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에서 ‘기타’를 빼놓을 순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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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책 ‘더 기타리스트’ 출간한 정일서 KBS 라디오 PD

장고 라인하르트, 로버트 존슨 등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레전드급 기타리스트들을 통해 대중음악 역사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따끈한 신간이 나왔다. 현직 라디오 PD이자 방송가에서 ‘음악광’으로 소문난 정일서 KBS PD가 <더 기타리스트-그들의 기타가 조용히 흐느낄 때>(어바웃어북)를 펴냈다.

<더 기타리스트>에는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대중음악사의 위대한 기타리스트 105명의 삶과 이야기가 담겨있다. <PD저널>은 <365일 팝음악사>, <팝 음악사의 라이벌들>에 이어 세 번째 책 <더 기타리스트>를 쓴 정 PD를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정일서 KBS 라디오 PD

정일서 PD는 KBS에 라디오 PD로 입사한 지 올해로 19년째 됐다. 어릴 적부터 라디오를 듣길 유독 좋아했고, 팝송키드였다는 그가 라디오 PD의 길을 택한 점이나, 학창시절부터 모아온 500여 개의 카세트테이프와 2000여 장의 LP, 1만 여 장의 CD가 현재 재산목록 1호라는 점을 보면 음악에 대한 그의 애정은 누구 못지않게 뜨겁다.

이를 보여주듯 그는 KBS 라디오에서 자타 공인 팝송 전문 PD다. 그동안 <황정민의 FM 대행진>, <남궁연의 뮤직스테이션>, <이금희의 가요산책>, <김광한의 골든팝스>, <이상은의 사랑해요 FM>,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등을 연출했으며 현재는 <이소라의 메모리즈>를 맡고 있다.

정 PD는 오랜 시간 팝송을 접했던지라 음악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지만, 막상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타리스트 위주로 집필하자니 나름 ‘결심’이 필요했다고 한다. 록큰롤, 하드록과 헤비메탈, 펑크와 모던록의 탄생에 이르는 대중음악의 역사를 기타리스트들의 삶과 음악을 통해 바라보는 대장정인 만큼 쉽지 않을 거란 판단에서다.

“처음엔 출판사 쪽에서 아이디어 제안 및 출간 제의를 했을 때만 해도 고사했어요. 지금껏 음악을 많이 들었고, 기타리스트를 알고는 있다지만 각별하게 파고들었던 건 아니었거든요. 이왕이면 기타 관련 전문가에게 집필을 맡기는 게 낫지 않겠느냐 했는데도 출판사가 재차 집필을 요청하니까 이참에 고생길이어도 의욕을 갖고 해보자는 마음으로 쓰게 됐습니다.”

고생길일 것 같다던 정 PD의 예상은 현실이 됐다. 기타와 관련된 방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알맹이만 추리는 일만 해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초부터 기획과 집필을 시작해서 마지막 교정 작업까지 걸린 기간은 1년여. 이 시간 동안 내내 정 PD는 라디오 프로그램 연출과 집필을 병행했다. 그야말로 낮에는 PD 업무에 매진하고, 퇴근 후에는 새벽까지 원고를 붙들고 쓰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특히 대중음악사에서 손꼽힐 만한 기타리스트 선정 작업부터 이력, 주요 앨범 소개, 에피소드를 모아서 한 궤로 엮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수많은 책과 원서에서 정보를 찾고, 공부하면서 정리하는 일이 고됐다”고 회상했다. 하긴 이번 책에 소개된 세계 유수의 기타리스트들만 해도 105명이라니 말 다했다.

정 PD는 “재즈와 어쿠스틱 기타리스트까지 포함하면 방대해져 간간이 소개했고,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영향력이 컸던 락기타리스트 중심으로 분야를 좁혔다”며 “음악 전문 저널과 사이트에서 소개된 기타리스트 순위와 해외 차트 순위를 중복 체크해 기타리스트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해외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국내에선 인정받은 기타리스트나 21세기 유망주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 정일서 KBS PD가 캐나다 벤쿠버에 위치한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 기념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처럼 기타리스트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한 만큼 대중음악사에서 기타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고 한다. 정 PD는 “밴드 중심의 락큰롤 시대 이후로 기타는 대중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절대적인 악기가 됐다”며 “예컨대 드럼, 베이스, 건반에서도 유명한 사람들이 있지만 전설의 기타리스트들이 훨씬 많은데다 기타는 밴드에서도 세컨드(second), 써드(third) 기타까지 있을 정도로 비중이 높은 악기”라고 덧붙였다.

책 <더 기타리스트>는 장장 700쪽을 웃돌 정도로 두꺼운 분량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기보다는 음악을 들으면서 관심이 가는 기타리스트들을 그때그때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해 보인다.

“기본적으로 음악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즐기고 만족하면 되지만, 음악이 나온 그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상, 역사적 맥락 등과 연관 지어 듣는 것도 재미있어요. 라디오 PD라는 직업적 특수성이 반영된 것도 있지만 음악과 주변부의 이야기들이 엮어서 듣는 것과 음악의 장르 등 기술적으로 분석해 듣는 것을 혼용해 듣다 보면 나름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아울러 그는 <더 기타리스트> 출간이 국내 대중음악사의 기록하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해외에선 팝음악 가운데에서도 ‘헤비메탈’ 등 세분화된 전문서를 비롯해 자서전도 많이 출간되는 편이에요. 그에 반해 국내에서는 기록, 즉 아카이브의 중요성이 덜 한 것 같아요. 나중에 우리나라의 유명 뮤지션들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그들에 대한 기록이 거의 남지 않을 가능성이 많은데 관련 전문가들이 기록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랍니다.”

향후 집필 계획을 물었다. “혹시 나중에 기회가 닿는다면 시대별 팝음악사의 흐름을 정리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동안 출간한 책들이 팝음악사를 다뤘지만 ‘날짜별’, ‘라이벌’ 등 어떤 키워드 중심으로 훑다보니 빙산의 일각만 보여준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 있었어요. 저도 공부하는 차원에서, 시대별 흐름을 타고 흐르는 팝음악사를 기록해보고 싶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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