다.나. kbs는 한국편 세편과 콘소시엄이 기 제작한 52편의 한국내 방송권 및 비디오판권을 가지며 swf는 한국편 3편의 국제판권을 획득한다.다. kbs는 제작스탭과 장비를 제공하고 swf는 감독과 카메라맨을 파견하며 유네스코는 해당 문화재에 대한 정보제공과 섭외업무를 담당한다. 단 연출의 경우 kbs측과 공동보조를 취한다.라. 편집은 swf 스튜디오에서 하며 편집시 kbs의 pd가 참여한다.
|contsmark4|3. 준비촬영을 35mm 필름 카메라로 해야했기 때문에 이 기종에 대한 경험과 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kbs로서는 촬영장비와 카메라조수는 물론 조명과 크레인 동시녹음 등 일체의 제작요소와 스탭을 그 조건에 맞게 외부에서 채용했고, 독일 스탭과 우리와의 의사소통을 위한 통역과 우리문화에 대한 이해를 프로그램에 반영하기 위한 자문역을 포함, 제작진은 총 15명으로 구성했다.촬영대상인 종묘와 불국사 석굴암 그리고 해인사 장경판고에 대한 촬영섭외는 kbs가 담당했다. 이들 문화재는 소유와 관리책임이 이원화되어있는 관계로 섭외에는 이중의 절차가 필요했다. 하나는 문화재관리국의 허가며, 또하나 종묘의 경우는 전주이씨 종약원의 허가, 나머지 두곳은 종단과 각 사찰의 별도 허가가 더 요구됐다. 더군다나 석굴암의 경우는 문화재 관리국의 불허방침과 사찰의 완강한 촬영거부로 마지막 순간 프로그램 포기단계까지 갔었다. 당국의 불허이유는 촬영으로 인해 문화재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었고 사찰측은 석굴암이 문화재이기 이전에 스님들의 경배의 대상이라서 신성한 곳에 카메라를 들여놓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맞서 독일측 감독은 이보다 더한 세계유산도 카메라에 담았고, 그 기록을 오래도록 후세에 전하기 위한 유네스코의 숭고한 정신이라며 설득에 나섰으며 나는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최초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애국심에 호소했다. 나는 문화재당국과 사찰측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했다. 유네스코가 한국의 문화유산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했을 때 대대적인 언론의 홍보수단을 동원했던 당국이 석굴암 보존의 허약함이 노출돼 그 언론으로부터 되려 두들겨 맞아 심사가 곱지않은 터였고, 사찰 또한 신성한 도량이 관광지로 변하는 것을 경계해야 했기 때문이란 걸 뒤늦게 알았다. 논리의 싸움은 곧 전투였으며 나는 팽팽한 전장에 역량을 총동원했기 때문에 몹시 지쳤었다. 어쨌든 전투는 끝났다. 촬영이 이뤄졌기 때문에….
|contsmark5|4. 촬영촬영은 1, 2차로 진행됐다. 1차 촬영은 종묘제례가 있었던 5월 4일 종묘 촬영이었고 2차 촬영은 2주 후 불국사와 해인사 촬영이었다. 종묘는 조선조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봉안하고 일년에 한차례 제를 올리는 성역으로 건축물(정전, 영년전)이 지니는 장대한 단순미와 제례시 돋보이는 유교적 절차의 엄숙미, 그리고 제례음악과 무용, 복식의 전통미 등이 잘 어우러진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그러한 특성을 제례행사 현장에서 필름에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크레인과 팬더달리를 이용한 촬영과 카메라 자체의 중량, 각종 렌즈사용과 필름교환에 따른 기동성의 저하 등으로 그림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비가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씨 탓에 조명사용이 힘들었고 관객들과 취재진의 후레쉬 불빛을 피해가며 촬영해야 하는 이중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결국 신실내부의 제의식은 차후 재연으로 처리하기로 하고 종묘제례 행사의 1차 촬영을 마쳤다. 날씨는 1, 2차 촬영 전 기간을 통해 촬영팀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빛에 민감한 필름촬영이기 때문에 동일한 광선조건을 만들어야 하는 게 조명팀과 카메라맨의 힘든 과제였고 감독의 고민이기도 했다. 때로 실내의 부족한 광선은 고감도 필름으로 커버했고 저속촬영으로 보완하기도 했다. 2차 종묘 보충촬영시에는 폭우로 촬영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때 나와 독일감독의 생각은 하나로 모아졌다. 비바람은 오히려 조선왕조 침탈의 역사에 대한 상징적 의미로 다가왔다. 카메라맨은 부족한 광량을 커버하고자 비바람에 휘날리는 나뭇가지와 건물 위 기왓골로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를 저속촬영으로 담아냈다. 나중에 편집과정에서 한국환상곡이 배경음악으로 깔리자 그 영상은 오히려 강렬한 인상으로 살아났다.촬영과정에서 독일팀과의 호흡이 항상 일치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문화재가 지닌 역사적 배경과 그 의미에 내포된 상징성을 놓고 이견이 존재했다. 지나친 상징성은 오히려 외국시청자로 하여금 시각적 보편성을 획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들의 시각이었다. 결국 대상을 영상에 담아내는 방법에 있어 좀더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는데 동의했고 그에 따라 영상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합의되지 않은 한가지 시각이 아직 존재한다. 석굴암 내부촬영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일년에 딱 한번 동해의 일출 햇살이 본존불의 이마에 정면으로 비추인다는 사실을 독일감독은 영상으로 재현해내고자 했다. 야간에 핀라이트를 설치, 광선의 효과를 연출하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조명라이트에서 본존불 면전에 닿는 광선의 각도가 문제였다. 석굴암의 해발고도가 바다보다 높기 때문에 일출시 광선은 본존불을 향해 사선이라는 것이 독일감독의 주장이고 광선은 절대 사선일 수 없고 수평각도라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었다. 영상은 결국 사선으로 필름에 기록됐다. 그렇게 하기로 합의해서가 아니라 조명스탠드의 높이가 본존불보다 훨씬 낮아 광선의 각도가 저절로 사선이 됐기 때문이다. 그 문제는 독일 현지에서의 편집과정에서도 계속 이견으로 충돌하자 편집조수가 농담 섞인 타협안으로 편집을 마무리했다. 프로그램의 맨 마지막 에필로그 커트를 논란이 됐던 광선을 180도로 돌려 역 사선의 광선을 만들어냈던 것. 하나의 해프닝이었다.
|contsmark6|5. 검열검열은 더 큰 해프닝이었다. 불국사와 해인사의 항공촬영을 마친 필름을 기무사에서 검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독일측에서 난색을 표했다. 필름 현상과정에서 혹시 필름이 훼손될지 모른다는 우려와 독일에서 현상할 여타 필름과의 색균질성을 확보가 그 이유였다. 결국 검열은 피할 수 없었고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 해인사 항공촬영 필름 한 롤 전체에 스크래치를 남겼다. 현상소 직원과 기무사 검열담당자는 발을 뺐다. 이 필름은 독일 현지에서 크레임이 제기됐으나 다행히 다른 필름 한 롤에 해인사 촬영부분이 일부 정상으로 남아있어서 편집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것으로 크레임은 취소됐고 대신 검열당국의 이미지가 훼손됐다.
|contsmark7|6. 편집편집은 독일 swf 방송사에서 이루어졌다. 모든 영상과 음향이 디지털 신호로 처리돼 컴퓨터에 입력되고 입력된 신호는 편집자의 의도대로 출력돼 디스켓에 완벽한 편집 콘티 형태로 재기록되기 때문에 이 디스켓 한 장이 곧 프로그램이 되는 것이다.편집시의 모든 영상과 음향이 원본과 같은 동일한 타임코드에 의해 제어되어 원본을 건드리지 않고도 디스켓에 짜여진 프로그램대로 영상과 음향을 출력해 편집돼 마스터 테이프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촬영 이후의 포스트프로덕션 과정을 요약하면 <그림1>과 같이 도식화할 수 있다.
|contsmark8|7. 방송한국편 세편을 포함해 국내 방송권을 획득한 52편의 프로그램은 9월 8일부터 매주 월-금, 밤 11시 40분에 ‘국제 공동제작-세계문화유산’이란 타이틀로 kbs-1tv를 통해 방송된다. 원래 기본포맷은 16:9 디지털 와이드 화면이나 국내 공중파용 4:3 화면으로 컨버팅해서 송출한다. 유럽에선 독일어권 위성방송인 3sat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고 cd-rom과 비디오, 출판물 등 다각도로 활용된다.
|contsmark9|8. swf공동제작사인 swf 방송은 독일공영 제1방송인 ard를 구성하는 11개 지역권 방송사 중 하나로 남서독일의 바덴바덴에 위치하고 있다. swf 콘소시엄은 앞으로 2천년까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을 모두 필름프로그램으로 담을 계획이며 현재까지 모두 2백50편의 제작을 위한 계약이 체결된 상태이다.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세계의 보물, 인류의 유산’이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촬영된 모든 영상자료는 swf의 디지털 아카이브에 저장돼 euro media researching program이라는 유럽방송사간 자료 공동검색 시스템을 통해 bbc나 기타 독일어권 방송사들이 이를 서비스 자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contsmark10|9. 맺는 말이제까지 선진방송사들은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공동제작을 선호했고 우리는 그들의 제작기술을 익히기 위해 공동제작에 흔쾌히 나섰다. 우리의 기술도 이제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해외의 공동제작 파트너를 찾아 나서야할 때가 된 것 같다. 물론 제작비를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을 통해서 돈을 버는 것은 더 중요하다. 프로그램도 국제상품이다. 장사가 된다고 프로그램만을 들여온다면 값비싼 외제품을 수입하는 대기업의 상혼과 다를바가 뭐 있겠는가. 프로그램은 일회성 소비재가 더욱 아니다. 디지털기술은 프로그램의 부가가치 창출을 가능케 하고 있다. 따라서 저작권 확보가 곧 돈인 것이다.그점을 나는 이번 공동제작의 중요한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촬영가간 내내 모든 스탭이 점심을 걸렀다. 변덕스런 날씨 탓에 구름속에 짬짬이 내미는 햇살을 점심시간이라고 놓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주일 가량 그랬으니 점심을 거른 시간만해도 총 7시간, 외부스탭들에게는 꼬박 하루 일당이 되는 셈이다. 그로인해 나는 회사의 제작비를 아꼈고 스탭들은 배를 골았다. 그것이 내게 오히려 마음이 빚이 될 줄이야… 사람은 제 그릇만큼 담는다고 하는데.|contsmark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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