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악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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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장악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염불
정부조직법 개정, 방통위원장·미래부 2차관 인선에서 증명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3.03.25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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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방송장악 의도가 없다던 말은 그저 말일 뿐이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방송통신위원장과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인선 결과를 본 지상파 관계자의 말이다.

문제는 이런 반응이 비단 그의 것만은 아니라는 점으로, 방송계 안팎에선 정부조직 개편과 그에 따른 박 대통령의 장·차관급 인선 결과를 놓고 볼 때 방송 공공성 보장과 관련한 공약은 이미 공염불에 불과함이 드러났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먼저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지위를 합의제 행정기구로 남기긴 했지만, 소관업무 배분에선 사실상 정부 원안이 관철됐다. 특히 유료방송 플랫폼을 모두 미래부로 이관한 것을 두고 공공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 지난 4일 오전 서울 경부 고속 터미널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방송장악의 의도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노컷뉴스
시청자의 90% 이상이 케이블TV, IPTV 등을 통해 TV를 시청하고 있는 현실 속 정부(미래부)가 ‘진흥’ 명목 하에 유료방송 플랫폼에 대한 갖가지 규제 완화를 시도할 경우, 여타 방송 산업이 공공성을 잃고 산업화 논리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뉴미디어 관련 사업의 허가·재허가 및 관련 법령 제·개정 시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한 부분이 그나마 정부의 전횡을 견제할 장치인데, 여야 상임위원 3대 2 구조의 방통위를 봤을 땐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방통위원장에 이경재 전 새누리당 의원을 내정했다. 대표적인 친박(親朴)계 인사인 이 전 의원을 박근혜 정부 초대 방통위원장에 내정한 데 대해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강하게 요구받는 방통위원장에 정치인 출신, 그것도 대통령의 측근을 앉히려는 것 자체에서 방송 공공성과 공정성 보장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희박함을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현행 방통위 설치법은 정당의 당원을 방통위원에 임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방통위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함으로, 이 내정자가 현재 당적을 버린 상황이라는 점을 내세워 봤자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인 것이다.

이에 더해 미래부에서 방송통신 융합 등 ICT(정보통신기술) 정책을 전담할 윤종록 2차관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KT 부사장 출신의 윤 차관이 산업 진흥 명목으로 통신사들에 대한 규제를 풀어 방송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 있는 것이다.

언론인들과 시민단체들은 박 대통령이 이번 인사를 철회함으로써 “방송장악 의도가 없다”는 말의 진정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강성남)는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은 대통령의 선언적인 말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며 “이번 인사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같은 날 논평에서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방송정책의 주요 결정권 대부분을 손에 쥔 상황에서, 산업논리에 잠식된 미래부와 양축을 이뤄 미디어 공공성 유지의 균형추 역할을 담당하게 될 방통위의 수장에 측근을 임명할 순 없는 일”이라며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또한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개편이 (완전히) 당초의 뜻(1월 30일 여당에서 제출한 원안)대로 되지 않자 이번엔 측근 인사를 통해 방통위를 장악하는 것으로 방송장악 방식을 선회한 게 아니라면, 즉각 이 전 의원의 방통위원장 후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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