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미래’ 막는 미래부에 불만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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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미래’ 막는 미래부에 불만 증폭
방송협회, UHD 조기 상용화 제외·기반시설 지정 추진에 발끈…“공공성 후퇴 우려”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3.07.3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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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에 대한 지상파 방송사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지상파는 미래부가 추진 중인 주요 정보통신 기반시설 확대와 차세대 방송 기술 정책에 연달아 반기를 들면서 미래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를 두고 지금까지 기득권을 누려온 ‘지상파의 이기주의’, ‘지상파와 출범 초기인 미래부의 힘겨루기’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제기된 미래부-방송통신위원회간 업무 혼란, 방송 공공성 약화 등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방송협회는 지난 30일 “지상파 4사가 미래부에 유료방송 중심으로 수립된 UHD 방송 상용화 전략에 반대하는 공동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방송협회에 따르면 미래부는 지난 6월 마련한 ‘차세대 방송기술 발전 전략’을 통해 케이블TV는 2014년에 위성방송은 2015년에 UHDTV를 조기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송방식의 변경없이 UHD방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 케이블방송의 경우 지난 17일 UHD시범방송을 시작하는 등 차세대 방송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송협회는 “정작 UHD 콘텐츠 제작 능력을 갖춘 지상파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상용화 시기 언급도 없고 UHD 가용 주파수 확보도 담보하고 있지 않아 그 시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며 “최대 콘텐츠 생산자인 지상파를 배제한 미래부의 차세대 방송 로드맵은 열차없이 철로만 건설하는 전형적인 전시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지난 30일 미래부가 꾸린 차세대 방송 기술협의회 회의에선 UHD 방송 조기 상용화 사업자 대상에서 지상파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부는 지상파의 UHD 방송 도입이 지연된 이유로 지상파의 차세대 방송을 위한 가용 주파수 확보 문제와 더불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의 업무 조율을 들었다.

미래부 관계자는 “지상파를 UHD 방송에서 배제한 게 아니라 차세대 지상파 방송 서비스와 UHD 기술은 같이 가야 한다는 방통위의 요청이 있어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방통위가 지상파 허가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래부가 치고 나가는 것보다 부처간 협의를 통해 진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방송 정책을 나눠 맡으면서 통일성을 갖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방송산업 진흥기능을 미래부가 규제기능은 방통위가 맡으면서 나왔던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진흥과 규제 업무가 무자르듯이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대로 현재 미래부와 방통위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상당부분 겹쳐 사업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며 “정부 핵심 부처인 미래부가 성과를 빨리 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사업자의 의견 수렴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갈등이 불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를 주요 정보통신기반 시설로 지정하려는 미래부의 계획에 대해서도 지상파는 일방통행식 추진과 언론 사찰 우려를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또 지상파 차세대 방송, 난시청 해소, 의무재송신 분쟁 등에 대한 업무 주도권을 놓고 미래부와 방통위 간에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지상파 방송을 관리 감독하는 방통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31일 기자들과 만나 지상파가 조기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지상파 UHD 방송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미래부 소관인 의무재송신 법안에 대해선 연말까지 마련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한 지상파 관계자는 “광고 시장이 정체되어 있는 상태에서 의무재송신 분쟁이 어떻게 결론날지는 지상파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문제”라며 “의무재송신은 미래부 소관이기 때문에 유료방송에 유리한 판단을 하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이경재 위원장까지 나서는 게 달갑지는 않다”고 말했다.

미래부의 유료방송 중심의 정책과 이경재 방통위원장까지 여기에 동조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지상파 방송사 내부의 위기의식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미래부가 주요 방송 현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은 시점인데도 이런 불안감이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래부가 방송산업 발전 로드맵을 확정한 뒤 본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하면 방송 공공성 위축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많은 사업자들의 이해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정하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특정 유료 방송사업자에게 유리하게 혹은 특정사업자의 기회를 빼앗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된다”며 “차세대 방송 같은 경우에는 사업자들간의 이해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복지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는데 미래부가 이런 다양한 이해와 국민들의 복지까지 고려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광고홍보학과)도 “이명박 정부부터 지상파의 독과점을 지적하면서 유료시장을 키워왔는데 이번 정부의 국정 기조인 창조경제 역시 방송을 산업논리로 접근하는 측면이 크다”며 “지상파의 대응은 정부의 유료방송에 치우친 정책을 지렛대로 방송의 공적영역을 침해하지 않겠냐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이런 지상파의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리기 위해선 콘텐츠 경쟁력과 함께 무너진 저널리즘을 회복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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