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e 모든 지식, 감성으로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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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e 모든 지식, 감성으로 전달합니다”
1000회 맞은 EBS ‘지식채널e’ 이상범·김수현 PD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3.04.3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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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전달하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알파벳 e가 등장하는 첫 화면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자막과 경쾌한 음악은 광고처럼 감각적이다. 예상치 못한 반전 뒤에 전해진 메시지는 짧지 않은 여운을 남긴다.

EBS <지식채널e>는 지식을 다루는 교양·다큐멘터리 전형을 깬 프로그램이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과 내레이션을 없앤 형식은 8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진부하지 않다. 오히려 <지식채널e>가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한 이후 비슷한 방식을 차용한 방송과 광고 영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식채널e>는 EBS의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초등학교 교실과 대학 강단을 넘나들며 인기를 끄는 수업자료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사회적인 호평과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드문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지식채널e>를 책으로 엮은 ‘지식e’는 현재 7권까지 발행됐는데, 누적 판매 부수가 100만부를 돌파했다. 또 작품성과 실험성을 인정받아 2008년부터 평균 1년에 2회꼴로 상을 받고 있다.

▲ 4월 30일로 1000회를 맞은 EBS <지식채널 e>를 연출하고 있는 김수현(왼쪽), 이상범 PD. ⓒPD저널
최초와 최고의 기록들을 하나씩 쌓아 온 <지식채널e>이 30일 1000회를 맞았다. <지식채널e> 1000회를 앞둔 지난 26일 특집 방송을 준비 중인 이상범 PD와 김수현 PD를 만났다. “EBS에서 안해 본 프로그램이 없다”는 이상범 PD와 햇수로 입사 4년차를 맞은 김수현 PD가 1000회를 맞는 소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식채널e>를 오래했던 전임 PD들도 있는데 제가 1000회를 맞이한다는 부담도 있어요. 하지만 마냥 부담으로 느끼기 보다는 <지식채널e>의 특징과 장점을 잘 지키고 발전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데 에너지를 쏟고 싶어요.”(김수현)

“우리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갔던 건 울림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포맷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 게 가장 큰 고민입니다.”(이상범)

지난 8년 동안 수많은 화제작이 탄생했다. <지식채널e> 홈페이지에서 조회수 1위에 오른 ‘2007, 대한민국에서 초딩으로 산다는 것은’ 편은 공부 스트레스에 짓눌린 초등학생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해당 편은 홈페이지 조회수만 20만회를 넘어섰다. 또 2008년 방송된 ‘공부하는 아이’편은 왜곡된 사교육 열풍을 꼬집어내 화제가 됐다.

<지식채널e>는 민감한 정치·사회 이슈를 다룬 방송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지난 2008년 방송된 광우병을 소재로 한 ‘17년 후’ 편은 담당 PD의 보복성 인사 논란을 불렀고, 무상급식을 다룬 ‘공짜밥’ 편은 무상급식 논란에 휘말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제주 강정마을에 있는 구럼비 바위를 소개하는 ‘구럼비’ 편이 불방 사태를 겪기도 했다.

이런 논란이 자칫 제작진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을까. “<지식채널e>이 인문,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대의 모습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슈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연출자도 시각이 한 쪽으로 기울거나 한 분야만 치우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죠.”(이상범)

“정치적인 이슈나 거대 담론을 다루지 않더라도 ‘초딩으로 산다는 것은’ 편처럼 우리 주변에 사회적인 문제는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힘없는 계층과 생활과 밀착된 일상의 고민을 깊이 있게 들어다 보면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얻는 것입니다.”(김수현)

<지식채널>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지식이 아닌 감동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지식을 그대로 전달하면 보는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기 어렵죠. 어떻게 하면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라는 고민 속에서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한 겁니다. 사건과 전달 내용을 완전히 해체해 새롭게 구성하고 ‘열린 결말’로 마무리하는 게 <지식채널e>의 제작 방법입니다. 시청자들이 영상이 끝난 뒤에 여운이 남느냐가 그날 방송의 평가 지점이기도 하고요.”(이상범)

▲ EBS <지식채널e> ⓒEBS
1000회를 맞기까지 10명이 넘는 PD들이 거쳐 갔지만 <지식채널e>만의 메시지 전달 방법은 고르게 유지됐다. <지식채널e>만의 제작과정 덕분이었다.

1단계는 아이템 회의. 먼저 작가 7명이 돌아가면서 아이템을 선정해 오면 연출진과 작가들이 구체적인 전달 방식을 놓고 머리를 맞댄다. 작가가 작성한 구성안 내용을 검토하는 2차회의에서는 원고의 80%정도가 완성된다. 최종회의에서는 담당 PD와 조연출, 작가가 대사 느낌까지 세밀하게 원고를 다듬는 과정을 거친다. 자유 주제로 방송이 나가는 월요일과 화요일은 매주 이 과정을 밟는다고 한다.

“보통 작가 혼자 대본을 쓰거나 담당 PD와 협의하는 구조인데 우리는 집단 작가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보통 프로그램을 맡다보면 작가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일도 적지 않아요. 그런데 우리팀은 합리적인 비판은 받아들이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요. 눈빛만 봐도 통할 정도로 호흡도 잘 맞고요.”(이상범)

제작진들이 호흡을 맞춰오는 동안 <지식채널e>도 조금씩 외연을 확대해 갔다. 알파벳 e가 들어가는 단어로 정한 카테고리는 50여개로 늘어났다.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경제와 교육 등 긴 호흡의 기획시리즈도 선보이고 있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보답하기 위해 2011년에 시작한 ‘시청자 참여 UCC 공모전’도 3회째 진행하고 있다. 내달 30일까지 공모작 접수를 받고 수상작으로 뽑히면 오는 8월 중 <지식채널e>에서 방송되는 기회도 주어진다.

1000회를 넘긴 <지식채널e>은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찾아갈까. 두 명의 PD의 말을 종합하면 색깔은 유지하되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는 <지식채널e>를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저는 가장 작은 것에 시선을 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만들고 있어요. 소외된 계층이나 일상에서 간과하는 부분을 포착해 의미를 부여하는 거죠. 이런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새로운 형식 개발과 시도를 하고 싶습니다.”(김수현)

“감동이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주제를 찾는 게 가장 큰 숙제겠죠. 하지만 전임 제작진들이 그랬던 것처럼 한회 한회 제작을 하다보면 언젠가 1만회를 맞는 순간도 오지 않을까요. 1만편의 <지식채널e>가 교육현장에서 ‘데이터뱅크’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정말 뿌듯하겠죠.”(이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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