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서도 상영 결정…도대체 무얼 확인하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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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상영 중단 논란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백승우 감독

▲ 백승우 감독 ⓒATNINE FILM
영화계가 들끓고 있다. 지난 2010년 3월 대한민국을 뒤흔든 천안함 침몰 사건을 다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돌연 상영 중단되자 영화인들이 지난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 멀티플렉스 중 유일하게 영화를 상영해온 메가박스는 개봉 이틀 만인 지난 6일 보수단체의 압력으로 상영 중단 조치를 취하자 영화계가 발칵 뒤집힌 것이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정부가 발표한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는 결론에 의문을 갖고, 좌초 후 잠수함과 충돌했을 가능성, 북한의 어뢰 잔해가 두 달 만에 녹슨다는 게 가능한 지 등 당시에 제기된 의혹을 짚었다.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이던 신상철 씨와 해양구조 및 선박인양 전문가 이종인 대표 등 전문가 인터뷰를 중심으로 풀어낸 영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천안함 프로젝트>의 백승우 감독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 왜 종교 이상의 믿음을 강요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법원이 작품에 대한 진정성을 입증했는데도 도대체 궁극적으로 무엇을 확인하려는 건지 묻고 싶다”고 무거운 속내를 밝혔다.

이번 사태로 심적 충격을 받은 백 감독은 영화 개봉일인 지난 5일 서울의 한 상영관에서 만났을 때도 연이은 무대 인사에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막상 인터뷰를 진행하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를 기다리느라 “마음을 졸였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만큼 제작부터 상영까지 순탄치 않았음을 보여준다.

주로 독립영화를 연출해온 백 감독은 지난해 봄부터 1년여 간 <천안함 프로젝트>을 만들었다. 그는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 작업을 돕다가 그의 제안으로 첫 장편 데뷔작으로 <천안함 프로젝트>을 맡게 됐다. 영화는 지난 4월 전주영화제에서 영화 매진을 기록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해군과 유족 5명이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사유로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백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겨우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천안함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를 드러내고자 했고, 하나의 사건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아무리 형편없는 영화라고 할지라도 사전 검열에 의해 아예 보여주지도 못하게끔 막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고, 그 과정을 온몸으로 겪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백 감독은 천안함 사건이 워낙 민감한 사안인데다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쉽게 풀어내는 데 골몰했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 특수하고 어려운 사건이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게 가장 큰 숙제였어요. 가장 처음 한 일은 사건 전후의 모든 기사들을 읽는 거였는데 그 때 든 생각은 어떤 기교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한국 사회가 그대로 보일 것 같았어요.”

▲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에 대한 영화인 기자회견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가운데 정지영 감독과 백승우 감독을 비롯해 영화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이 참여하고 있다. ⓒ노컷뉴스
천안함 사건 기사들을 훑어봤다는 백 감독에게 언론 보도 행태에 대한 평을 묻자 “사건 초기에는 흔히 신문의 색깔도 없고 날 것의 정보들이 많았다”며 “모든 신문사의 기자 분들이 나름의 시각으로 기사들을 올렸더라. 예전에는 사관들이 역사를 썼다면 현재는 언론사 기자들이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고 말했다.

백 감독은 일반 관객의 이해뿐 아니라 천안함 사건으로 유족이 생겼던 만큼 신중을 기했다고 한다. 그는 “여러 명이 생을 달리한 사건이다. 망자에 대해 실례를 하고 싶지 않았다”며 “영화를 만드는 내내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고, 이리저리 흔들릴 때마다 스스로 거짓말만은 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으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영화적 요소를 극대화하는 장치들을 최대한 배제했다. 그래서 영화의 흐름은 다소 건조한 편이다. 천안함 침몰에 대해 정부와 국방부의 결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반박하는 형식과 증인 심문조서를 바탕으로 재판정의 모습을 재현했다.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겼다.

“단지 천안함 사건을 의심했다는 이유로 몰아부치는 매카시즘적인 시각들이 문제라고 봐요. 영화를 보고나면 국방부의 이야기가 옳다는 관객 분들도 있을 거예요. 저는 이성적이고 설득력 있는 질문이 막히는 지점을 보여주고 싶었고, 일반 관객들이 이 부분을 생각하게끔 만들고자 했어요.”

일각에서는 영화 흐름상 지나치게 두 명의 전문가에게 의존한 게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는 신상철 씨와 이종인 씨의 전문성을 높이 샀고, 막상 섭외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선뜻 나서지 않은 점도 작용했다.

그는 “다른 전문가들은 막상 카메라 대면 이야길 안하더라”며 “오히려 두 분의 이야기만 편집해도 6시간분량에 달할 정도라 오히려 제가 객관적 지식과 경험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 대신 관객이 판단하게끔 두 분의 이야기를 주요하게 다뤘다”고 말했다.

▲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전부터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백 감독은 인터뷰 내내 ‘천안함 사건’에 숨겨진 이면을 파헤친다기보다 상징적인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에 만연해 있는 ‘소통의 부재’를 건드려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전시가 아니잖아요. 이성을 잃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도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면 어떤 사안에서나 대립이 극명하게 두드러져요. ‘소통’할 수 있는 이성이 위축되고 있는 거죠.”

마지막으로 영화를 두고, 색안경을 낀 관객에 대해 남기고 싶은 말이 무어냐고 묻자 백 감독은 “관객 분들도 각자의 생각이 있는데 이렇게 만들었으니 이렇게만 봐달라고 요구하는 건 굉장히 불합리하다”며 “다만 영화를 보고 글이라도 남겨주신다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살펴볼 것 같다. 그게 바로 ‘소통’의 시작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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