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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파노라마’, 다큐국장 등 참여하는 기획위원회서 아이템 선정 ‘논란’

KBS가 4대 스페셜 통합으로 탄생한 <KBS 파노라마>의 아이템 선정을 위한 기획위원회 운영을 밀어붙여 논란이 일고 있다. 기획위원회 운영 자체가 이례적인 일일뿐 아니라, 구성을 간부 중심으로 해 아이템 선정 과정부터 정권에 불편한 아이템을 걸러내는 등 사측의 입김을 반영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KBS는 지난 8일 봄 개편에서 <KBS스페셜>, <역사스페셜>, <환경스페셜>, <과학스페셜>을 통합해 만든 <KBS 파노라마>의 아이템 선정을 이유로 기획위원회 운영을 시작했다. 기획위원회에는 다큐국장과 EP 3인, CP 3인, 평PD 3인이 참여하는데, 위원장은 다큐국장이 맡는다.

그간 <KBS스페셜>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아이템 선정은 담당 PD의 몫이었다. PD들이 기획안을 내 CP와 상의해 결정을 하면, 이 내용을 EP가 국장에게 보고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것이다. 하지만 국장이 위원장을 맡고 간부와 평PD 비율이 7대 3인 기획위원회에서 아이템을 선정할 경우 과도한 게이트키핑으로 제작 자율성 침해 우려가 있다는 게 KBS 구성원들의 지적이다.

언론노조 KBS본부의 홍기호 부위원장은 “기획위원회에 평PD가 ‘구색 맞추기’ 식으로 들어가 국장과 간부들의 허가를 얻어 아이템을 결정하게 한 것은 제작 자율성을 뿌리째 훼손하겠다는 의도”라며 “정권에 비판적인 아이템이 나오기 더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규효 다큐국장은 말 그대로 우려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 국장은 “더 나은 기획을 위해 시선을 다양화해 보자는 뜻에서 기획위원회를 만든 것”이라며 “나뿐 아니라 EP들은 게이트키핑에 대한 의도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역할을 “코디네이션(조정)”으로 한정했다.

이에 대해 홍기호 부위원장은 “프로그램을 잘 만들 수 있도록 외부적 지원 등 보완해주는 역할이 코디네이션”이라며 “코디네이션이라고 주장하면서 아이템 결정 자리에 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윤성도 KBS본부 정책실장도 “모든 다큐엔 시사성이 있다”며 “간부들이 아이템 선정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건 결국 <추적60분> 아이템을 국·부장이 결정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실상 간부들 입맛에 맞지 않는 아이템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KBS의 한 PD는 “더 나은 기획을 위해서라면 기획위원회 구성 비율을 조정하고 논의 내용과 함께 결론 도출 과정까지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KBS는 지난 10일 ‘박정희 미화’ 우려를 해소하지 않은 채 외주제작사를 통한 <다큐극장> 편성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는데, 여기서도 아이템 선정 과정에 사측의 의도를 충실히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을(乙)인 외주제작사 입장에선 갑(甲)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려운 만큼, 아이템 통제가 상대적으로 쉬운 외주제작을 사측이 밀어붙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는 것이다.

실례로 KBS본부가 지난 11일 노보를 통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다큐극장>은 △파독광부, 간호사 50주년(5월 4일) △베트남 파병 2부(5월 25일, 6월 1일) △포니신화(6월 8일) △수출 100억불(6월 22일) △경부고속도로 개통(7월 6일) 등 박정희 정권의 업적을 부각하는 내용들로 대부분 채워질 예정이다.

KBS본부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박정희 시대 미화 가능성으로 논란이 됐던 드라마 <강철왕>도 제작이 재개돼 올해 하반기 방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길환영 사장이 박근혜정부에 코드를 맞추기 위해 탈선을 하리라 예상은 했지만, 지금 상황은 너무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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