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종편, 특혜 위해 지상파-PP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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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종편, 특혜 위해 지상파-PP ‘오락가락’
8VSB·미디어렙 적용 유예·케이블 수신료 등 위해 담합 의혹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3.06.1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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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를 위한 자기 부정의 결정판.”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공개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사의 비밀 TF(태스크포스) 회의록에 적힌 특혜 요구안들을 본 한 방송 관계자의 촌평이다. 종편 4사가 8VSB 전송방식 도입, 케이블 수신료 배분, 미디어렙 적용 유예 등 특혜의 신설과 추가를 위해 사안별로 스스로의 지위를 적당히 변화시키는, 마치 “박쥐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공개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사의 공조 실무자 회의록 문건. 4쪽으로 이뤄진 이 문건에 따르면 종편 4사는 8VSB 도입과 미디어렙 적용 유예, 케이블 수신료 배분 등의 특혜를 위해 행정부와 국회 등에 대한 로비를 공모하고 있다.

■오락가락 정체성, 특혜 위한 로비 담합= 최민희 의원은 지난 13일 종편 4사 실무자들이 지난 5월 14일과 21일 점심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의 식당에 모여 논의한 회의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4쪽 분량의 문서를 공개했다. ‘종편 4사 공조 실무자 회의’라고 이름 붙은 해당 문건에 따르면 종편 4사는 8VSB 전송방식 도입과 미디어렙 적용 유예, 케이블 수신료 배분 등의 특혜를 위해 청와대와 행정부, 국회에 대한 로비와 함께 대주주인 신문사와의 공조 체제 구축 방안 등을 논의했다.

문건에 따르면 첫 회의가 열린 지난 5월 14일 종편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JTBC), “세 개 아이템 중 제일 쉽고 PP 반발도 해소할 수 있음”(TV조선) 등의 이유로 8VSB 전송방식 도입을 우선 주장했다.

8VSB는 지상파 채널에서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신호를 송출하는 방식으로, 해당 전송 방식을 도입할 경우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들도 셋톱박스 설치 없이 고화질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그러나 8VSB 방식은 주파수 대역이 넓기 때문에 종편 4사가 모두 이 방식으로 전환하면 기존 일반 PP(채널사용사업자)가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최대 12개 가까운 채널이 빠지게 되지만 종편은 오히려 8VSB 블록에 묶여 지상파 인접 채널, 즉 ‘황금채널’ 대역에 ‘거저’ 들어올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종편 4사가 8VSB 방식 도입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배경엔 시청자에게 고화질 방송을 제공하겠다는 것 외에도, 지상파 방송과 마찬가지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허가를 받은 방송이라는 부분이 있다. 당장 지난해 지상파 TV의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종편의 대주주인 <조선일보>는 외부 필진의 칼럼을 통해 “종편 등 화질 좋은 디지털 케이블 채널 일부를 8VSB 형태로 변경해 케이블망을 통해 각 가정에 보내줄”(2012년 12월 10일자 신문 33면)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반면 종편들은 미디어렙 적용 연기와 케이블 수신료 배분 등에 대한 요구에 있어선 8VSB 전송방식 도입 주장에서 내세우고 있는 ‘지상파급’ 지위를 사실상 던져버린다. 현행 미디어렙법은 종편이 신생 매체임을 감안, 승인일로부터 3년까지 지상파 방송과 달리 광고 직접 영업을 허용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과 동일한 편성으로 유사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유료방송을 플랫폼으로 한다는 이유로 종편이 제공받고 있는 특혜의 대표 사안이 바로 미디어렙법 적용 유예다.

비밀 TF 회의록에 따르면 종편들은 “관련 법(미디어렙)의 부칙을 개정해 적용을 2~3년 유예하거나, 법 시행 자체를 재검토 하도록 종편 4사가 공조해야 한다”(채널A), “종편 경영정상화 시점까지 (법 적용을) 유예하도록 국회를 설득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JTBC)며 미디어렙법 규정을 피하기 위한 모의를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아예 “8VSB를 미디어렙 연기에 활용할 수도 있다”(채널A)는 아이디어까지 내고 있다. 8VSB 방식 도입으로 인해 피해를 볼 일반 PP들의 반발을 지렛대 삼아 생존과 직결된 광고 부분, 즉 미디어렙법 적용 유예를 거머쥐려는 계산인 것이다. 지상파급 지위를 이용한 특혜 요구(8VSB)를 지상파 수준의 의무(미디어렙을 통한 광고 판매)를 피해갈 도구로 활용하려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4일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와 관련한 질의를 받고 있다. ⓒ언론노조

■종편 ‘모의’ 눈 감은 방통위= 문건에 따르면 종편 4사는 케이블 수신료 배분과 관련해 “100억 수준에서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을 함께 압박하는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TV조선)고 주장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SO)은 가입자들한테서 받는 수신료의 25%가량을 PP들에 분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종편들은 “수신료 문제는 종편 자체만으로 추진이 힘든 상황이므로 CEO(대표이사), 편집인, 신문기사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적어도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수시로 커뮤니케이션(소통) 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TV조선·채널A) 등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며 “각 사에서 2명 정도를 지정해 공조”(JTBC·MBN)하기로 결정했다.

그외에도 종편 4사는 “시험 무대를 CJ로 잡았으면 함. CJ를 총체적으로 공략해 어느 수준에서 CJ가 백기를 들면 그 후에 각 사가 사정에 맞게 개별 협상을 벌이도록”(JTBC) 제안하며 “어차피 무력으로 진압해야 한다”(채널A)는 인식을 공유했다.

종편 4사는 케이블 수신료 배분을 주장하며 다른 PP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한다. 그저 PP의 하나인 만큼, 다른 PP들과 마찬가지로 케이블로부터 프로그램 사용에 대한 대가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PP들의 반발이 크다. 개별PP발전연합회는 지난 5월 29일 발표한 성명에서 “의무편성, 황금채널 배정 등 이미 특혜를 누리는 종편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 분배는 안 된다”며 “종편은 의무편성 채널로 남을지, 프로그램 사용료를 요구할지 택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상파급’의 지위를 이용, 의무편성의 ‘특혜’를 누리는 종편들이 수신료 배분을 요구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종편들은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의무편성 채널이면서 수신료를 배분받고 있는 YTN을 근거로 들고 있다. YTN는 SO로부터 연간 100억대의 수신료를 배분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YTN과 종편은 SO 발전에 대한 기여도에서 차이가 있다. YTN이 케이블 출범 초기 지상파 콘텐츠와 함께 시청자를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한 데 반해, 종편은 정부를 등에 업고 지상파 인접 채널까지 부여받으며 케이블 시장에 무임승차 했다는 게 방송계 전반의 평가다.

일련의 논란에도 종편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은 “업체들이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자기들의 작전을 쓴 것 같은 실무적 검토로, 지도부에는 아직 올라가지 않은 것으로 본다”며 그저 하나의 ‘아이디어’ 수준으로 넘기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최민희 의원은 “힘있는 종편 4사가 담합할 경우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방통위 차원에서 종편 4사의 담합이 가능할 수 없게 관련 내용을 조사해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8일 종편 4사의 케이블 수신료 배분 담합 의혹 등과 관련해 공정거래법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위반을 주장하며 종편 4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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