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도 ‘새PD’라고 알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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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재형 KBS ‘1박 2일’ PD

한때 시청률이 한자리 대까지 추락했던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이하 <1박 2일>)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며 ‘국민예능’ 타이틀에 다가가고 있다. 지난 2일 시청률 20%대에 진입한 <1박 2일>은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을 근소한 차이로 누르며 주말 예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9개월 전만 해도 새롭게 출발하는 <1박 2일>에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했다. <1박 2일>로 예능에 입문한 김승우, 주원, 성시경 등 멤버 대부분이 ‘예능 초짜’였다. 이 때문에 이들은 방송 초반에는 프로그램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랬던 멤버들이 요즘 달라졌다. 잘나가는 배우, 발라드 가수 이미지를 벗고 몸개그를 선보이는 등 물 오른 ‘예능감’을 발휘하고 있다. 9개월 동안 <1박 2일>을 이끌어 온 최재형 PD를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KBS 인근 커피숍에서 만났다.

▲ <1박 2일> 최재형 PD.


■예능인으로 거듭난 일곱 남자 = 지난 2일 방송된 ‘섬마을 음악회’ 편은 <1박 2일>다운 특집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멤버들은 전남 진도의 작은 섬마을 가사도를 찾아 주민들과 허물없이 어울렸다. 시즌 2의 첫 게스트였던 유희열과 윤종신, 윤상 등도 고품격 음악을 선보이며 ‘섬마을 음악회’라는 취지를 잘 살려냈다.

최 PD는 “멤버들이 집단적으로 (예능) 선수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섬마을 음악회를 주민들에게 홍보하면서 멤버들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어요. 이전 같았으면 겁을 먹었을 텐데 멤버들끼리 호흡이 잘 맞으니까 어르신들에게도 자신있게 다가가더라고요.”

멤버들의 노력에 힘입어 요즘 <1박 2일>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PD말을 빌리면 <1박 2일>은 지금까지 새로운 도전을 위한 기반은 닦았다면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시기다.

이런 결실이 쉽게 얻어진 것은 아니다. 초기에 최 PD의 언론노조 KBS본부 파업 참여로 <1박 2일>은 6주 동안의 공백기를 보냈다. 시청률이 한자리 대로 추락했지만, 이는 오히려 멤버들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

“촬영을 재개하면서 ‘지금부터 다시 만들어 가보자’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어요. 맏형인 김승우씨의 경우에도 이전에는 ‘주저하는 모습이 있었지만 파업 이후엔 그동안 쌓아왔던 이미지를 많이 내려놓고 촬영을 즐겼죠.”

멤버들의 진솔한 모습에 시청자들도 호응을 보냈다. 배우 김승우는 나대는 ‘바보 형’이 되고 성시경이 발라드 가수에 어울리지 않은 ‘식탐대왕’ ‘성충이’라는 별명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시청자들도 반겼다.

그는 멤버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개별 멤버들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김승우씨와 엄태웅씨 모두 예민한 편이예요. 서로 편해지니까 장난도 치고 원래의 모습이 나오고 있어요. 성시경씨는 아이같은 면이 있어요. 까칠한 게 아니라 좋은 것과 싫은 게 분명하다는 의미입니다. 이수근씨와 차태현씨는 (예능) 프로죠.”

▲ <1박 2일> 촬영장 모습.

 ■“게스트 없었던 이유는...” = 각자 개성이 뚜렷하고 예민한 남자들이 짧은 시간에 호흡을 맞출 수 있었던 데는 멤버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지켜본 최 PD의 역할도 컸다. <1박 2일>에 게스트가 출연한 것은 섬마을 음악회 특집이 처음이었다. “시청률로만 보면 게스트를 출연시키는 게 도움이 되죠. 영화홍보 때문에 <1박 2일> 출연 의사를 타진했던 배우들도 꽤 있었는데 모두 거절했어요.”

이는 ‘출연자들이 많은 프로그램의 경우 연출자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그의 연출관이 반영된 것이다. 그는 전작인 <천하무적 야구단>, <날아라 슛돌이> 등에서도 어울리지 않은 멤버들을 조합해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멤버들이 이제 누군가 부각이 되면 거기에 맞춰서 분위기를 만들어갈 줄도 알아요. 이전에는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는 멤버가 주도했다면 우리는 모범과 희생으로 그 자리를 채우고 있죠. 예컨대 김승우가 분장을 하고 몸 개그를 하면 ‘저 형도 하는데’라는 생각으로 따라가는 식이죠.”

<1박 2일>에서 망가진 건 멤버들 뿐 만이 아니다. 최 PD는 <1박 2일>을 통해 ‘새PD’라는 별명과 ‘소심’ ‘허당’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김종민과 오목대결에서 패배하면서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덕분에 요즘엔 초등학생들이 그를 먼저 알아볼 정도다.

“초등학생들이 ‘새피디’라고 알은체를 하면 PD로서는 기분이 좋아요. 프로그램을 많이 본다는 증거니까요. 제가 자꾸 화면에 등장하는 이유는 출연자들이 재밌어 하기 때문이예요. 멤버들의 제안에 응해줬을 때 촬영장 분위기도 밝아지고요.”

요즘엔 카메라 앞에도 선뜻 나서지만 <1박 2일> 연출을 처음 맡았을 때는 적지 않은 부담이 있었다. “큰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초반에는 조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은 프로그램이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부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시즌 1과 비교 의미 없어” = 하지만 시즌 1의 그림자는 길었다. 최 PD는 첫 촬영부터 멤버들에게 전 연출자인 나영석 PD와 비교를 하는 농담을 들었고, 시청자들에게는 혹독한 환경을 조성했던 시즌 1보다는 ‘덜 독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시즌 1과의 비교는 더 이상 의미 없는 일입니다. 강호동 씨가 있던 <1박 2일>과 차별화해야 의식을 한 적은 없어요. 7명의 멤버들이 몸을 던지고 고생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 <1박 2일>입니다.”

다만 <1박 2일>만의 콘셉트는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과제는 안고 있다. “무엇보다 <1박 2일>은 한국의 자연을 담을 수 있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담을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주제를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과 출연자들이 만들어가는 재미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익숙함에서 오는 식상함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중간에 새로운 시도도 이뤄져야죠. <1박 2일>에서 말하는 새로움은 기발한 게임이 아닙니다. 이번 섬마을 음악회 편처럼 프로뮤지션들이 폼 나게 음악회를 하는 게 아니라 노래방 반주에 맞춰 트로트를 연주하는 게 <1박 2일>다운 새로움이죠.”

그는 KBS 최장수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처럼 <1박 2일>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는 게 목표라고 했다. “연출자와 출연자가 바뀌더라도 시대 흐름에 맞춰가면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1박 2일>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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