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공공서비스의 미래와 지상파 플랫폼의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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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

지난 17일 종합유성방송(SO)가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관할로 정리되면서 정부조직 개편 협상이 극적으로 종료됐다. 시민사회 진영은 새 정부가 SO의 채널편성권을 ‘지상파 길들이기’의 수단으로 악용할 것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이 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급물살을 타게 될 규제 완화와 그로 인한 방송 환경의 상업화다. 이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게임 등이 여전히 기존 부처에 남아있는 상황에서 SO를 포기할 수 없었던 새 정부의 행보를 끈기있게 지켜보아야 하는 이유다.

‘불난 집에 부채질’이라 호된 비난을 자초하겠지만, 어디 한 번 물어본다. 플랫폼 사업자가 미래부로 가는 데에도 이토록 사회적 논란이 심각한데 다국적 자본에게 넘어간다면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까. 유료 플랫폼이 주도하는 환경에서도 지상파가 콘텐츠로 승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여전히 유효한가. 자체 플랫폼 없이 지상파가 방어할 수 있는 공공성의 범주는 어디까지인가. 지상파의 미래는 여전히 분홍빛인가.

답은 이미 나왔다. 자체 플랫폼 없는 지상파 서비스의 미래는 희망적이지도 낙관적이지도 않다. 심지어 현재의 상황은 문화주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도다. 플랫폼 사업자가 외국인에 개방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거친 M&A(인수·합병)가 일어나는 와중에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공서비스의 미래는 이미 회색빛이다.

결국 향후 무료방송과 유료방송의 격차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벌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딱히 이를 견제할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는 ‘선(先) 공공서비스 안정화 후(後) 융합서비스의 활성화’를 계속 외쳐온 시청자단체들이 가장 우려해온 상황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유료플랫폼 주도의 상업적 환경에 맥없이 끌려가는 공공서비스의 현실일 수 있다. 그저 플랫폼 간의 담합이 벌어지지 않기를, 그저 외국인의 적극적인 투자가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해야만 한다. 아니면 권력과 공생하는 지상파의 미래이거나.

물론 이러한 현실에는 턱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무료 방송서비스를 부양하려는 노력은커녕 유료방송 중심의 미디어 환경을 더욱 고착시키려 했던 MB(이명박) 정부의 왜곡된 방송정책이 존재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 슈퍼 갑으로서의 안정적인 지위를 누리면서 권력의 비위나 맞추고 시청자를 홀대하며 공적 책무를 외면해 온 지상파의 책임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접점을 회복할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의 복원이 가장 필수적이다. 이미 바닥을 친 상태에서 무슨 꿈같은 소리냐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논란 속에서 진척되어 온 디지털 난시청 해소의 성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었으나 여전히 디지털 전환에 이르지 못한 약 900만 가구의 아날로그, SD(표준화질) 유료방송 가입가구들의 선택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고루한 수사를 동원하지 않아도 아직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다채널 부가 서비스 등 남아 있는 정책수단이 존재한다는 점에도 기대를 걸어본다.

현재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커버리지는 매우 개선된 상황으로 지역 민방을 제외하고는 95%를 넘어서는 양호한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다. 물론 이러한 환경이 단숨에 직접 수신가구의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가오는 10월 채널 재배치 완료 시점까지 민방 커버리지를 강제하고 65% 공동주택 정비를 마무리 지으면 아날로그 상황과는 다른 안정적인 구도를 마련하게 된다.

▲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
관건은 공공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 도입을 요구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부양책으로써 말이다. 이를 보다 공고히 뒷받침하기 위한 법률도 제안돼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 지상파방송의 도달 의무를 강제하는 법안이다. 공공서비스의 미래는 시청자의 미래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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