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만의 새 틀 숙제로 남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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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KBS 2TV ‘해피투게더3’ 손지원 PD

▲ KBS <해피투게더3> 촬영현장.
매 시즌마다 콘셉트를 바꾸며 다른 색깔과 개성으로 목요일 밤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는 KBS 2TV <해피투게더>(이하 <해투>)가 어느덧 방송 11년째를 맞이했다.

11년 동안 <해투>를 거쳐 간 MC의 면면도 화려하다. 신동엽, 이효리, 유재석, 김제동, 김아중, 탁재훈 등 당대 최고의 MC들이 학교와 목욕탕, 사우나 등 우리에게 친숙한 공간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났다.

프로그램 속 코너도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쟁반노래방’, ‘웃지마 사우나’, ‘도전 암기송’, ‘손병호 게임’ 등 모두 시청자들에게 많은 웃음을 안겨 줬다. 현재 <해투>가 KBS를 대표하는 인기 장수 프로그램이 된 것은 바로 이런 다양한 시도에 있다. 최근에는 ‘야간매점’이라는 코너를 선보이며 웃음은 물론 시청자들의 식욕까지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해피투게더3>의 사령탑을 맡게 된 손지원 PD를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근처 커피숍에서 만나 그의 고민과 계획을 들어봤다.

사실 손 PD에게 <해투3>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10년차 예능 PD로 <뮤직뱅크>, <천하무적 야구단>, <위기탈출 넘버원> 등의 조연출을 거쳐 지난해 봄 <해투3>로 ‘입봉’(PD로서 처음으로 연출을 맡는 것)을 했고 오랫동안 <해투>를 이끈 김광수 PD가 지난달 연수를 떠나면서 손 PD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해투3>가 시작한 2007년부터 1년 반 가량 조연출을 한 경험 덕분에 손 PD는 자신감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인기 장수 프로그램으로 입봉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조연출 때 이미 <해투>를 해봐서 MC와의 관계나 포맷 이해도는 다른 PD들보다는 나은 상황이었죠. 그렇지만 <해투>의 화제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과 오래된 프로그램이라 생길 수 있는 피로도를 감수해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부담도 됐어요.”

그럼에도 손 PD가 <해투3>를 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시즌3 내내 함께 해온 MC들의 힘이 컸다. 가끔씩 게스트에게 독설을 날려주는 박명수와 게스트의 정곡을 찌르는 박미선과 신봉선, 그리고 게스트와 MC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진행하는 유재석은 손 PD에게 큰 도움이 됐다.

▲ KBS <해피투게더3> 손지원 PD ⓒPD저널
“MC들의 조합이 완벽해서 시즌3를 하는 동안 제작진이 바뀌어도 MC는 바뀌지 않았죠. MC들이 서로의 장단점을 알고 있고 역할 구분에 대한 MC들 간의 합이 완벽해요.”

하지만 뛰어난 MC들만으로 <해투>가 장수 프로그램이 된 것은 아니다. 손 PD는 <해투>의 장수 비결로 끊임없는 ‘변주’를 들었다. <해투>는 시즌1에서는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세트에서 펼쳐지는 ‘쟁반노래방’이라는 포맷으로 인기를 끌었고 시즌2는 학창시절 친구를 찾았다. 그리고 2007년부터 시작한 시즌3는 사우나라는 공간을 기본으로 ‘식신특집’에서는 ‘야간매점’ 코너를 통으로 편성하거나 신년특집에서 경찰서를 배경으로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해투>라는 이름 안에서 계속 변화를 시도한 게 장수 비결이에요. 학교, 친구, 사우나 등 서민적이면서 일반인들도 공감할만한 소재를 <해투>라는 밝고 재밌는 이름 안에 잘 녹여낸거죠.”

<해투3>의 새로운 시도 중 하나는 지난해 6월 선보인 ‘야간매점’이라는 코너다. 게스트가 자신의 추억이 담긴 음식을 소개하는 ‘야간매점’은 <해투3>의 기본 콘셉트인 사우나와도 관계가 있다. 손 PD는 “찜질방에서 식혜나 계란 등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는 매점을 보고 이 코너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야간매점’은 ‘요리로 하는 예능은 필패한다’는 속설 때문에 제작진 내부의 반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인기코너로 자리 잡았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간단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야간매점’의 메뉴들은 시청자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요즘 시청자들은 진정성 있는 아이템을 원하세요. 그래서 한 번 웃고 끝나는 일회성 토크 말고 뭔가 남는 것, 내일도 화제가 될 만한 걸 고민했어요.”

<해투3>의 또 다른 시도로 김준호와 ‘G4’의 영입을 들 수 있다. 제작진은 오래된 포맷에 새롭게 활력을 주기 위해 당시 <개그콘서트>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개그맨들을 불러 모았다. 김준호와 G4는 MC와 게스트를 보조하는 ‘멀티 플레이어’로 게스트가 무게를 잡거나 초반 녹화가 잘 안 풀릴 때마다 웃음을 뽑아내고 있다. 하지만 산만하다는 평가와 함께 이들의 존재감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양날의 칼과 같아요. 게스트가 우선이기에 게스트 역량에 따라서 G4의 역량도 탄력적으로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죠. 그렇다고 G4의 능력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김준호씨의 경우 <해투3>에서 버라이어티에 적응해 지금 <남자의 자격>에서 좋은 활동을 보여주고 있어요.”

다양한 시도를 통해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해투3>에 지난해 11월 새로운 라이벌이 등장했다. 바로 MBC <무릎팍 도사>다. 강호동이 <무릎팍 도사>로 컴백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에서는 ‘유재석 대 강호동’, ‘<해피투게더3> 대 <무릎팍 도사>’ 대결에서 누가 이길 것인지 많은 기사를 쏟아냈다.

“우리는 그 때 당시 어쭙잖게 바꾸거나 위축돼서 움직이려 하지 말고 현재의 틀을 유지하되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자고 했어요. 그리고 우리 입장에서는 <무릎팍 도사>의 등장으로 결속력과 전투력이 상승하기도 했죠.”

토크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 <무릎팍 도사>까지 부활하며 시청률에 대한 불안과 부담이 큰 상황이지만 <해투3>에 대한 손 PD 자신만의 제작원칙은 확고했다.

“토크에 의존할수록 프로그램은 침체된다고 생각해요. 기본은 토크지만 ‘야간매점’처럼 토크를 끌어낼 수 있는 <해투>만의 틀을 찾는 것에 주력할 거예요. <해투>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를 찾아야죠.”

2013년 손 PD의 목표는 사우나라는 <해투3>의 큰 틀 속에서 게스트에 맞게 탄력적으로 변화를 주며 새로운 포맷을 시도하는 것이다.

“새 시즌은 장기적인 숙제인 것 같아요. 2013년은 다른 포맷, 다른 공간에서 새로운 것을 실험하는 과정을 계속할 거예요. 물론 <무릎팍 도사>와의 시청률 경쟁도 포기할 수는 없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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