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창부에 방송정책 이관? 위험한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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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창부에 방송정책 이관? 위험한 발상”
문방위 공청회에서도 정부조직 개편 논의 ‘평행선’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3.02.1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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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와 여당의 안대로라면 광고정책은 독임제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창부) 권한이죠. 그런데 합의제 조직에선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코바코(공영 미디어렙)에 전화를 하지 못해요. 보는 눈이 많으니까. 하지만 독임제 부처에선 장관이 특정 방송사에 대해 ‘그런 보도를 왜 하게 두는 거냐’라고 말하며 (코바코에) 전화를 할 수 있어요. 그럼 모든 게 끝나는 거죠.”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

“광고를 통해서 방송을 통제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그건 아날로그 시대의 사고죠. 과거처럼 방송사가 3개밖에 없어 광고주가 어떤 형태로든 방송에 광고를 넣어야 할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코바코 직원들이 광고를 따기 위해 전사적으로 영업을 뛰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방송광고 판매와 관련한 모든 룰을 국회의원들이 합심해 만들지 않았습니까? 장관이 코바코 사장에 전화해 방송을 통제한다는 건 과도한 발상입니다.” (현대원 서강대 교수)

정부조직 개편을 앞두고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주최로 13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 관련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방송정책의 독임제 부처 이관을 둘러싼 부작용에 대해 서로 이견을 보이며 격한 토론을 펼쳤다.

이날 공청회 진술인으로는 김성철 고려대 교수와 현대원 서강대 교수(이상 여당 추천),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과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이상 야당 추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방송정책을 신설 예정인 미창부로 이관하려는 인수위와 여당의 안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이 문제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 때문에 국회가 이날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은 것이지만, 전문가들 역시 독임제 부처에 방송정책을 이관하는 문제에 대해 평행선을 달리며 이견만 보인 것이다.

먼저 인수위와 여당의 안을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이라고 평가한 김성철 교수는 “미창부에 ICT(정보통신기술) 기능이 제대로 통합되지 못한 채 방통위에 존치될 경우 이는 최악의 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임제 부처(미창부)에선 ICT와 함께 미디어 정책을 수립·집행하고, 특별히 공공성 보호가 필요한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만 다원적 의견을 수렴하는 의사결정을 제도화하면 된다”며 “(인수위와 여당 안처럼) 합의제 위원회인 방통위의 주요 역할로 지상파 등 주요 방송에 대한 인·허가, 공영방송 인사, 수신료, 시청점유율 제한 등만 규정해도 위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원 교수는 “미창부에 미디어 정책 전반을 맡기고, 공영방송 인사와 미디어 다양성 확보, 이용자 보호 등의 역할을 방통위로 분리시킴으로써 오히려 방송 공공성과 독립성을 보장에 필요한 규제에 (방통위가) 전념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 조직의 분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에너지를 소비하기 보단, 어떻게 하면 더 긴밀한 협업을 통해 방송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 상생의 지혜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며 “그 방안의 하나로 방통위와 미창부의 인력 교류를 고려해봄직 하다”고 덧붙였다.

“방통위의 실패, 합의제 위원회를 독선적으로 운영했기 때문”

반면 최진봉 교수는 보도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지상파와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 허가 및 허가 추천, 공영방송 사장·이사장 선임·추천 등 일부 권한만을 남긴 채 방송정책 전반을 미창부로 이관하는 인수위와 여당의 안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 교수는 “모든 방송에 공정성과 공공성이 있어야 한다. 케이블 등 유료방송엔 선정성·폭력성 등을 허용해도 된다는 말인가.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모든 방송은 공공성과 공정성, 독립성을 담보해야 하며, 그렇기에 이들과 관련한 업무는 합의제 위원회에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방송광고 정책을 독임제 부처인 미창부로 넘기겠다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고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독임제 부처에서 방송광고 정책을 운영할 경우 언론에 압력을 넣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이명박 정부에서도 정부광고 집행내역을 보면 50% 이상이 조·중·동에 편향돼 있고 나머지를 <경향신문>, <한겨레> 그리고 인터넷 신문 등에 나누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조준상 소장은 “지상파 방송과 종편·보도채널에 대한 규제 권한 일부가 방통위에 있다 하더라도 모든 방송정책을 미창부가 담당할 경우 방송 공공성과 독립성 등에 대한 보장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KBS에서 정부가 불편해 하는 사안에 대해 보도를 했다 치자. 이를 괘씸하게 여긴 미창부 장관이 앞으로 KBS 2TV를 의무재송신 대상에 포함 시키겠다고 결정하면 KBS는 재송신으로 얻는 수입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3년만 가도 KBS는 최소 10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보도를 할 수 있겠나.”

조 소장은 방통위가 합의제 위원회 조직이기 때문에 ICT 진흥에 실패했다는 진단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ICT 정책의 실패를 얘기하며 스마트폰 도입이 늦어진 걸 언급하는데 이게 왜 방통위 책임이냐”며 “스마트폰 도입이 지지부진했던 건 사실이지만 이는 정부가 글로벌 플레이어인 삼성에게 (스마트폰을 개발하기까지의)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방통위 실패로 종편의 실패를 많이 거론하는데 이는 방통위를 독선적으로 운영하던 사람들이 밀어붙인 결과로, 방통위 전체에 책임을 덮어씌우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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