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TV 방송의 디지털전환 종료와 향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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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최선욱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전 사무처장

2012년 12월 31일 새벽4시를 기해 수도권 지역에 지상파 아날로그 TV방송을 종료함으로써 국내 지상파 TV방송의 디지털전환은 사실상 종료가 된다. 1999년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전환’에 관한 정부 5개부처의 계획이 수립된 이후 무려 14년에 걸친 긴 국책사업이자 한국 근대사에서 미디어분야의 가장 큰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것이다.

10여년이 넘게 걸린 디지털전환 과정은 두 번의 정부교체, 정부 교체에 따른 소관 정부부처의 변경, 디지털 TV 전송방식의 논란, 디지털전환특별법의 입법지연, 가전사 중심의 사회적 혜택 쏠림현상, 디지털전환 지원대상 가구의 범위 결정, 아날로그 TV방송의 종료방식 등 사업이 추진되는 매 과정마다 사회적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논란과 과제는 디지털전환이 완료된 후인 2013년 이후에도 제기될 전망이다. 그중 주요한 향후 과제로는 지상파 직접수신가구의 지원, 디지털 채널의 재배치, 회수주파수 이용계획의 결정, 그리고 지상파 TV의 다채널 시행을 꼽을 수 있다.

▲ 지상파TV의 아날로그 방송 종료와 디지털전환을 알리는 신문광고. ⓒDTV코리아
우선 지상파 아날로그TV방송이 종료된다 하더라도 미처 전환하지 못한 지상파 직접수신가구의 지원 문제가 대두될 전망이다. 지난 12월 2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밝힌 바와 같이 아날로그 방송을 미리 종료한 수도권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디지털 전환 신청을 하지 않은 가구는 2만 가구에 이른다.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의 밀집도를 고려할 때 12월 31일 수도권 아날로그 TV방송 종료 이후에도 미전환 가구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일정기간 동안 미전환가구의 지원에 대한 안내를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지원에 소외되는 가구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앞서 지상파 아날로그 TV방송을 종료했던 미국 등 여러 국가의 경우 최종 종료일을 전후로 지원 요청이 급격하게 늘어난 바 있으며, 아날로그 TV방송 종료이후에도 일정기간동안 지상파 직접수신가구를 지원해왔다.

두 번째 과제는 지상파 디지털 TV채널의 재배치이다. 디지털 TV방송을 시작한 2001년 이후 지상파 TV방송 채널은 가정으로 보내는 TV신호를 아날로그와 디지털 두 방식 모두 보내기 위해 일시적으로 많은 주파수 채널을 이용하였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TV수신이 어려운 주파수 대역까지 허가한 디지털 TV채널을 다시 재배치해야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역의 방송사와 시청자들은 아날로그 TV방송종료와 유사한 디지털 TV방송종료를 겪어야 한다. 하지만 이 대상과 범위가 어디까지 해당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방통위가 발표를 하고 있지 않아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한정된 주택단지 내 기존에 지어져 있는 주택들 사이 유휴공간에 있는 대로 신축건물을 짓고 기존 주택을 철거하는 것을 아날로그 TV방송 종료라고 볼 수 있다. 정부의 계획이 이 과정을 통해 단지 내 일부 대지를 공원과 같이 다른 용도로 조성하거나 다른 개발업자에게 매각하기 위한 것이므로 신축한 건물도 다시 위치를 조정해줘야만 매각이 가능한 대지 규모가 나오게 된다. 따라서 신축한 건물 중 일부를 철거하고 기존 주택이 있던 자리에 재 신축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아날로그 방송종료의 ASO(Analog Switchover)에 대비된 DSO(Digital Switchover)라 한다.

셋째, 디지털 전환 이후 회수되는 주파수 이용계획에 대한 결정이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디지털 전환 이후 방송통신위원회가 회수하고자 하는 TV방송용 주파수는 108MHz로 지난 해 8월 과점화 되어 있는 이동통신시장의 3개 기업에게 주파수 경매로 매각한 60MHz보다 훨씬 상회하는 규모이다. 방통위는 이동통신사에 매각한 60MHz의 주파수 댓가로 약 1조7천억원을 조성한바 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을 통해 회수되는 주파수를 어떤 용도로 어떻게 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중에 있으며, 방송계의 공익적 활용론과 통신업계의 무선인터넷 사용량 대비론이 각각 상충되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마지막으로 지상파 TV의 다채널 시행여부를 꼽을 수 있다. 지상파 TV방송의 디지털화가 거의 완료되는 시점에서 볼 때 방송 프로그램 제작의 디지털화는 정부의 HD 강제할당으로 인해 방송사의 무리한 투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화질의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시청자의 후생을 높이는데 일정한 효과가 있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 지상파방송 송출부문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사회적 혜택은 오히려 삭감되었다. 즉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실내수신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미국식 8VSB 전송방식의 선정, 아날로그 방송 자막고지 등으로 인한 시청 장애 및 디지털 전환의 불편함을 이유로 기존 지상파 TV방송 이용자들이 유료방송으로 전환하면서 지상파 TV방송의 직접수신가구가 오히려 줄어들어든 것이다.

디지털 전환 투자로 인해 비용은 더 들어갔는데 이용하는 가구가 줄어들게 되면 가구당 송출 비용은 훨씬 높아지게 된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오히려 줄어든 지상파방송의 송출부문의 사회적 혜택을 높이는 방법은 다채널을 시행하는 것이다. OECD 국가들 중 지상파 TV방송의 다채널을 정부차원에서 제한하는 곳은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따라서 아날로그방송 종료를 기점으로 지상파 다채널에 대한 전면 허용여부를 재검토 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최선욱 언론노조 KBS본부 전 사무처장
모든 일의 시작엔 끝이 있고, 그 끝에서부터 새로운 출발이 시작된다. 지난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 그 자체를 다시 문제 삼아 논쟁을 벌이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진행된 사업이 과연 누구를 위한 디지털전환 이었으며, 국민들에게는 실제 무엇이 나아졌는가에 대한 반문은 숙제로 남아 있다. 또한 투입된 사회적 인적, 물적 재원 대비 사회적 혜택이 얼마나 나아졌는지에 대한 평가는 별도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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