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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BC ‘컬투의 베란다쇼’ 김새별 CP
  • 방연주 기자
  • 승인 2013.05.27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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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 ‘생계형범죄’, ‘막장드라마’, ‘스토킹’, ‘복권’. 시의성 있는 아이템을 일상의 생활밀착형 이슈와 접목해 소개하는 MBC<컬투의 베란다쇼>(이하 <베란다쇼>)가 오는 29일 50회를 맞는다.

평일 밤 30분짜리 데일리 교양프로그램. 자칫 평범할 수 있지만 <베란다쇼>의 내용과 형식은 새롭다.  <뉴스데스크> 시간대가 앞당겨지면서 갑작스럽게 편성돼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베란다쇼>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꾸준한 관심에 힘입어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베란다쇼>의 기획을 맡은 김새별 CP를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본사 내 카페에서 만나 <베란다쇼>의 제작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새별 교양제작국 CP는 1995년 MBC에 입사해 <휴먼다큐 사랑>, <MBC스페셜>, <타임머신> 등의 유수 작품들의 연출을 맡아왔다. MBC는 <뉴스데스크>를 밤 8시대로 앞당기고 뒤이어 일일사극 <구암 허준>을 띠 편성했다. 그래서 지난 3월 <베란다쇼>는 이례적으로 <구암 허준>과 밤 10시대 드라마 사이에 ‘30분 분량’의 데일리 프로그램으로 신설됐다. 19년 차 베테랑 PD인 김 CP에게도 <베란다쇼>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김 CP는 “요즘 방송사에서도 반쪽짜리(30분) 데일리 프로그램은 보기 어렵다. 1990년대 후반 <생방송 화제집중>이 있었지만, 일종의 매거진 형식이었다”며 “처음 만드는 데일리 프로그램이라 걱정도 컸지만, PD로서 새롭고 도전의식이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 김새별 교양제작2부장(CP). ⓒMBC
김 CP는 <베란다쇼> 기획 당시부터 편성시간대와 데일리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한다. 그는 제작진과 논의한 끝에 기존 데일리 프로그램과의 차별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김 CP는 “<생방송 화제집중>와 같은 매거진 프로그램은 대개 세 꼭지의 VTR 위주로 여러 이슈를 다뤘다”며 “그러한 구성은 지금의 흐름과 맞지 않다는 데 PD들과 의견이 맞아서 하나의 키워드를 잡고 가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의 큰 틀이 잡히고 난 뒤에는 진행자나 패널 구성은 쉽게 풀린 편이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입담 좋은 진행자로 알려진 컬투는 다양한 소재를 접목한 데일리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며 흔쾌히 섭외에 응했다. 패널 구성도 진행자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컬투의 추천을 적극 반영했다. 어눌하지만 정곡을 집는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교실 교수도 그 중 한 명이다.

현재 <베란다쇼> 제작진은 PD 6명, 조연출 3명, 작가 4명, 취재작가 4명, 외주제작 2팀으로 구성돼 있다. 막상 아이템 선정과 사전 취재부터 녹화, 편집을 거치자면 제작 시간은 빠듯하다. 제작진은 매주 수요일마다 일주일치 분량을 한꺼번에 녹화해 곧장 편집에 돌입한다.

<베란다쇼>는 방송 초기 미미했던 존재감을 딛고서 안착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시청률 5~6%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제작진은 고삐를 다시 쥐었다. 그간 시청자나 주변 동료로부터 전해 들은 의견을 적극 반영해 프로그램의 구성을 VTR 위주에서 컬투의 캐릭터와 역량을 살릴 수 있는 스튜디오 위주로 방점을 옮긴 것이다.

▲ MBC<컬투의 베란다쇼> ⓒMBC

“PD 1명이 새롭게 <베란다쇼>에 투입되면서 이 시점에 한번 변화를 주자는 데 PD들이 공감했죠. 사실 진행자들이 놀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게 PD의 몫인데 진행자 스스로 그들의 능력을 마음대로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라 과감하게 해보자고 했습니다.”

이어 김 CP는 “초기에는 스튜디오와 VTR의 분량이 반반 정도였다. 지금은 VTR이 1~2분 위주 또는 스틸 화면으로 쪼개서 넣는 등 스튜디오 위주로 바꾸면서 진행자는 브릿지 역할을 넘어서고, 팀워크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베란다쇼> 제작진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아이템 선정이다. <베란다쇼>의 특성상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안들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으나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는 무겁지도, 마냥 가볍지도 않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힘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요즘에 사람들이 관심 두는 아이템을 우선으로 합니다. 최근 부각된 ‘디지털 치매’, ‘복권’ 등 세태나 경향을 다룬 사건, 즉 시사하는 바가 있는 아이템을 다루면서 <베란다쇼>의 톤을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이처럼 김 CP와 제작진은 아이템의 시의성과 대중성의 접점을 찾아 나가면서도 제작과 방송 시점 간 2주가량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

김 CP는 “핫(hot)한 뉴스는 약간 포기하고 갈 수밖에 없는 게 아쉽다”고 밝힌 뒤 “그래도 이슈가 오래 갈 수 있고 시청자들에게 이야기로서 재미있을 수 있는 것을 아이템으로 선정하고 잡아나가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고 말했다.

그 중 김 CP는 지난 20일 방영된 ‘역사 교육의 현실’ 편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김 CP는 “요즘 역사교육과 역사인식이 부재하다는 이야길 많이 하는데 때마침 <무한도전>의 역사 퀴즈 특집으로 역사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린 시점이라 해당 편의 시청자의 반응도 꽤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베란다쇼> 제작진은 고충을 겪기도 했다. 지난 4월 사전 심의와 사전 시사까지 거친 방송분이 불방 조치돼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교양제작국장은 국내외 정치인들의 거짓말 스캔들을 다룬 방송분을 제작한 담당 PD의 정치적 편향성이 드러났다며 해당 PD가 만든 정치 풍자 방영 예정분을 불방 조치시켜 논란을 일으켰다.

김 CP나 제작진은 이러한 모든 과정은 <베란다쇼>가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의 일환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이어 시청자들의 관심이 큰 힘이 된다고 한다. 김 CP는 “시청자들은 찬반입장이 갈리거나 논쟁적인 아이템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보여주는데 <베란다쇼>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증거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베란다쇼> 제작진은 간통죄, 미스코리아, 찌라시(증권가 정보지) 등 핫(hot)한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이야기든 비판적인 이야기든 피드백을 많이 해주셨으면 해요. MBC 내부 시청자위원회에서도 의견이 많이 들어와서 지금도 써야할 답변서가 수두룩하지만 그만큼 많은 관심을 보여주는 거니까 더욱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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